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계형 운전자의 음주운전 구제, 어디까지 가능한가
김동근 기자
adibex@naver.com | 2026-06-09 09:49:20
음주운전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이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처벌 수위 역시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운전면허 취소처분에 대한 구제 가능성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무 현장에서 음주운전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법률적 책임과는 별개로 안타까운 사연들을 적지 않게 접하게 된다. 특히 운전을 생업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 운전면허 취소는 단순한 행정처분이 아니라 생계의 기반을 잃게 되는 중대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상담한 사례를 살펴보면, 한 의뢰인은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한 후 장기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지인의 소개로 택배차량을 구입하여 택배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차량 구입을 위해 상당한 금액을 대출받았고, 매일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배송업무를 하며 대출금과 생활비를 충당해 왔다. 그러던 중 업무를 마친 후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귀가 과정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되어 혈중알코올농도 0.102%가 측정되면서 운전면허 취소처분 대상이 되었다.
의뢰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면허가 취소되면 곧바로 실직하게 되고 가족의 생계마저 위협받게 된다며 구제 가능성을 문의하였다.
물론 음주운전은 어떠한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사안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반드시 정의로운 결과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도로교통법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생계형 운전자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운전면허 행정처분 이의신청 제도이다.
도로교통법 제94조는 운전면허 취소 또는 정지처분을 받은 사람이 처분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지방경찰청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의신청은 경찰청 내부의 운전면허행정처분 이의심의위원회가 심의하는 절차로서, 일반적인 행정심판보다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생계형 운전자라고 하여 누구나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령과 실무기준은 일정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구제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우선 음주운전 전력이 없는 초범에 해당하여야 하고, 운전이 실제 생계유지의 필수 수단이라는 점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또한 혈중알코올농도가 지나치게 높지 않아야 하며, 인적 피해를 수반한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이 밖에도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나 과거 반복적인 교통법규 위반 전력이 있는 경우에는 구제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실무상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생계형 운전자라는 사정만으로 면허구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심의과정에서는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경위,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운전거리, 사고 발생 여부, 과거 운전경력, 부양가족의 존재, 직업과 운전면허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구제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선처를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직업이 운전면허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면허취소로 인한 실직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 가족 부양 상황에 관한 자료, 채무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제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음주운전 사건에서는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형사처벌도 함께 진행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면허취소 처분에 대한 구제만을 고민하다가 정작 형사절차 대응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반성문, 탄원서, 재범방지 계획, 사회봉사 실적 등은 행정처분뿐 아니라 형사처벌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초기 단계부터 종합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앞서 소개한 택배기사 사례의 경우 운전이 생계의 필수 수단이라는 점, 음주운전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운행거리가 짧았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운전면허 취소처분이 100일의 운전면허 정지처분으로 감경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사건이 동일한 결과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비난 가능성과 공익적 고려가 크게 강조되면서 운전면허 구제의 문턱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특히 혈중알코올농도가 높거나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재범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구제 가능성이 매우 제한적이다.
결국 생계형 운전자에 대한 구제제도는 음주운전을 용인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처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도한 불이익과 공익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기 위한 예외적 장치라고 이해하여야 한다. 따라서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았다면 단순한 호소나 감정적 주장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의 사안이 법령상 구제요건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여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주운전 구제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자신의 사정을 객관적인 자료와 법적 논리로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김동근 기자 adibe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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