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선녀를 만나려 선녀탕을 노크하다"

선녀를 찾아 떠난 설악산 십이선녀탕 계곡에서
한상길 기자 upload01@naver.com | 2018-08-01 10: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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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양이 복숭아와 비슷하다 하여 ‘복숭아탕’이라고 불리는 용탕(龍湯). 이곳 폭포 중에서 으뜸이다. 

 

[로컬세계 한상길 기자]설악산의 수많은 계곡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하며 대승령과 안산에서 발원해 인제군 북면 남교리까지 이어진 약 8.6km 길이의 수려한 계곡이 십이선녀탕 계곡이다. 내설악에 있으며 예전에는 암반이 패어 만들어진 물웅덩이나 소가 많다 하여 탕숫골, 탕수동(湯水洞)이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십이선녀탕은 십이선녀탕 계곡의 중간 지점에 있다. 옛말에 12탕 12폭이 있다고 하여 또는 12명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물수제비 뜨듯 연속적으로 폭포가 이어져있고 그 밑으로 낙숫물 받아놓는 오지그릇처럼 물구덩이가 자리하고 있다. 폭포의 물줄기로 인한 하상작용으로 소용돌이치는 물웅덩이인 탕이 생겨난 것인데, 이들은 오목하거나 깊은 구멍을 형성하는 등 기이한 형상을 이루고 있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탕에는 그 모양에 따라 독탕(甕湯), 북탕(梭湯), 무지개탕(虹湯), 용탕(龍湯) 등의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그중 폭포 아래 복숭아 형태의 깊은 구멍을 형성하고 있는 용탕(일명 복숭아탕)이 백미로 꼽힌다.

 

▲복숭아탕은  뒷 바위굴에서 용이 나왔다 하여 가뭄이 계속되면 기우제를 올리던 곳이기도 하다.


십이선녀탕의 개수는 계절이나 계곡의 수량,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지만 실제 탕은 8개밖에 없다.


이들 폭포에서는 맑은 물줄기가 물안개를 풍기며 흘러내림에 가슴 맑아짐을 선사하고, 개구쟁이 장난치듯 물돌이하는 개울의 물소리는 지나가는 이들에게 말을 붙이듯 속삭이며 추근댄다. 
 
한편, 오늘은 운이 좋아 십이선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이 계곡에 들어섰다. 대승령을 올라 계곡으로 접어들 때까지 빗방울이 흩날리면서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다. 무더위로 푹푹 찌던 요즘, 별안간 이런 날씨를 대하니 이는 분명 하늘의 조화가 틀림없고 또한 분명 어떤 사건의 전조이며 그것은 바로 십이선녀와의 친견이 드디어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가장 상류 쪽에 위치하고 폭포의 길이가 긴 두문폭포.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잘못된 생각이다. 폭포수에 삼단 같은 머리를 풀어헤치며 목욕하는 십이선녀를 기대했지만 선녀들은 잠시 오수를 즐기러 갔는지 오간데 없고 탕의 수도 4개나 부족하니 어느 구석에 몰래 숨겨놓은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선녀들의 목욕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시대가 변했으니 그들의 목욕용품도 현대식으로 변하지는 않았는지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마음 충만해 있었는데 확인을 못해 더욱 애석하기만 하다. 하긴 그동안의 폭염으로 인해 선녀들이 목욕물로 쓰기에는 폭포와 탕의 수량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 원인 이리라.
 
아름답기로 유명한 지리산의 칠선계곡에는 등장하는 선녀가 일곱이지만 이곳은 경관이 더욱 수려해서인지 무려 십이선녀가 등장하니 그만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곳이라는 세속적인 계산들도 해보았던 터인데 정말 아쉽다.
 

▲계곡에는 웅장한 폭포와 탕 이외에도 이렇게 작고 귀여운 이끼폭포와 신비로움을 간직한 곳도 있다.


그들을 보지는 못해 낙담하고 있는데 계곡물에 여성 등산객들이 발을 담그며 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선녀의 흉내를 내보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론 선녀들을 대신해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언젠가는 선녀들을 마주할 기회를 기약하며 한 줌의 계곡물로 얼굴을 씻어 더운 열기와 땀을 추스르는데, 계곡풍이 살랑거리며 불어와 몸을 감싸고도니 그나마 이를 위안으로 삼는다.

 

▲가장 하류에 있는 응봉폭포의 모습.


 글/사진=한상길 기자(2018.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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