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용수의 팍스코리아나]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인류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15-11-30 09: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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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용수 이사장.

인류는 각 시대마다 그 시대에 적합하다고 규정한 사회 체제와 제도를 형성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거기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했으며 그럴 때마다 인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21세기를 맞이한 오늘의 인류는 빈곤·기아·질병·전쟁·마약·폭력 등으로 인해 역사상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다. 또한 민족분쟁·종교간 갈등·환경오염으로 인한 자연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당면문제를 직시한 종교인들은 현시대를 ‘말세’로 규정하고 회개와 기도를 권유하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만 물질 위주의 현대문명이 빚어 놓은 자연의 반작용 앞에 한탄만 하고 있을 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인류가 이렇게 커다란 난관에 봉착해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문제 해결의 길을 모색해 가고 있는 것은 당면 문제를 능히 해결할 수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한 믿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인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언제나 꿈꾸어 온 본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본향은 어디이며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동양에서는 생활이 힘들거나 사회 질서가 깨져 어지러울 때면 으레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떠올리며 그런 곳에서 살기를 염원했다. 무릉도원에 도달하기만 하면 모든 어려움이 해결될 것이라는 꿈을 꾸며 살아온 것이다. 그러한 소망이 있었기에 우리가 오늘날까지 이렇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 왔는지도 모른다.


동양인들의 이상향이 무릉도원이라면 서양인들의 이상향은 유토피아이다. 동양인의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한 무릉도원이나 서양인의 의식 속에 그려진 유토피아는 어떤 세상이며 또 그것들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이는 역사 이래 많은 성인현철과 도인, 그리고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다 생각해 본 문제이다.

 
인간이 이상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간 조상이 태초에 살았던 본연의 이상세계, 즉 선주권을 중심한 이른바 에덴동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잃어버린 본향, 행복의 이상동산을 찾아가려는 본성에 의해 동양에는 무릉도원, 서양에는 유토피아가 그려졌던 것이다. 

 

무릉도원은 AD. 4세기경 진(晉)나라의 전원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별천지인데 그 내용을 요약해 보면 이렇다.


한 어부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복사꽃이 만발한 숲에 이르러 그 숲을 헤치고 들어가니 숲이 끝나는 지점에 산이 나타났다. 그 산 입구에는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동굴이 있어서 그 안으로 들어가니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별천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들은 부모가 오륙백 년 전 진(秦)나라 때 난리를 피해 이곳에 왔다가 그 후로 줄곧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살고 있다고 했다. 어부는 무릉도원에 머무는 동안 술과 음식을 융숭히 대접받았다. 어부는 떠나올 때 그들로부터 이 사실을 외부 사람들에게 일절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받았다.  

 

어부는 그곳에서 나올 때 동굴 입구에 표시를 해놓았는데, 집으로 돌아온 후 그곳에 다시 가 보고 싶어 그 동굴을 찾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리해 그곳은 가보고 싶은 이상향으로 도연명의 시로서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중국인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현실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상의 나라, 소망의 나라 별천지 무릉도원을 그리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이상향으로 ‘유토피아’라는 말을 하는데, 유토피아란 토마스 모어가 쓴 ‘유토피아’라는 소설의 무대인 이상적인 섬 유토피아를 일컫는 말이다. 이 유토피아 섬 이야기도 ‘무릉도원’과 같이 이상향의 내용으로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유토피아’라는 섬은 농촌과 도시로 이루어진 초승달 모양의 둘레가 500마일에 달하는 천연과 인공으로 만들어진 요새화된 섬이다. ‘유토피아’라는 이름은 유토퍼스(Utopiaus) 장군이 군대를 이끌고 와서 이 섬을 정복하고 난 후에 유토피아가 건설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유토피아에는 54개의 도시가 형성돼 있는데, 그곳은 사유재산제가 아니기 때문에 집은 10년마다 추첨에 의해 배분되며 농촌에는 농가와 농기구 및 전답 등 농촌의 모든 것이 잘 갖춰져 있다.  

 

도시인들은 윤번제로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다. 그들은 같이 일하고 같은 옷을 입으며 밥도 규정은 아니지만 모두 모여서 먹는다. 일은 하루에 6시간을 하는데, 실업도 없고 과로도 없는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이다.

유토피아에는 규정된 법률이 거의 없다. 가장 자연스러운 판단이 가장 옳은 판단이라는 전제 하에 사례별로 적절한 형벌을 결정하는데 모든 사람이 전문가답게 처리한다.  

 

연장자를 존경하는 예절, 누구나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제의식, 신용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무역관, 선택은 냉정하되 신의와 성실을 다하는 결혼생활, 명예로운 안락사의 허용, 전쟁은 원치 않되 전장에 나가서는 목숨에 집착하지 않으며 도망가는 적은 공격하지 않는 의연함, 죽음은 즐겁게 맞고 장례는 유괘하게 치르는 등 꽤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다.

 

‘무릉도원’이 추상적인 형태의 이상향이라면 ‘유토피아’는 구체적인 형태의 이상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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