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우호 간직한 일본 속 한국정원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localsegye.co.kr | 2015-06-30 16:15:28

아타미시, 김대중 대통령·모리요시 총리 정상회담 기념 조성
모든 재료 한국서 공수해 한국건축가가 손수 만들어

▲아타미시의회 시의원 다카하시 유키오 씨가 한국정원에 있는 조선시대의 집을 가르키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승민
[로컬세계 이승민 특파원] 일본 도쿄에서 전차를 타고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2시간쯤 달려가다 보면 온천의 고장 아타미를 만난다. 이곳은 물 좋은 온천으로 인기가 좋지만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매화공원도 있다.

800여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는 아타미바이엔 (熱海梅園)은 제일 먼저 매화가 피는 공원으로 일본에서도 유명하다. 꽃이 필 무렵이면 매화축제가 열린다. 온통 산을 물들인 꽃과 향춘객들로 어울려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관광객만 80만명이 넘는다. 

▲한국정원 담벼락에 새겨놓은 아타미바이엔한국정원 현판. 사진 이승민
이곳 공원에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조선시대의 한옥이 지어져 있다. 이 건물은 한국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아타미시에서 1억 900만엔(10억원)을 들여 만든 한국식정원이다.
 
2000년 9월 23일 고 김대중 대통령과 일본 모리요시 총리는 정상회담을 가진 뒤 다음날 24일 아타미 매화공원을 방문, 원내를 산책하며 환담을 나눴다.

아타미시는 역사적인 이 회담을 기념하고 한일간의 우호와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조선시대의 전통적인 양식과 기법을 도입한 정원을 조성했다. 한국건축관계자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졌으며 사용된 대문, 기와, 담, 목재 등의 모든 재료들도 한국에서 가져왔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모리 전 총리가 친필로 서명한 우호평화기념비. 사진 이승민
바깥 정원은 안쪽 정원을 돌아가는 형으로 정원길을 만들었고 흐르는 물은 분천으로부터 솟아나와 자연스러운 모양으로 아래의 연못과 연결하여 음양의 조화와 미를 더했다. 이 정원에는 복숭아 살구 개나리 도라지 무궁화 등 31종류의 크고 작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한국의 향수와 고향적인 정감을 느낄 수 있다.

아타미시의회 다카하시 유키오 의원은 “아타미시의 예산으로 만든 이 한국정원은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친선의 표시이다. 한국인도 이러한 일본인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타미시청의 노나카 공원녹지실장은 “한일우호의 상징인 한국정원의 건물, 정원나무, 호수 등 모든 시설물은 아타미시청에서 특별하게 보존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식 집 처마에 라종일 전 주일한국대사의 글귀 ‘인연의 집’이 걸려 있다. 사진 이승민.
한국정원 조선의 집 처마에는 ‘인연의 집’이라는 라종일 전 주일한국대사의 글귀가 쓰여져 있다. 양국 정상들의 인연이 이 정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 김수진 씨는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이한 올해 일본에서 한국정원의 사연을 듣고 보니 감동스럽다. 다시 양국의 정상들이 만나 새로운 인연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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