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여유로운 삶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이주일 부산고용노동청장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15-09-09 1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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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일 부산고용노동청장.
요즘 지인들로부터 시간 선택제 일자리가 뭔지에 대해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익숙하지 않은 고용형태이기 때문에 공을 들여 설명을 하는 것도 작은 기쁨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근로조건에 있어 정규직과 차별이 없다는 전제하에 근로시간이 주15시간 이상 30시간 이하의 무기계약 형태의 정규직을 말한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는 “그게 결국 아르바이트 아니냐?”는 질문이 돌아온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르바이트라 분류되는 파트타임과 비교하면 시간선택제는 최저임금의 130% 이상(중소기업은 120% 이상)을 지급하는 양질의 일자리로 근로자가 근로시간과 근무일 등을 선택할 수 있어 자녀양육, 학업, 퇴직준비에 도움이 되고, 기업에서도 탄력적인 인력운영으로 특정시간대와 특정 요일에 업무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영할 수 있고, 비교적 짧은 근무시간 동안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어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시간제 근로자는 280만명으로 10년 전에 비하면 50% 이상 양적인 면에서 증가했으나 이중 93% 정도가 임시직이나 일용직으로 결국 시간제 근로는 고용이 불안하며 임금수준이 낮고 단순한 아르바이트형 일자리에 머문다는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되었다. 여기에다 사회는 급속하게 저출산·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증가 없이 산업현장의 인력부족은 해결되기 어렵다는 난제를 던져주게 됐다.

 

정부에서 자녀출산-양육-가사의 사이클에 갇혀 직장을 포기했던 여성인력을 재차 근로현장으로 불러들이는 방법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제도를 제안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네덜란드는 전체 고용의 37.8%가 시간제로 한국의 시간제 고용 비중인 10.9% 보다 3배 이상 높다. 네덜란드는 시간제 고용 경제라고 할 정도로 시간제 고용이 네덜란드 고용모델의 중심에 있다. 결혼부부로 구성된 가구당 1.5인이 고용되는 형태로서 과거 남성외벌이가 부부맞벌이 모델로 전환하되 남성–전일제, 여성-시간제라는 사회적 분업이 정착돼 있다.

 

특히 12세 이하의 자녀를 가진 부부로 구성된 120만 가구 가운데 부부 한쪽이 시간제로 일하는 비율은 66%나 되어 시간제 근로가 활성화되어있다. 그 시초는 여성근로자와 노동조합이 시간제근로를 요구하면서 시작되었으나, 줄기차게 이 제도의 도입에 반대하던 기업과 경영진들도 어느 순간 사회적 요구를 인식하고 수용함에 따라 제도가 정착 된 것이다. 이 과정이 약 10년 정도 걸렸다.

우리나라도 최근 3년간 시간제에 대한 인식전환으로 은행이나 카드사 등 금융권부터 시작하여 콜센터, 병원 등에서 시간제일자리가 증가되고 있다. 도입 기업은 처음에는 생소했던 시간제 일자리가 기업의 인력운용,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환영하고 있다. 병원의 건강검진센터는 공복으로 검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의 80%가 오전에 방문하고 이 피크타임에 맞추어 시간제 근로자를 추가 투입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성과 직원-고객만족도를 모두 충족하고 있는 모양세다.  

 

이 시간대는 여성이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시간대와 겹치기 때문에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이러한 신규채용 방식 말고도, 기존 정규직 근로자가 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출산 후 어린 아이 때문에 전일제 근무가 힘들어서 회사를 퇴직하고 육아에 매달리지만, 육아에서 벗어난 연령대에서는 경력단절 전 수준과 비슷한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

 

그러면 기업은 어떤가. 일 잘하는 여직원이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면 새로운 직원을 채용해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기까지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 이런 답답한 경우는 시간제로 전환했다가 아이가 크면 전일제로 복귀할 수 있는 제도를 권장 해 볼 만하다. 이는 출산-육아로 직장을 완전히 포기했던 과거에 비해서 근로의 유연성이 높아지고, 여성 근로자들은 본인이 시간선택제로 근무한 경험의 눈을 통해, 선배가 근무하는 것을 지켜봄으로써 “이 회사에서 평생 근무할 수 있겠구나” 하는 소속감과 애사심이 증대된다. 그러면 업무의 효율성은 당연히 따라 온다.

이런 경우들에 대하여 고용노동부는 기업에서 시간제근로자를 신규 채용하거나, 기존의 전일제 근로자를 시간제로 전환시키는 경우 해당근로자 임금의 50%, 간접노무비 최대 20만원, 대체인력 채용시 대체인력 인건비의 50%를 1년간 지원한다.


이쯤에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나 기업부분에서의 혜택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절실하다. 여전히 시간제 일자리는 파트타임의 일종으로 여겨 근로자도 기업도 모두 회피하는 분위기다.

맞벌이가 많은 요즘 같은 시대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할 경우 자녀 양육에 더하여 잡다한 집안 일들 때문에 온 가족이 피로감을 느낀다. 그래서 가정도 직장도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수준에 닿게 된다. 이런 때 적어도 맞벌이 부부 중 한사람이 직장과 가정을 함께 돋우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적극 수용하는 것도 삶의 지혜라 할 것이다. 시간 선택제 근무라면 생활의 질과 여유는 누리고 스트레스는 줄여, 가뜩이나 낮다고 발표되는 우리나라의 행복지수 또한 높아지지 않을까.
 
우리사회가 한걸음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정이 그 뿌리부터 건강해야 할 것이다. 일과 가정이 건전하게 양립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가 빠른 시간에 정착돼 근로자와 그 자녀들이 모두 함께 둘러앉은 행복한 저녁상을 상상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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