누구나 한번쯤 찾아가고픈 휴식과 치유의 산길

지리산 7암자 순례길을 가다
한상길 기자 upload01@naver.com | 2018-05-24 11: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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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을 맞아  실상사에서의 참배객 모습.(사진=한상길 기자) 

[로컬세계 한상길 기자]도시의 삶에 찌든 현대인이 오래된 향기를 찾아 가벼운 마음으로 잠시나마 삶에 평온을 찾아 떠나는 곳이 외진 곳에 숨어있듯 웅크리고 있는 암자를 찾는 이유일 것이다.

 

지리산의 중북부능선이면서 하정, 음정, 양정이란 세 마을의 이름에 유래한 삼정산을 중심으로 한 삼정산 등반코스는 일명 '7암자순례길'이라고 한다.

 

불적이 많고 전망 좋은 삼정산의 등반길에는 도솔암, 영원사, 상무주암, 문수암, 삼불사, 약수암, 실상사 등 일곱 개의 암자와 사찰을 잇는 산길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산행을 즐기며 당일만 개방하는 암자도 볼 겸 함양군 마천면 양정마을에서 출발해 도솔암과 영원사를 거치고 삼정산 정상에 오른 뒤 상무주암, 문수암, 삼불사, 약수암을 거쳐 도마마을 지나 실상사에 닿는 순례코스를 택했다.

 

▲도솔암.

 

도솔암은 일반인들에게는 접근이 쉽지 않다. 도착해도 쉽게 방문할 수가 없는 암자다. 엄밀히 말해 도솔암으로 가는 길은 비법정탐방로이다. 영원사, 음정마을에서도 1년 내내 갈 수가 없다. 단지 도솔암의 신도만이 갈 수가 있는 곳이다. 이와 더불어 암자 내 출입도 1년 중 석가탄신일 당일 하루만 허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통일신라 때 고승 영원대사가 건립했다고 알려진 영원사는 예나 지금이나 지리산 속 제일의 사찰이다. 영원사가 창건된 이후로 수많은 고승 선객들이 수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불교의 맥을 잇는 서산, 청매, 사명, 지안, 포광 스님 등 109명의 고승들이 안거, 수도장으로 이용했다고 하며,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이다.

 

▲영원사.

사찰의 입구는 좁지만 여기를 지나면 능선을 따라 펼쳐진 탁 트인 공간과 마주하게 되어 마음 또한 뻥 뚫리는 느낌을 받는다. 전망 좋고 햇빛이 가득한 양지바른 곳에 ‘두류선림’(頭流禪林) 편액이 걸린 대웅전이 객을 맞는다.
  
‘부처님도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경계와 머무름이 없는 자리’란 뜻의 상무주 암자는 고려 선승 보조국사 지눌과 혜심·무기스님의 불심이 깃들어있고 참선 수행에 전념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상무주암.

 

번잡함을 떨치고 그 맥을 잇고자 함인지 이 암자에는 ‘출입금지’와 ‘촬영금지’ 표지판이 걸려있다. 하지만 오늘은 출입금지만은 해제되어 음식공양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문수암은 규모가 작은 암자이지만 정갈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암자 뒤편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천인굴(일명 천용굴)’이라는 동굴이다. 임진왜란 당시 마을사람 1,000명이 이곳으로 피난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문수암.

 

입구 쪽 바위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약수 소리가 청아하다.

 

▲문수암 뒤쪽에 위치한 천인굴.

 

삼불사는 작지만 아름다운 색을 입힌 대웅전과 멀리 산등성이의 산신각, 그리고 계단 하부에 황토벽으로 이뤄진 부속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삼불사.

 

과거, 현재, 미래불의 삼불이 모셔져 있어서인지 대웅전은 삼불주(三佛住)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이름과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멋을 풍기는 아늑한 곳이기도 하다.

 

약수암에는 석가탄일임에도 불구하고 7암자 중 유일하게 사찰 내에 특별한 행사 없이 스님이 혼자 사찰 앞의 텃밭에서 밭을 일구고 있다. 경내에는 객들로 가득해 떠들고 사진 찍기 바쁜데, 주인인 스님의 이런 모습에 문득 죄송한 마음이 든다.


▲약수암.
▲약수암의 텃밭에서 일하는 스님의 모습.

 

약수암의 보광전에는 보물 제421호인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이 있다. 이 목조탱화의 원본은 현재 금산사 성보박물관에 소장되고 지금 이곳에는 복제품으로 남아있다.

 

▲약수암 보광전의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

 

산중이 아닌 평지에 위치하고 있는 실상사는 신라 흥덕왕3년에 증각대사가 창건했고, 전북 남원시 산내면 입석리에 위치한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의 사찰이다.

 

실상사(實相寺)에는 보물 제33호인 능가보월탑을 비롯해 보물 8점을 간직하고 있으며, 7암자의 순례 중 가장 큰 규모의 사찰로 석가탄신일의 행사도 가장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실상사 대웅전과 보물 35호의 석등.

  

도솔암에서 실상사까지 이르는 산행길에는 7암자의 의미도 새겨보았지만 삼정산의 계곡 따라 8부 능선을 끊임없이 파도치듯 오르내리는 산행길은 마치 우리 인생의 부침과 맥을 같이 함도 느껴진다.

 

한편 석가탄신일은 온 사찰에 객이 줄을 이루고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산사에는 다시 본연의 적막함이 물들고, 이에 따라 수행의 길로 다시 되돌아갈 것이다. 잠시 동안의 번잡스러움이 오히려 수행자에게는 더욱 수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할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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