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현들의 자취를 따라 풍류를 같이하다

경남 거창 수승대에서
한상길 기자 upload01@naver.com | 2018-09-14 1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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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모양을 한 바위가 연못에서 헤엄치는 듯한 수승대의 모습. 대의 옆으로는 글의 새김이 빼곡하다.(사진=한상길 기자) 

[로컬세계 한상길 기자]수승대는 경남 거창군 위천면에 있는 제53호로 지정된 명승지다. 수승대는 위천면 황산마을 앞 일대의 경내를 말한다.


삼국시대 때 신라로 가는 백제의 사신을 전별하던 곳으로 사신이 백제로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했다고 해서 근심 수(愁), 보낼 송(送) 자를 써서 수송대(愁送臺)로 불렀다고 한다.


이후 조선 중종 때 이르러 이 지역 출신 신권이 이곳에 은거할 당시 1543년 퇴계 이황이 삼동에 유람차 왔다가 그 내력을 듣고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다며 수승대로 고칠 것을 권한 데서 지금의 이름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이곳의 냇가에는 거북이 모양을 닮은 구연대(龜淵臺), 암구대(岩龜臺)로 부르는 바위가 있다. 또 이곳 일대를 수많은 현인들과 은사들이 찾았던 곳이라고 해 모현대로 부르고 있다.

 

▲흥에 못 이겨 몸을 비틀며 춤추는듯한 모습의 관수루 1층 문루의 기둥.


수승대 앞 경내에는 조선 후기 거창 신씨 선현의 추모와 서원의 문생 교육을 위해 건립한 구연서원의 문루인 관수루가 자리하고 있다.


관수루는 서기 1740년에 사림이 세웠고 조선시대 노장의 무위자연의 건축 기법을 적용하여 천인합일 사상을 추구한 건물이다.
 
구연서원은 요수 신권이 1540년 구연재를 짓고 후학을 가르쳤는데 그가 죽자 그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사림들이 서원을 세우고 위패를 모신 곳이다.

 

▲관수루 2층 누각에서 바라본 경내 뜰 안의 모습에서 정면의 구연 서원과 양옆으로 전사청과 비석군이 보인다.  


또 수승대에서 물길을 따라 남쪽으로 1km쯤 진행하면 구연동에서 황산을 드나드는 길목에 위치해 구연동의 남문 격인 척수대가 나온다.


척수대는 하천을 향해 돌출한 큰 바위로 삼국시대 때 근심 어리게 보냈던 사신들이 각기 다른 나라에 가서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며 이곳에서 그 근심을 씻었다는 곳이다. 척수(滌愁)란 근심을 씻는다는 뜻으로 수승대와 척수대의 의미로 볼 때 풍류가 느껴진다.

 

▲척수대 인근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위천의 모습.


이곳은 조선 숙종 때 명의 유이태 선생이 여우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태 사랑바위’의 전설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천가에 집채만한 바위가 이끼를 머금고 풍화돼 그 위에 고색창연한 노송들이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수승대 건너편에는 요수정(樂水亭)이 자리하고 있다. 요수정은 요수 신권이 풍류를 즐기며 제자를 가르치던 강학당이다. 원래는 구연재와 남쪽 척수대 사이에 있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그 후 재건했으나 다시 수해를 입어 1805년 후손들이 현 위치로 이전했다.

 

▲급한 비탈에 위치하여 앞의 휘몰아치는 물길을 굽어보고 서 있는 요수정.


급한 비탈 위에 위치해 바로 밑으로는 위천의 긴 물길과 건너편으로는 오토캠핑장과 수승대의 거북바위도 조망된다. 전망도 뛰어나고 계곡 바람도 잔잔히 흐르니 이곳에서의 즐거움은 남달랐을 것이다. 반대편에서 비춰지는 모습도 압권이다.


수승대 일원의 문화재와 건물들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위천 냇물의 흐름과 더불어 자연 속으로의 동화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바위의 돌 새김들도, 여기저기 버섯처럼 솟아난 정자들도 이제는 하나 되어 세월을 즐기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과거 건물 내에 있었던 선현들의 풍류석인 사연들도 이제는 그들의 정신으로 남아 주변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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