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정 칼럼] 나의 빛, 나의 그림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5-09-01 12:43:47

이훈정 서양화가

연필을 잡는다. 흑연이 종이 위를 스치며 부드러운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선 하나, 명암 하나에 온 마음을 담는 이 순간, 나는 눈을 감고 엄마를 떠올린다. 희미해지는 듯 선명한 기억 속에서, 엄마의 따뜻한 손길과 웃음소리가 느껴진다. 그림은 내게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동시에,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엄마에게 전하는 소중한 편지이자 내게 유일한 위로가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내 삶은 그림 그 자체였다. 힘들고 외로웠던 순간마다 나는 그림을 그렸다. 캔버스 위에 마음을 쏟아낼 때마다 신기하게도 아픔은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왔다.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였던 그림은 이제 나를 지탱해 주는 기둥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기둥의 시작에는 언제나 엄마가 계셨다.

엄마를 향한 그리움은 내 그림의 가장 깊은 명암이 된다. 맑은 하늘을 그릴 때면,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깊고 맑은 눈빛이 떠오른다. 한 송이의 꽃을 그릴 때면, 엄마가 좋아하시던 소박한 미소와 손끝에 배어 있던 온기가 되살아난다. 모든 선과 색채는 엄마와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엄마와 다시 만나는 기적이 된다.

나의 빛 27.0x18.0cm Pencil on paper 2025. 이훈정作

엄마는 내가 가장 어둡고 막막했던 순간에도 한 줄기 빛이 되어 나를 이끌어주셨다. 나는 그 빛을 따라 지금의 나로 걸어왔고, 이제는 그 빛을 그림 속에 담아 또 다른 이의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의 그림이 비록 흑백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엄마의 사랑과 내 그리움은 어떤 빛보다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오늘도 나는 연필을 들고 조용히 종이 위에 마음을 얹는다. 그림은 엄마의 따뜻한 품이자, 제가 외로울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어깨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것이다. 그 속에는 여전히 엄마가 계시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담겨 있을 테니까.

나의 그림 속 빛은 단순한 자연의 빛이 아니라, 삶의 빛, 사랑의 빛, 그리고 영원한 나의 엄마의 빛이다. 나는 오늘도 그 빛을 따라 묵묵히, 그러나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언젠가 내 그림을 통해 누군가의 가슴에도 따뜻한 빛 한 줄기가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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