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행주산성 밤이 달라진다…고양시, 역사자원 살린 야간관광·지역상권 연결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 2026-10-02 11:55:32
어린이 해설사·대학생 배우·천체동아리 참여…미래세대가 축제 주역으로
AI 영상·과거길 투어·밥할머니 주먹밥 등 역사와 체험 결합
행주외동 음식점·카페 참여…야간관광을 지역 상권 소비로 연결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해가 지면 고양 행주산성이 또 다른 모습으로 깨어난다. 낮에는 역사 유적지였던 공간에 조명이 켜지고, 어린이 해설사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대학생 배우와 지역 상인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고양특례시는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열흘간 행주산성 일원에서 ‘고양 국가유산 야행-행주가(街) 예술이야(夜)’를 개최한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행주산성의 역사·문화자원을 야간관광 콘텐츠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올해는 기존 야경·야사·야로·야시·야설 등 5야(夜)에 야화와 야식을 더해 7야 체계로 확대했다. 역사 설명과 공연 중심에서 벗어나 영상, 체험, 음식까지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의 폭을 넓힌 것이다.
특히 어린이와 대학생, 지역 상인들이 직접 기획과 운영에 참여한다. 행주산성을 단순히 관람하는 장소가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방문객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어린이 해설사부터 대학생 배우까지…지역의 이야기를 지역이 전한다
이번 행사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미래세대의 참여다.
‘그날 밤, 행주에서’ 프로그램에서는 행주산성 어린이 해설사 교육을 받은 초등학생 10명이 직접 도슨트로 나선다. 지난 8월 모집 당시 접수가 시작된 지 2분 만에 마감될 만큼 관심이 높았고, 선발된 학생들은 전문 교육을 거쳐 관람객에게 행주대첩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대첩기념관에서 하루 4차례 해설이 진행된다.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풀어내는 역사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존의 일방적인 문화유산 해설과는 다른 접근이다.
대학생들도 축제 현장에 참여한다. 중부대학교 연극영화학전공 학생들이 권율 장군과 의병장 김천일 등 역사 속 인물로 분장해 행주산성 곳곳을 누빈다.
이들은 관람객에게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시에 이동 동선을 안내한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학예사의 자문을 더해 재미와 고증 사이의 균형도 맞춘다.
천문 프로그램은 한국항공대 학생들이 맡는다. 과거길 투어의 마지막 공간인 천문방에서 참가자들이 밤하늘을 관찰하며 별자리를 찾아보는 방식이다.
어린이는 역사 해설가가 되고, 대학생은 배우와 프로그램 운영자가 된다. 지역 대학의 인적 자원이 실제 문화관광 현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조명 켜진 행주산성, ‘과거길’ 따라 걷는다
행주산성의 지형과 역사적 의미를 활용한 야간 프로그램도 강화됐다.
‘행주 8색8야’에서는 대첩문과 권율 장군 동상, 충훈정, 행주대첩비, 대첩기념관 등 주요 지점에 경관조명을 설치한다. 어둠 속에서 각각의 공간이 가진 역사적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행주 과거길’은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산성을 걸으며 미션을 수행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다. 선비길과 장수길로 나눠 조선시대 유생의 풍류와 교육, 권율 장군의 충절과 호국정신을 각각 체험하도록 구성했다.
선비길에서는 도화와 고누, 땅먹기, 천문 체험 등이 진행되고 장수길에서는 국궁과 투석, 딱지, 천문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역사적 장소를 단순히 둘러보는 대신 직접 걷고, 미션을 수행하고,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행주산성이라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야간 체험장이 되는 셈이다.
충의정에서는 ‘행주의 울림’ 공연도 열린다. 고양버스커즈와 대금 연주를 비롯해 태권도 시범, 소년소녀합창단 공연, 랩과 국악을 결합한 무대 등이 이어진다.
AI로 다시 그린 고양의 풍경…밥할머니 이야기도 맛본다
올해 새롭게 추가된 야화와 야식은 역사문화 콘텐츠의 외연을 넓힌다.
‘그린 행주별밤’에서는 AI 기술로 재해석한 고양 8경 영상이 충의정 대형 화면을 통해 상영된다. 전통적인 문화유산 공간에 디지털 콘텐츠를 접목해 젊은 세대도 자연스럽게 역사와 지역의 풍경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이 직접 행주산성 그림을 완성하는 멀티 컬러 스탬프 체험도 마련된다. 보는 콘텐츠에서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음식으로 역사를 경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행주 런케이션’에서는 행주대첩과 밥할머니 설화를 소재로 만든 주먹밥과 살구잼, 미숫가루 등을 맛본다.
단순한 먹거리 체험이 아니라 음식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는 방식이다. 외국인 유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영해 고양의 역사와 문화를 다른 문화권에 소개하는 기회로도 활용한다.
축제의 무대를 산성 밖으로…지역 상권과 연결
행주산성에서 시작된 야간관광의 효과를 주변 상권으로 확장하는 것도 올해 행사의 중요한 축이다.
‘행주 행화길’에는 행주산성 먹거리촌과 행주외동 일대 음식점·카페가 참여한다. 행사 기간 연장 영업이나 할인,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방문객이 행사장 밖으로 이동해 지역 상점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행사 기간 관내 상가에서 3만원 이상 구매한 방문객에게는 기념품도 제공한다.
이는 문화유산을 활용한 축제가 행사장 안에서만 소비되는 구조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산성을 찾은 방문객이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고 주변 골목을 걸으면서 지역경제에도 소비가 이어지도록 동선을 설계한 것이다.
고양시는 행사 이후 방문객 만족도와 상권 활성화 효과를 분석해 향후 정책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은 “행주산성은 고양의 대표 역사문화 자원”이라며 “지역 주민과 학생, 상권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통해 문화와 지역경제가 선순환하는 지역상생형 축제로 발전시키고 고양만의 야간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행주산성의 밤을 관광 콘텐츠로 만든다는 것은 역사유산의 활용 시간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린이·대학생·상인까지 지역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실제 방문객과 지역 소비로 이어질지가 이번 축제의 중요한 시험대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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