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위안부 배상금’ 108억 거부하더니 “12억 내라”(?)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21-03-05 14:54:04

권기환 칼럼니스트

▲권기환 칼럼니스트. 

“108억원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3년 뒤에 “12억원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본이 박근혜 정부에게 위안부 할머니 배상금 108억원(10억엔)을 주겠다고 한 돈을 걷어 찬 건 2018년이고, 12억원을 내놓으라고 한 건 2021년이다. 108억원의 돈을 걷어찬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고 12억원을 달라는 이는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 민주당 대표 시절 “10억엔에 우리의 혼을 팔아넘겼다”며 2015년의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12억원의 책임을 인정한 한국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어떠한 추가적 청구도 하지 않겠다”라고 밝히자, 피해자들은 “알아서 강제집행을 하라고 떠넘기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보다 박근혜 정부가 더 강한 대일외교 강경책을 썼었다. 경향신문조차 2017년 1월 9일자 사설에서 박근혜 정부가 대일외교 강경책을 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을 이용해 일본 아베 총리를 압박했다. 한미일 3국 간에 외교력을 절묘하게 발휘해 4개 항의 항복문서를 받아냈다. △첫째 일본군이 위안부에 관련했다는 것을 인정해라 △둘째 일본 정부도 책임을 통감해라 △셋째 아베 총리도 사죄하고 반성해라 △넷째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위안부를 지원해라 이 네 가지를 모두 받아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이 2015년 박근혜 정부 외교부가 일본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상임대표였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정부 외교부와 면담한 기록을 문재인 정부 외교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 10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한변이 외교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거부당한 정보 5건 가운데 1건을 제외한 나머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윤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 합의과정에서 4번이나 외교부측과 만났으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이 사실을 숨겼다. 그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전 정권 외교부와 만난 사실이 없다고 발뺌한 것이다. 그래서 한변이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내 승소했다.


법원의 이날 판결로 윤미향 의원에 대해 제기된 위안부 합의 관련 의혹이 규명 될 수 있다. 윤 의원은 회계부정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해서 기소 상태이지만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사전에 외교부와 네 번이나 면담하고 알면서도 용인하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는 일본 정부의 위로금을 받는 걸 막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웃기는 일은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탑골공원에서 3·1절 102주년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다. 또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순 없다. 과거 문제는 과거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 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2019년 3·1절 기념식에선 “친일 잔재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고 했었다. 그해 7월에는 청와대 참모들까지 나서 ‘죽창가’를 거론하며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친일파’가 있는 것처럼 공격했다.

과거를 이용해 미래를 막은 세력이 누군가. 아무 대책도 없이 한일문제를 정파적 이익과 반일감정을 자극해 표를 얻는데 이용해 외교관계를 매우 꼬이게 만든 연후에야 문 대통령의 말과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유화적 기념사 이후 아무런 구체적인 화해 묘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국제 사회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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