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직원 임대주택이라더니… 48세대 중 해수부 직원 입주는 단 3세대
맹화찬 기자
a5962023@naver.com | 2026-09-01 10:49:03
급경사·접근성 문제 지적된 주택 1순위 선정
해수부 임시청사 인근에서 10% 할인 가격 제시한 아파트는 제외
학사 일정 고려하지 않은 공급으로 ‘가족형 임대주택’ 취지 무색
곽규택 의원 “수요 외면한 주택 공급 반복되면 공공기관 이전 취지 달성 어려워”
[로컬세계 = 맹화찬 기자] 공무원연금공단(이하, 공단)이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에 따른 직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추진한 임대주택 매입사업이 비상식적으로 짧은 공모기간과 납득하기 어려운 선정 과정을 거치면서, 실제 해수부 직원이 입주한 주택은 전체 48세대 중 단 3세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지난해 10월 해수부 이전 일정에 맞춰 직원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며 부산지역 미분양주택 매입을 긴급하게 추진했지만, 매입 공모 기간이 단 10일에 불과해 비상식적으로 짧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곽규택 국회의원(국민의힘, 부산 서구·동구)이 확인한 「부산이전 해양수산부 공무원 주거지원을 위한 임대주택 매입(안) 보고」 내부 결재 공문에 따르면, 공단은 해수부 이전에 맞춰 이주 직원들을 지원하겠다며 ‘투룸 이상 85㎡ 이하 주택’ 매입 공고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단은 매입 대상을 ‘공고일 이전에 준공된 부산지역 미분양주택’으로 한정하면서도, 매도 신청기간은 2025년 10월 13일부터 24일까지로 설정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면 사업자들에게 주어진 실질적인 접수기간은 단 10일에 불과한 것이다.
매도 신청을 위해서는 건축물현황도를 비롯한 다수의 서류를 구비해야 하고, 일부 서류는 발급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신규 사업자가 공고를 확인한 뒤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기한 내 신청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는 것이 곽규택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준공 주택 매입 시 통상 1개월의 기간을 부여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역시 지역본부별 편차는 있으나 최소 20일에서 최대 1개월 반가량의 신청 기간을 보장하고 있어, 이번 공단의 10일짜리 공모는 더욱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비상식적으로 짧은 공모기간과 접수방식이 폭넓은 사업자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이미 특정 미분양주택을 염두에 두고 형식적인 경쟁 절차만 갖추기 위한 ‘구색 맞추기용 공고’가 아니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선정 결과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순위로 선정된 ‘서면 가화만사성 더테라스’는 심사 과정에서 급경사와 열악한 접근성 문제가 지적됐다.
해수부 직원들이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임대주택이라면 임시청사와의 거리와 교통 여건, 생활 편의성 등이 핵심적인 평가 기준이 돼야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해당 단지가 1순위로 선정됐다.
반면 해수부 임시청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분양가격보다 10% 할인된 가격으로 응찰한 아파트 단지는 최종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입지와 가격 경쟁력에서 장점이 있는 주택이 탈락하고 접근성이 떨어진 주택이 우선 선정된 만큼, 평가 기준과 항목별 점수, 선정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단은 해수부 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를 지원하기 위해 ‘가족형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자녀들의 전학과 신입생 배정 등 학사 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급 일정으로 당초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를 둔 가정이 전학이나 신입생 배정 등 새 학기를 준비하려면 통상 전년도 11월까지 거주지 이전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공단은 신학기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 3월 12일에야 입주자 수시모집을 공고했고, 최종 입주자 선정 결과도 약 한 달 뒤인 4월 6일에 발표했다.
이미 자녀들의 신학기가 시작된 뒤였기 때문에 학생 자녀를 둔 해수부 직원들은 새 학기 일정에 맞춰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이주할 기회 자체를 놓치게 됐다.
가족 동반 이주를 지원하겠다던 ‘가족형 임대주택’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실제 입주 현황에서도 확인됐다.
곽규택 의원이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종 계약체결자 소속 부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종 매입된 48세대 중 해수부 소속 직원이 입주한 세대는 단 3세대에 불과했다.
나머지 45세대는 부산시청과 부산시교육청, 부산소방재난본부 등 기존 부산지역 소재 기관의 공무원들에게 배정됐다.
해수부 직원의 부산 이전과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미분양주택을 급하게 매입했지만, 전체 매입 주택의 약 94%가 매입 취지와 달리 기존 부산지역 공무원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결국 공단은 해수부 직원들의 주거 안정을 내세워 미분양주택을 서둘러 매입했지만, 실제 운영 결과는 당초 사업 취지와 큰 차이를 보였다.
사업 추진에 앞서 해수부 직원들의 실제 입주 수요와 가족 동반 이주에 필요한 일정, 출퇴근 편의와 교통·생활 여건 등을 제대로 조사하고 반영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곽규택 의원은 “다수의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사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단 10일의 접수 기간만 부여하고, 급경사와 접근성 문제가 지적된 주택을 1순위로 선정한 과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특정 미분양주택을 염두에 두고 형식적인 공모 절차만 거친 것은 아닌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 이전 직원들에게 단순히 거주할 공간만 제공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출퇴근 여건과 교통·생활 인프라는 물론, 자녀의 전학과 신입생 배정 등 가족 전체의 필요를 반영하지 못한 주택을 공급하면 직원들의 주거 만족도와 가족 동반 이주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가족은 기존 거주지에 남고 직원만 부산에서 주중에 홀로 생활하다가 주말이면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주소지만 이전될 뿐 실질적인 지역 정착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는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인구를 유입하고 지역경제와 교육·생활권을 활성화하려는 정책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맹화찬 기자 a59620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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