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 김포시장, 정부 일방 발표에 반발…“교통대책·재정대책부터 마련하라”

유기호 기자

artour@hanmail.net | 2026-10-29 15:19:24

김포시 반대에도 3만7000가구 공급 추진…“시민 생존권 지킬 대책 수용해야”
5·9호선 연장·향산대교 건설·계양강화고속도로 전면 지하화 요구
공공임대 확대 따른 재정 손실 보전·기업 유치 등 자족기능 확보 촉구
이기형 김포시장이 29일 김포아라 공공주택지구 후보지 발표에 따른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김포시의 입장과 강력한 요구 사항을 밝혔다. 김포시 제공

[로컬세계 = 유기호 기자] 정부가 경기 김포시에 3만7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하자 이기형 김포시장이 강하게 반발했다. 광역교통대책과 자족기능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주택 공급을 추진하면 김포가 서울의 주거 수요를 떠안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시민의 삶의 질도 악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시장은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김포아라 공공주택지구’ 후보지 발표에 유감을 표명했다. 김포시의 반대에도 정부가 사업 추진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교통난과 지방재정 악화, 원주민 피해를 막을 실질적인 대책을 사업계획에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이 시장은 “김포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일방적 강행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철저한 대책 없는 일방적 주택 공급은 우리 시를 단순한 ‘소비형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키고 시민의 삶의 질을 벼랑 끝으로 내몰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포한강2공공주택지구에 이어 신규 주택 공급계획까지 추가되면서 공공임대주택 비중 확대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과 시민의 재산권 침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이 정부에 요구한 핵심은 네 가지다. ▲실효성 있는 광역교통대책 전면 수용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따른 지방재정 손실 보전 ▲실질적인 자족기능 확보 ▲원주민 권익 보호와 합리적인 지구계획 수립이다.

5·9호선 연장부터 도로망 확충까지…“교통대책 수용해야”

이 시장은 광역교통대책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대규모 주택 공급에 앞서 교통망 확충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교통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사업은 기존 사업과 별도의 사업비로 검토해 행정절차 지연을 막고, 서울지하철 9호선 김포 연장·직결을 위한 광역교통 개선대책과 사업부담금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포환경재생혁신복합단지의 자족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서부권광역급행철도 차량기지 위치를 조정하고 신설역을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행정절차를 간소화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총사업비의 20~25%를 광역교통 개선대책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도로망 확충 요구도 이어졌다. 향산대교와 양촌대교 건설, 영사정IC 램프 설치, 올림픽대로 개화IC~당산역 구간 확장, 김포한강로~올림픽대로 간 BRT 차로 설치와 운행 보장 등을 요구했다. 계양강화고속도로의 전면 지하화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시장은 정부가 신규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려면 이 같은 교통대책을 포함해 김포시가 제시한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세 손실 1115억원 추산…공공임대 확대 부담도 쟁점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따른 지방재정 손실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됐다.

김포시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인해 지방세 약 1115억원의 손실과 매년 181억원의 재산세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주택지구 내 주택 구성 비율을 정할 때 김포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공공임대주택은 법정 최소비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신규 지구 내 LH 소유 임대주택에 대한 지방세 감면 신청 포기 등 시의 재정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세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인구가 늘어나면 도로와 교통, 복지 등 행정서비스 수요도 증가한다. 그러나 지방재정 손실을 보전할 방안이 없다면 인구 증가에 따른 행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김포시의 우려다.

이 시장은 주택 공급 규모만 늘릴 것이 아니라 사업 추진에 따른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까지 고려해 실질적인 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연구시설 유치로 자족기능 확보…원주민 보상대책도 요구

김포가 주거 기능에 치우친 도시로 남지 않도록 산업과 일자리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시장은 평화경제특구와 국가산업단지 지정 등 김포의 지역적 특성을 지구계획에 반영하고, ‘유엔 AI 허브’를 비롯해 대학 연구시설과 기업, 공공기관 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시설을 유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택 공급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주거시설뿐 아니라 산업 기반과 양질의 일자리가 함께 조성돼야 한다는 취지다. 지역 내 일자리가 부족하면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는 만큼 주택 공급과 자족기능 확충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주민의 권익 보호와 합리적인 지구계획 수립도 요구했다. 합리적인 보상가 산정과 실효성 있는 맞춤형 이주대책을 마련하고, 이번 지구계획에서 제외된 영사정 부근 한강변을 편입해 수변친수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시장은 “김포시가 밝힌 요구는 우리 시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최소한의 요구”라며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에 부합되도록 정부의 전향적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촌읍·사우동 일대 365만㎡…주택 3만7000가구 공급 계획

국토교통부는 이날 김포를 포함한 수도권 신규 공공주택 후보지 6곳을 발표했다.

김포아라 공공주택지구는 김포시 고촌읍과 사우동 일대 약 365만㎡ 규모로, 주택 3만7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이다. 이날 발표된 전체 추가 공급 물량의 약 48.2%에 해당하며, 사업은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2027년부터 2035년까지 추진될 예정이다.

대규모 주택 공급계획이 현실화하려면 교통망 확충과 지방재정 손실 보전, 산업·일자리 기반 조성 등 김포시가 제기한 요구를 어떻게 반영할지가 관건이다. 정부가 공급 물량 확대에만 집중할 경우 교통난과 재정 부담을 둘러싼 지자체의 반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후속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유기호 기자 artou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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