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쉬기를 반복하는 다리 통증, ‘말초동맥질환’ 위험 신호임을 인식해야

마나미 기자

| 2026-06-01 15:14:50

-혈관 막히면 통증·상처 치유 지연, 심하면 다리 절단 위험까지
-흡연·당뇨·고혈압·고지혈증 위험 요인, 조기 진단 중요

[로컬세계 = 마나미 기자] 걸을 때마다 종아리나 허벅지가 아파 자주 쉬어야 한다면 단순 근육통이나 허리 문제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 다리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말초동맥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서다. 말초동맥질환은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지만, 병이 진행되면 다리 통증과 발 시림, 상처 치유 지연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궤양·괴사로 이어져 절단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의 도움말로 말초동맥질환의 증상과 치료법, 다리 절단을 예방하기 위한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다리로 가는 ‘혈액 공급 도로’가 막히는 질환

말초혈관질환은 심장과 뇌를 제외한 팔·다리 등 말초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다리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말초동맥질환이 있다. 동맥은 산소와 영양분이 풍부한 혈액을 조직으로 보내는 통로인데, 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다리 근육과 피부, 발가락까지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는 “쉽게 말해 다리로 가는 ‘혈액 공급 도로’가 막히는 병”이라며 “단순히 다리가 아픈 질환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상처가 낫지 않거나 조직 괴사, 심한 경우 절단까지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가 한 환자와 진료 상담하고 있다.

걷다 쉬면 좋아지는 다리 통증, 혈관 문제일 수 있어

말초동맥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다리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하지동맥폐색증이다. 하지동맥폐색증은 대부분 동맥경화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발생한다. 혈관 벽 안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세포가 쌓이면 혈관이 점차 좁아지고, 심한 경우 완전히 막힐 수 있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병이 진행되면 일정 거리를 걸을 때 종아리나 허벅지, 엉덩이 부위에 통증이 생기고 쉬면 다시 좋아지는 ‘간헐적 파행’이 나타난다. 더 진행되면 가만히 있을 때도 발이나 발가락에 통증이 생기고, 발이 차갑거나 창백해지며 작은 상처도 잘 낫지 않는다. 심한 경우 발가락이나 발에 궤양·괴사가 생겨 절단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허리디스크·관절질환과 혼동 쉬워

하지동맥폐색증은 허리디스크나 관절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되기 쉽다. 허리디스크는 허리 통증과 함께 엉덩이부터 다리로 뻗치는 저림이나 방사통이 나타나고, 자세나 움직임에 따라 통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하지동맥폐색증은 걷는 동안 다리 근육에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통증이 생기고, 잠시 쉬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조성신 교수는 “걷다가 멈췄을 때 1~2분 안에 통증이 씻은 듯 사라진다면 근육이나 관절 문제보다 혈관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흡연·당뇨·고혈압·고지혈증 있다면 주의

말초동맥질환의 주요 위험 인자는 흡연,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고령이다. 특히 흡연은 혈관을 직접 손상시키고 동맥경화를 빠르게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치료 후에도 흡연을 지속하면 재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당뇨병도 중요한 위험 인자다. 당뇨병은 동맥경화를 촉진해 다리 혈관을 좁아지게 할 수 있고, 말초신경 손상으로 발의 상처나 염증을 늦게 발견하게 만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는 발의 작은 상처도 궤양·감염으로 악화되고, 심하면 절단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성신 교수는 “당뇨발은 상처만의 문제가 아니라 혈류, 감염, 상처 관리가 함께 얽힌 질환”이라며 “당뇨병 환자는 발 상태를 자주 확인하고, 상처나 물집, 피부색 변화가 있으면 조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물부터 시술·수술까지 환자 상태에 맞춰 결정

말초동맥질환 치료는 병의 정도, 환자의 전신 상태, 병변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금연, 운동, 당뇨·혈압·콜레스테롤 조절과 함께 항혈소판제 등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증상이 진행했거나 혈류가 많이 감소한 경우에는 혈관을 직접 넓혀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치료에는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풍선확장술, 금속 그물망을 삽입해 혈관을 유지하는 스텐트 삽입술, 혈관 안의 동맥경화 찌꺼기를 제거하는 죽종절제술 등이 있다. 병변이 길거나 복잡한 경우에는 막힌 부위를 우회하는 혈류 통로를 만드는 우회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약물방출풍선 등 혈관내 치료 기법이 발전하면서, 병변 위치와 길이, 석회화 정도, 상처 유무 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가 중요해지고 있다.

발가락 괴사 의심돼도 포기 금물…혈류 회복 치료가 관건

말초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은 발가락이 검게 변하거나 상처가 오래 지속되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무조건 절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혈류를 회복시켜 조직을 살릴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성신 교수는 “절단을 피하려면 걷다가 다리가 아프기 시작할 때, 혹은 발 상처가 잘 낫지 않을 때 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좋다”며 “발가락 색이 변했거나 상처가 오래 지속되더라도 늦었다고 단정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혈관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연·걷기 운동·발 관찰로 예방과 조기 발견 중요

말초동맥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금연이 가장 중요하며, 환자 상태에 맞는 걷기 운동과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도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는 매일 발을 확인해 상처, 물집, 피부색 변화가 없는지 살피고, 작은 상처라도 낫지 않으면 조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조성신 교수는 “말초동맥질환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절단 역시 상당수는 예방이 가능하다”며 “걷다가 다리가 아프거나 발 상처가 잘 낫지 않거나 발가락 색이 변한다면 전문의와 상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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