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징용에 희생된 유골 33구”, “꿈에도 그리던 조국 품으로 간다”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17-08-07 09:50:13
▲국평사 윤벽암 주지가 식사를 하고 있다. 이승민 특파원 |
[로컬세계 이승민 특파원]지난 6일 도쿄 재일동포 사찰 국평사(國平寺)에서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 희생자 유해봉환식’이 열렸다.
일본 각지에 방치되어 있는 조선인 희생자들의 유해를 모셔와 그동안 공양을 드려오던 국평사는 한국 시민단체인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위원회’와 협력해 신원이 파악된 100여 구를 순차적으로 한국에 보내기로 하고 이날 봉환식을 열었다.
봉환식은 재일동포와 한일 봉환식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해 33위를 고국의 품속으로 보내드리는 행사로 봉환식사, 살풀이 춤, 영매자의 춤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 희생자 유해봉환식 행사 중 살풀이 춤을 추고 있다. |
1965년에 창건한 국평사에는 일제시대 강제징용 등의 이유로 일본에 끌려와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신 재일동포 무연고 유골 약 300여 구가 보관돼 있다.
국평사 윤벽암 주지는 식사를 통해 “일본에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들은 갖은 민족적 멸시와 차별 속에서 고력에 시달리는 운명을 겪었다”며 “일본땅 방방곡곡의 군수공장과 비행장, 철길교량 공사장, 탄광에서 무참하게 희생되었고 죽어서도 누울 곳조차 없이 무주고혼이 되어 내버려진 유해가 무려 100만에 이른다”고 밝혔다.
윤 주지는 이어 “오늘의 봉환은 국평사에서 오래 머물고 있는 유해들 중 일부를 꿈에도 그리던 고국으로 모시게 됐다. 민족의 소원인 평화통일이 실현되면 통일묘지에 안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평사 윤벽암 주지 스님이 징용 희생자 유골함 앞에서 합장 절 3배를 하고 불경을 외우고 있다. |
재일동포 할머니 할아버지를 지원하는 모임’의 미즈시리 후쿠코(水尻福子) 대표는 “국평사의 윤벽암 주지는 일제 강제징용으로 끌려와 한을 안고 돌아가신 유해들을 찾아 모셔와 공양을 드리고 있다. 이런 일을 하실 수 있는 분은 윤 주지스님 밖에 없다”며 “그동안 쉬지 못하고 이국을 방황하던 징용 희생자들이 고국의 품으로 돌아가시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조선인 희생자의 한 영혼이 영매춤을 통해 오열하고 있다. |
일제강점기 군인 군속을 제외한 일본 민간 기업들에 강제 동원된 노무자는 최소 약 7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는 유골이 한국으로 돌아온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 산재되어 있는 조선인 희생자들의 유골은 신원이 밝혀져 국평사처럼 사찰 등에 보관돼 관리가 되고 있는 유해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남의 뼈와 뒤섞여 있거나 분골 돼 있어 실상 누구의 뼈 인지도 알 수가 없다. 지금도 인적도 없는 야산이나 지하에 이름도 없이 방치되어 있다.
▲한국 유족과 관계자들이 봉환식을 마치고 유골 33위의 유골함을 들고 국평사를 나와 일본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
한·일 양국 간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유골 반환 문제가 정식 언급된 것은 2004년 12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였다. 이후 2005년부터 실태조사를 벌여왔고 2008년 1월 22일 도쿄 유텐지(祐天寺)에 안치돼 있는 군인 군속 사망자에 대한 1차 유골 반환을 시작으로 몇 차례에 걸쳐 군인, 군속으로 끌려간 사망자 유골을 한국 측에 인도한 바 있지만 명분뿐이고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현 한국 정부의 무관심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제시대 강제동원된 유족들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마저 편히 쉬지 못하고 타국을 떠돌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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