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추성춘 이사장, ‘인사 참사’, 제도인가 사람인가?

편집부 local@localsegye.co.kr | 2014-10-09 12:02:09
  • 글자크기
  • +
  • -
  • 인쇄

▲ 추성춘 생활정치아카데미 이사장 © 로컬세계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사달의 핵심원인이 제도 탓인가, 아니면 사람 탓인가를 잘 따져 봐야 한다.
이것이 해법의 첫 단추다.

물론 제도에도 문제가 있고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하자가 있느니 사달은 생길 터이다.

엉성한 제도는 사람을 멍들게 해 오판의 연쇄를 가져오고, 건성건성 게으른 사람과 무지하고 판단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이 중요한 일을 맡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불량 조직의 기능부전을 피할 수 없다.
제도도 썩고 사람도 부패하는 복합오염 현상이다.

그렇다고 제도도 문제고 사람도 문제라고 말해버리면 정확한 원인 규명이 불가능해 지고 실패는 반복된다.
최근의 총리 지명과 관련한 ‘인사 참사’로 국민의 심기가 불편해지자 정부조직 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설치할 것이라는 얘기다. 인사 전담 수석비서관이 없어 총리 지명자에 대한 사전 검증을 제대로 못했다는 푸념일 터다.

정치권에서는 국정홍보처도 되살리자는 주장도 있다.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하니 홍보기능을 강화한다는 주장.

군부대 총기 난사 사건이나 일본 고노 담화 재검증 획책도 다 ‘국민적 참사’가 아닐 수 없는데, 국민 앞에 해당 장관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남의 얘기 대신 전하듯 하는 ‘대변인’만 보이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의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고 국정홍보처 만든다고 막힌 곳이 뚫리겠는가.

또 진보적 정권(노무현 정부)의 제도 설계라고 한 때는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을 다시 들춰내는 것에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자존심도 없느냐고 말하기 전에, 왜 좀 더 고민하고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느냐고 질책하지 않겠는가.
항상 그래왔듯이 또 제도 탓이다. 정부는 이미 세월호 참사 이후의 후속 조처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보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안전처와 인사혁신처를 신설하고 사회담당 부총리제를 새로 운영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1년 4개월 만에 여러 조직들이 신설되는 상황이고, 안전행정부의 경우 당초 개혁안이 바뀌는 등 ‘셀프 개혁’의 수라장이 연출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의 화두는 한마디로 ‘오천만의 총 참회와 반성’이였다. 정치권도 경제인도 언론도 학문의 세계도,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달라져야 한다는 것 이였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고 사람의 생각과 풍습, 그러니까 문화와 체질은 말로 하는 것처럼 그리 빨리 변할 수가 없다. 긴 시간이 필요할 터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마음과 사고방식, 가치관과 윤리관을 향해 맨 먼저 스스로 매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무리 좋은 제도, 이를테면 선진국 제도를 명품처럼 그대로 카피해본들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달라지지 않으면 실패는 반복된다는 상식을 회복했기 때문이 아닌가.

사람의 중요성을 깨우친 것이다. 제도위에 사람 있다는 사실이다. 제도 보다 사람의 무게가 더 무겁다는 것, 이것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온 진실이다.

국무총리 지명이 진흙탕의 그라운드에서 축구시합 하듯이 엉망진창의 ‘내전 상황’을 방불케 한 뒤에 나온 반성이 겨우 인사수석실 증설로, 그것도 전 정권에서 시험했던 기성 시스템을 카피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청와대의 상황인식이 피상적이지 않나 하는 지적이 있을 수 있겠다.

박 대통령이 총리 인사 파동과 관련해 어떤 형식이든 사과 형식의 대 국민 메시지와 개선방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하는데, 지금 제도냐 사람이냐고 묻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 줘야 되지 않을까 싶다.

청문회 문제도 우리의 정치 문화 탓이라면 모를까, 신상 털기와 능력과 자질 검증을 딱히 구분해서 한다는 제도 개선론은 현실성도 없고 문제의 본질을 짚는 것도 아니다.

