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문해교육 정책 결실…만학도 졸업식이 보여준 ‘배움 복지’의 의미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 2026-02-19 07:57:47

83세 학습자 대표 학력인정서 수여…700여 명 참여 속 배움의 결실
비문해·저학력 성인 175명 참여…지역 평생학습 체계 강화 과제

지난 12일 개최된 초등·중학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 참여한 학력 인정자 12명. 관악구 제공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고령화와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대,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권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복지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관악구의 성인 문해교육 졸업식은 뒤늦은 배움의 완성을 넘어, 지방정부의 평생학습 정책이 시민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서울 관악구는 지난해 구가 운영한 성인 문해교실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친 만학도들이 지난 12일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초등·중학 학력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 참여했다고 19일 밝혔다. 행사에는 약 700명의 문해 학습자와 가족, 지인들이 함께해 배움의 결실을 축하했다.

이날 관악구에서는 학력 인정 문해교육 과정을 마친 12명이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83세 조오남 씨가 학습자 대표로 무대에 올라 서울특별시 교육감으로부터 학력 인정서를 받았다. 조 씨는 “글자를 읽고 쓰기 어려워 겪은 고충이 컸고, 생업과 건강 문제로 수업을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와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돼 여한이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관악구는 배움의 시기를 놓친 성인을 위해 ‘관악세종글방’과 ‘찾아가는 문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대상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비문해 성인과 학력 취득을 희망하는 무학력·저학력 성인이다. 지난해에는 수준별 맞춤형 6개 과정을 개설해 175명이 참여했다.

문해교육은 1~3단계 과정으로 구성되며, 3단계를 이수하면 교육지원청 심의를 거쳐 초등·중학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접수는 연중 상시 진행된다.

관악구는 서울 서남권 대표 주거 밀집 지역으로, 고령 인구와 저소득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 특성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인구 구조 속에서 문해교육은 단순한 학습 프로그램을 넘어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복지 정책의 성격을 띤다. 실제로 문해 능력 향상은 금융·의료·행정 서비스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져 지역사회 참여 확대 효과를 낳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과제도 남는다. 학력 인정 이후의 연계 교육과 사회참여 프로그램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배움의 성과가 일회성 행사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고령 학습자의 건강·이동 문제, 안정적 예산 확보 등 지속 가능성 확보 역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박준희 구청장은 “졸업식은 학업을 마친 날이 아니라 배움을 포기하지 않은 열정이 완성된 결실”이라며 “배움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의 전환점에서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해교육은 뒤늦은 공부가 아니라, 삶을 다시 쓰는 일이다. 지방정부의 평생학습 정책이 진정한 복지로 기능하려면 졸업장 수여에서 멈추지 않고 이후의 사회참여와 자립으로 이어져야 한다. 관악구의 사례가 ‘학력 인정’을 넘어 ‘삶의 인정’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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