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종교 지도자 영장과 법치의 한계: ‘여론재판’과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한다
한상면 기자
samhan38@naver.com | 2026-06-24 09:56:59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이를 둘러싼 법리적 공방이 뜨겁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신도들의 특정 정당 가입 의혹을 ‘조직적 업무방해’와 ‘정당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이 총회장을 그 ‘정점’으로 지목했다. 거대 종교 단체의 선거 개입 의혹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으며,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의혹 규명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대중적 분노가 큰 사건일수록 사법당국이 견지해야 할 태도는 명확하다. 여론의 압박이나 정치적 해석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헌법이 보장한 ‘신체의 자유’와 형사소송법상의 ‘불구속 수사 원칙’이라는 법문에 가장 가까이 서는 것이다. 이번 영장 청구와 사법처리 방향이 왜 법치주의의 위기를 자초하는 무리수인지 세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유령 피해자’와 선택적 정의의 모순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맹점은 피해 당사자의 부재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위계나 위력으로 타인의 업무를 마비시킨 실질적 피해가 입증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의 법적 피해자는 국민의힘이다. 그러나 정작 피해 당사자인 정당은 공식적인 고소·고발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가만히 있는데, 제3자의 고발이나 수사기관의 자체 인지만으로 “정당 업무가 방해당했다”며 95세의 초고령 피의자에게 인신구속의 칼날을 들이대는 구조는 형사사법의 상식과 보충성 원칙에 위배된다.
나아가 이러한 수사가 사법의 ‘형평성’을 충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과거 통일교(한학자 총재) 사건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거대 종교 단체들의 정치권 로비와 신도들의 정당 가입 의혹은 여야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과거 민주당 정부 시절이나 내부 경선 과정에서도 유사한 종교 세력의 유입 의혹이 있었음에도, 유독 특정 시점의 특정 정당 관련 의혹에만 국가 사법권이 일사불란하게 작동한다면 이는 ‘선택적 수사’이자 ‘정치적 표적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둘째, ‘사석 발언’과 부도덕한 폭로자에 의존한 증거의 공백
법리적으로 가입 강요나 업무방해가 성립하려면 공식 행사나 예배에서의 노골적인 지시, 혹은 이를 증명할 명백한 물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공식 석상의 증거가 전무한 상태에서, 소모임이나 사석에서 오간 개인적 의사 표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종교 지도자 역시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사적인 자리에서 정치적 견해를 밝힐 자유가 있다. 사석에서의 말 한마디나 묵인 정황을 조직적 범죄의 지시로 비약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처사다.
특히 수사의 단초가 된 내부 폭로자들의 정체도 사법적 괴리를 키운다. 이들은 대개 교단 내부의 행정실무를 담당하던 2인자(총무, 본부장 등)들로, 내부에서 거액의 횡령 등 개인 비위로 고소당한 후 탈퇴한 인물들이다. 자신의 형사책임을 감경받거나 보복을 목적으로 한 ‘오염된 증인’의 일방적 진술은 위증의 동기가 다분하다. 사법부가 이러한 추상적 진술과 정황을 객관적 물증과 구별하지 못하고 구속 사유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법치주의의 파산을 의미한다.
셋째, 모든 종교계로 번질 ‘사법의 부메랑’과 정치적 기획설
이번 사건이 무리하게 사법처리될 경우 초래될 ‘냉각효과(Chilling Effect)’는 대한민국 종교계 전체를 위협한다. 그동안 수많은 기성 종교 지도자들(목사, 승려, 신부)은 광장 시위나 주일 설교를 통해 특정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거나 가입을 독려해 왔다. 사석 발언만으로 정당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는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향후 어떤 종교 지도자든 설교 중 사회적 현안을 언급하는 순간 반대 진영의 고발에 의해 수사 대상이 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다.
이 때문에 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좌파 기독교 정치인들의 정치적 기획’이라는 비판과 음모론이 제기된다. 대중적 비호감도가 높은 종교 단체를 시범타로 삼아 사법적 족쇄(선례)를 채운 뒤, 향후 보수 성향 기성 교계의 정치적 목소리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러한 프레임이 본격화되면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대한민국은 적과 아군만 남는 극단적인 종교·이념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된다.
결론: 법원은 법문 앞에 외롭게 서야 한다
구속은 여론을 달래기 위한 장치가 아니며, 수사의 편의를 위한 치트키도 아니다. 불구속은 특혜가 아니라 형사사법의 대원칙이다. 사안이 정치적으로 치우쳤다는 의심이 들수록, 법원은 차갑게 법 원칙만 보아야 한다.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할 것은 피의자가 ‘의혹의 정점인가’가 아니라 ‘불구속으로는 절차 진행이 절대 불가능한가’다. 정당 스스로가 거부하고, 오염된 증인의 진술만 존재하는 무리한 구속영장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정신에 따라 단호히 기각되어야 마땅하다. 사법부가 권력의 의중과 대중의 분노 앞에서도 법이 정한 요건 앞에서 멈출 수 있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완성된다.
한상면 발행인 겸 대표기자 samhan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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