제도 타령에 그칠 공산이 크다. 박 정부 출범당시 ‘작은 청와대’를 목표로 정부의 몸집을 좀 가볍게 하겠다는 약속은, 세계적 추세에도 맞고 행정개혁 방향에서도 옳았다. 앞으로 닥칠 경제성장 ‘후’ 시대에 대비해,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정부와 공공기관을 지금 고치지 않으면 나중 세대에 적폐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책임지거나 반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사람은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고 , 모든 것이 제도 탓 인양 시스템 개편을, 죽은 조직 다시 살리겠다고 서두는 것은 일의 앞뒤가 뒤바뀐 형국으로, 국민적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새로운 상황이 생기면 제도를 손질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제도 이전에 그 일을 담당한 사람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가 좀 더 숙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 보다는 사람 문제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최종 병기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기회에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보다 광범위한 논의가 종합, 총체적으로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정치와 행정의 구조적 대개혁이라는 비전을 담아 전체적 조감도를 먼저 그린 다음에 우선순위를 정해 실천해 가기를 제안한다.

민관 전문가가 한자리에서 공개 토론하고 학습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조금 천천히 가면 어떤가. 속도 보다 방향이다. 우리가 가는 길로 후손들도 따라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급한 불을 끄고 보자고, 너무 다급하게 서두른 나머지 임시방편주의에 빠지거나 표류하는 여론에 휘말려 모처럼의 구조 개혁이 무리하거나 무모해 진다면 국가적 낭비요 손실이다.

이를테면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로 해경을 해체 했다.

문제가 많다는 건 알겠지만 국민은 아직도 해경 조직에 쌓여 온 적폐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조직 해체가 급한 것이 아니다. 해체해 버리면 당장은 시원할지 모르나 해경 조직이 갖고 있는 인사와 조직운영의 문제, 국가 안전 시스템의 위기관리 적폐도 조직 해체와 함께 은폐되거나 베일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문제가 수면 아래로 잠복하면 누가 또 들춰내고 개선의 기회를 만들 것인가. 해경이 해체 돼도 바다의 질서와 안전, 구조를 담당할 국가 조직의 필요성은 증대 될 터인데, 기존 해경 조직의 실패에 관해 우리는 더 철저한 분석을 하고 대안 조직을 구축함으로서 해경이 거듭나는 기회가 왔어야 하지 않을까.

이름표를 떼버리는 것이 급한 일이 아니고 속살을 제대로 채워가는 일이 앞서야 한다. 절망 속에서 다시 살아난 대한민국 해경이 전 세계의 바다를 무대로 안전 구조 활동을 펼치는 감동의 스토리를 구상해 볼 수는 없었을까.

꼭 필요한 조직이라면 ‘사라지는 것보다 거듭나게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지난해 일당 독재인 중국정부가 부패의 온상이라는 ‘철도부’를 조직해체라는 단칼로, 쳐냈던 일이 생각난다.
한국인은 더 이상 ‘로봇’처럼 제도에 끌려다니는 ‘무뇌(無腦)인간’ 일 수 없다. 제도 탓만 해서는 안 된다.

국가와 사회의 운영담당자인 지도층과 일반 국민 모두가, 우리 공동체의 DNA인 ‘인내와 끈기’로 차근차근, 순리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얽힌 실타래를 그냥 싹둑 잘라버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단칼로 자르고 나서 없는 새것을 찾기보다 실타래를 한 가닥 한 가닥 풀어가면서 문제의 정확한 실상을 깨우치고 반석 같은 대비책을 세워가는 방법이 사람의 지혜가 아닐까.
곧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방한한다.

국제정치 분석가 들은 중국 통치시스템과 관련해 저우언라이 전 총리를 ‘영원한 중국 총리’ 라고 종종 말한다.
박근혜 정부도 이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대한민국의 ‘영원한 총리’를 꼭 찾아내기 위해 심기일전 분발해주기를, 우리 국민들이 학수고대하고 있다.

전 방송인. 칼럼니스트 추 성춘.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카카오톡 보내기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편집부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독자의견]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스팸글방지문자
  • 스팸방지 문자를 입력하세요.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