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독서와 아이들과 함께 한 34년의 가을

정연옥 부산성동중학교 교사
맹화찬 기자 a5962023@naver.com | 2019-11-19 14:45:15
  • 글자크기
  • +
  • -
  • 인쇄

▲정연옥 부산성동중학교 교사.

오늘 교무실에서 나오는 운동장은 좀은 쌀쌀했습니다. 어제 비 온 탓인지 아침에 운동장에 들어가는 발걸음은 느티나무잎이 아주 많이 쌓여져 ‘오늘 아이들 농구 어짜꼬’ 했습니다.

 

올 한해도 참 많이 바빴습니다. 독서에 입문한 지 꽤 오랜 세월인데도 아직은 초년병 같습니다. 독서, 연극, 시조창, 사물놀이, 댄스로 학생들을 지도해 상도 많이 받았지만 저 또한 시조창을 불러 대통령상을 꿈꾸다가 올해는 학생지도로 대통령상을 받았고 시조창으로 남학생을 지도해 스승의 날 아침에 엄마가 슬리퍼 바람으로 학교로 오셨습니다.

 

늘 초등학교 때는 방구들이 내려앉을 정도로 춤만 추는 아이가 중3이 되어 시조창으로 전국대회 최우수상을 받았으니 말이지요.

 

학교에서는 말썽쟁이이던 아이들이 중구청 댄스 경연대회에 나가 2등을 하고선 아이들과 눈물 글썽이던 때가 있었지요. 연극 연수 시 두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어 같이 이름표를 달고 연수받을 적에 부산교통방송에서 취재해 우리 식구 세 명이 나왔지요. 시조창으로 연극을 접목시켜 여학생에게 가르쳐 학교폭력 예방 연극대회에서 2등을 수상했습니다.

 

1999년부터 독서전문가 과정, NIE전문가 과정, 논리논술 연수, 독서토론 연수 등을 배우며 본격적으로 독서와 친해졌습니다. 2000년에는 학교에서 제일 말썽쟁이 애들을 모아 독서영재반 동아리반으로 MBC홀, 오륜대직업학교, 분류심사원 등으로 독서 아닌 실전으로 아이들과 함께 다녔습니다.

 

2003년에는 독서동아리반 학생들과 부산민학회에서 주관하는 낙동강과 덕천동 부근 탐방으로 KBS 방송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2004년부터는 독서 영재반을 만들어 동아리를 운영하고 독서동아리반을 운영하며 독서치료에 빠져서 아이들과 매월 대저고 원예치료실을 방문했습니다.

 

학부모책읽기모임을 새로 결성하여 운영했습니다. 2005년에는 부산대 독서치료사과정을 1년간 공부하면서 방과후 독서반도 같이 운영했습니다.

 

2007년부터 독서동아리반을 결성하여 계발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의 문학관, 서점 등을 탐방하고 학부모 책읽기 모임도 다시 결성하여 2019년까지 16년을 학생독서동아리반은 20년간 운영, 독서토론반은 16년간 운영해오며 전국독서토론대회와 여러 대회에 참가하여 많은 상을 받아왔습니다.

 

작년부터는 졸업생들과 함께 하는 독서토론반 멘토사업으로 거의 모의고사 끝나는 날이면 졸업생들과 재학생이 함께 합니다. 3월, 12월은 저희 집에서 모입니다. 이제 소문이 나서 독서토론반이 아닌 졸업생들도 함께 하려 합니다.

 

늘 저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독서와 아이들이 함께 해오고 학부모가 함께 만나면 늘 아이 이야기가 늘 아이의 진로와 직업이야기와 함께 합니다. 아주 예전에 꿈을 꾸어온 대안학교를 세우는 일이 지금은 많이 어렵고 소원화된 이야기이지만 저는 성동중학교에서 이 대안학교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춥고 배고픈 아이들은 교무실 제 자리에 자주 옵니다. 난 그 아이들이 제 곁이라도 가까이 있을 수 있을 때 좋겠습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운동장을 가장 늦게 나서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의 나는 그 학교를 가장 사랑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전 늘 밝은 옷만 입습니다. 밝은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아이들을 더 밝게 대할 양이지요.

 

내년엔 다른 학교로 이동합니다. 어느 학교를 가던지 내 학교가 되겠지마는 성동중학교에서의 아이들과 어머님들과 선생님들을 영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올해는 유난히도 내년에 갈 저를 운동장에 들어설 때 아쉽고 또 아쉬웠습니다. 성동인들이여! 사랑합니다.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카카오톡 보내기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daum
맹화찬 기자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독자의견]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스팸글방지문자
  • 스팸방지 문자를 입력하세요.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