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와 닮은 전설…도쿄 진다이지(深大寺)을 찾아서

1300년 전 고구려계 승려 만공상인이 창건, 아득한 전설이 전해지는 절
이승민 특파원 happydoors1@gmail.com | 2018-04-17 08: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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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다이지 본전. (사진=이승민 기자)

 

올해 창간 8주년을 맞는 '로컬세계'가 고대 한국인과 관련된 일본속 문화유적 탐방기를 게재합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문화유산 가운데 고대 한국문화와 역사, 인물 등과 연관돼 있는 전설이나 설화를 포함해 고대 한반도 역사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기획 특집 '일본 속의 한국문화유산을 찾아서'를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첫 번째로 도쿄 조후시의 '진다이지(深大寺)'를 찾았습니다.<편집자 주>

 

[로컬세계 이승민 특파원]도쿄 조후시(調布市)에는 관동 3대 고찰, 진다이지(深大寺)가 있다. 

 
연간 130만여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이 사찰은 733년, 고구려계 승려 만공상인(滿功上人)이 창건한 절이다. 진다이지에는 1300년 전 아득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때는 일본 나라시대(724∼749), 일본에 유난히도 맑고 풍요롭게 물이 흘러가는 노가와(野川)라는 강이 있다. 이 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들판에 고마노(狛野)라는 아름다운 호수를 낀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 충청남도 온양 온정리(溫井里)에 사는 우근(右近)이라는 백제 사람이 와서 이 마을의 호랑이 처녀와 혼인해 딸을 하나 낳았다. 딸이 자라 아가씨가 됐을 때 근처에 살던 고구려인 복만(福滿)이라는 총각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 딸이 걱정이 된 부모는 호수 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 집을 지어 딸을 그곳에 가둬버렸다.

 

▲진다이지 앞 호수로 흐르는 개울에 세워진 복만교.
복만이는 물을 건너갈 수 없어 물의 신(水神)에게 낭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애타게 기도를 올렸다. 그러던 어느날 한 마리의 거북이가 물속에서 나타나 복만이를 등에 태워 낭자를 만나게 해주었다. 신기한 일이 벌어지자 부모는 딸과 복만이의 결혼을 허락했고 이들 사이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는데 총명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아이는 자라 부모의 뜻에 따라 불교에 입문해 스님이 됐고, 중국으로 건너가 법상종(法相宗)을 터득한 후 귀국해 이타세계를 염원하며 사찰을 세웠다. 그가 바로 진다이지(深大寺)를 창건한 만공상인(万功上人)이다.

 

서기 749년, 만공상인은 부친의 소원기도를 들어준 수신(水神)을 모시고자 고구려인들의 집단 거주지였던 다마강가에 가서 뽕나무 3그루를 베어다가 신라의 신(神)을 조각하여 진다이지에 안치했다.

 

▲만공상인이 조상을 모시기 위해 사당으로 세운 고하쿠신사.
또 만공상인은 고하쿠신사(虎狛神社)를 지어 조상에게 정성껏 제사를 지냈다. 고하쿠신사는 호랑이 할머니를 뜻하는 고(虎)와 고구려계 아버지를 뜻하는 하쿠(狛)을 넣어 지은 이름이다. 호랑이의 딸과 고구려 총각을 제신으로 모시고 있는 이 신사는 2012년 3월, 조후시의 문화재로 지정받았다.

 

진다이지 앞에는 전설 속의 호수가 있다. 호수를 가로질러 개천이 흘러가고 그 위에 복만교(福滿橋)가 있다. 1300년 전 고구려 총각의 사랑이야기를 전해주는 다리이다. 호수 안에는 딸을 가두었음직 한 작은 섬과 작은 집도 지어져 있다.


진다이지의 창건 이야기는 우리의 단군신화와 닮았다. 환웅이 곰과 결혼해 단군을 낳았고 단군은 널리 이로운 세상을 위해 고조선을 세웠다. 이곳 설화는 호랑이 딸과 고구려 총각이 결혼해 만공상인을 낳았고 만공상인은 이타 세계를 위해 진다이지를 세웠다.


만공상인은 고구려계이지만 그의 외조부는 백제계이며, 호녀는 일본인이고 부모가 결혼할 수 있도록 협조자는 신라의 신(神)이었다. 진다이지의 설화를 보면 고구려 백제 신라 일본 4국이 하나로 어우러진 가족이야기 임을 알 수 있다. 4국통일이 되어 가족처럼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창건 목적을 느낄 수 있다.

 

▲진다이지 앞에 있는 시마다야 메밀국숫집.
서기 500년대 초기부터 이곳 일대에는 많은 고구려인들이 정착해 살기 시작했다. 사찰 앞에는 고구려의 역사를 자랑하듯 메밀국숫집들이 줄지어 있다. 150년의 역사를 가진 메밀국숫집 시마다야(嶋田家)의 바깥 벽에는 ‘메밀국수는 한반도로부터 전래돼 각지에 메밀을 재배해 널리 보급했다’고 적혀있다.

 
더욱이 이 부근에는 고구려 귀화인이 거주했음을 알려주는 고마에 (狛江: 고구려 의미)라는 지명이 있고, 고마씨(高麗氏)와 가네코(고구려인의 성씨)들이 많이 살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는 고구려 고분이 많이 발견돼 고구려 고분군락지(狛江古墳群)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이곳에는 원삼대사 사당이 있다. 원삼대사(元三大師 912∼985)는 신라계 출신 고승이며 오미쿠지(운세풀이 종이)의 창시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미쿠지를 즐겨 보지만 그 창시자가 신라인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호녀의 딸이 갇혔던 전설의 호수, 작은 섬에 작은 집이 지어져 있다. 

호랑이 처녀(일본 여인)와 백제 총각이 결혼해 딸을 낳고 그 딸과 고구려 총각이 결혼해 총명한 아들을 낳아 절을 짓고 뜻을 펼치면서 평화롭게 살았다는 이야기는 훗날 우리에게도 흐믓한 이야기다.

  

▲메밀국숫집 시마다야 바깥 벽에 진다이지와 고구려인 메밀 이야기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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