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용수의 팍스코리아]동중이 이중동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16-03-21 10:04:45

▲설용수 이사장.

평화와 안전, 그리고 복지는 인류가 끝없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국 중심의 국가주의 및 민족주의, 그리고 이념과 종교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초국가·초민족·초종교적 운동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운동을 통해 인류의 미래에 관한 문제, 즉 평화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의 이치를 보면 ‘동중이(同中異) 이중동(異中同)’, 즉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양론 중 어느 하나만을 따라가면 영영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으니 ‘동중이’를 인식하고 ‘이중동’을 따라가야 한다.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서로 한 걸음씩 물러서서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노력이 평화 구현을 위한 첫 걸음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구동존이(求同存異)’이나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도 같은 의미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만나서 문제를 풀어 나가야 된다는 말이다. 이는 원효성사가 ‘화쟁론(和諍論)’에서 모든 논쟁은 분열이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도 일치한다. 

버틀란드 러셀은 ‘인류를 죽이는 애국심은 어디에서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 바 있다. 오늘날의 인류는 러셀의 호소를 현실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인류 평화 구현을 위한 슬로건으로 동양에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와 만민형제주의(萬民兄弟主義)가 있었다면, 서양에는 ‘전 세계를 향토로 하고 전 인류를 한 국민으로 하는 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키니코스학파의 동포주의가 있었다.


그 이후 민주주의 이론의 초석을 놓은 루소는 ‘국가 간의 전쟁상태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연합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근대 철학을 집대성한 칸트는 ‘전쟁은 통합적인 정치기구나 세계국가 같은 것이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므로 국가들의 보편적 연합(Universal Union of States)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평화 구현운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로부터 끝없이 전개해 나왔으나, 제1차 세계대전 후 창설된 국제연맹(LN),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창설된 국제연합(UN) 등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과 전쟁이 이 시간에도 인류의 평화를 깨뜨리고 있다.


국제연합이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국가이기주의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마다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다르니 어떻게 전쟁을 예방할 수 있으며 핵무기 같은 대량 살상무기를 폐기하고 억제시킬 수 있겠는가. 이 상태로는 끝없이 벌어지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결말을 내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면 국제연합 창설 당시 승전국이었던 소련은 ‘유물론(唯物論)’을 주장하는 공산주의 국가로서 유엔 산하에 여러 평화기구를 창설할 때 종교분쟁을 조절할 수 있는 분과위원회의 창설을 막았다. 그런 연유로 종교문제로 인한 갈등과 종교 간의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대화의 채널이 없으니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는 것이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자 미국은 유엔의 결의도 거치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 수많은 인명 살상과 재산 피해를 입히고 자국의 군인도 수천명이 전사하는 사태를 야기했으며 이라크를 공격해 지금까지 내전을 치르고 있어 오히려 종교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아직까지도 계속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중동의 화약고라 일컫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해묵은 영토분쟁도 먼저 종교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