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방글라데시인들, 언어수호 기념 '샤히드 디보쉬' 개최

최종욱 기자

vip8857@naver.com | 2018-02-22 16:17:36

매년 2월 21일, 전 세계서 추모 행사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소재한 쇼히드 미날.(방글라데시 교민회 제공)

[로컬세계 최종욱 기자]주한 방글라데시인들이 지난 21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소재한 쇼히드 미날(Shaheed Minar)에 모여 방글라데시 언어수호를 기념하는 날인 '샤히드 디보쉬' 행사를 치렀다.

이날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아비다 이슬람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 아델 아다일레 주한 요르단 대사, 롱 디몬쉐 주한 캄보디아 대사, 실베스트르 쿠아씨 빌레 주한 코트지부아르 대사, 동남아시아 공인탐정 회장 시디크 아부바커를 비롯, 한국에 거주하거나 유학을 온 방글라데시 학생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언어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아비다 이슬람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의 헌화를 시작으로 국제모국어의 날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이어 학술토론회, 방글라데시·필리핀·네팔의 전통 노래와 춤·공연 등이 펼쳐지고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기념행사는 막을 내렸다.
 


방글라데시는 벵골어를 뜻하는 ‘방글라’와 나라를 뜻하는 ‘데시’가 합쳐서 ‘벵골어를 사용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매년 2월 21일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가장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이날 전국에서는 수많은 국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언어수호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여하고 가까운 '쇼히드 미날'을 찾아 희생된 이들에게 꽃을 받치며 추모한다. 특히 다카대학교 캠퍼스에서는 대통령과 총리 정치인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인사와 수많은 국민들이 참석해 대규모 기념행사를 치른다.

'쇼히드 미날'이란 기념비는 파키스탄의 벵골어 말살 정책에 맞서 싸우다가 모국어를 지키기 위해 희생된 순교자들을 기리고자 지은 것으로 대학 캠퍼스와 마을 입구에 위치해 있다.

1947년 영국에서 해방된 후 파키스탄의 11개 주 가운데 1개의 주가 돼 독립했다. 당시 벵골지역에서 동벵골 지역은 이슬람 종교라는 공통점 때문에 파키스탄과 함께 묶여 파키스탄으로 독립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통치를 쉽게하기 위해 자신들의 언어인 우루두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벵골어 말살 정책을 시도했다.

이에 다카대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언어 운동’ 시위가 벌어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가세했다. 1952년 2월 21일 일어난 시위에서 파키스탄 정부는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학생을 포함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언어 운동 시위는 1956년, 파키스탄 정부로 하여금 벵골어를 공용으로 공표하게 했고,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1971년 3월 26일 동파키스탄과 서파키스탄 사이에 전쟁이 발발해 같은해 12월 16일 동파키스탄이 승리하면서 동파키스탄은 방글라데시로 서파키스탄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면서 독립됐다. 방글라데시는 이 전쟁을 해방 전쟁이라고도 한다.

시디크 아부바커 동남아시아 공인탐정 회장은 “이처럼 방글라데시인들에게 '샤히드 디보쉬'는 아주 특별하고 의미 있는 날”이라며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세계의 어떤 나라와 도시를 불문하고 규모와 상관없이 매년 쇼히드 미날(Shaheed Minar)순교자기념비에서 기념행사를 치른다”고 강조했다.

한편 매년 2월 21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모국어의 날'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각국의 언어·문화 존중을 목적으로 기념일을 제정했다. 아울러 방글라데시 국민들이 모국어인 벵골어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 뜻을 기려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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