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손잡고 걷다 보면 하루가 간다…남원 흥부제, 가족의 가을 놀이터로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6-10-06 16:55:02

낮에는 직업·과학·전통체험, 해 지면 창극·국악·불꽃놀이로 분위기 전환
9~10일과 11일 체험 내용 달라…방문 날짜에 따라 즐기는 재미도 달라져
광한루원 미디어아트부터 요천둔치 체험까지…아이와 부모가 함께 움직이는 축제
체험·공연 사이 흥부장터와 K-푸드 월하단길까지…남원의 맛도 즐길 거리
제34회 흥부제, 낮에는 체험, 밤에는 공연과 불꽃 흥부제 200% 즐기기. 남원시 제공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가을 햇살이 남은 오후, 아이 손을 잡고 요천둔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공연장이 아니라 체험공간이다.

아이들은 직업체험 부스로 발걸음을 옮기고, 부모는 오늘 무엇부터 해볼지 일정을 살핀다. 한쪽에서는 과학 실험이 진행되고 다른 곳에서는 수학 원리를 활용한 놀이가 이어진다. 올해 제34회 흥부제는 이런 풍경을 염두에 둔 듯하다.

오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광한루원과 요천둔치 일원에서 열리는 축제는 ‘무엇을 볼 것인가’보다 ‘무엇을 직접 해볼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날짜에 따라 체험 내용이 달라 가족 관람객이라면 방문 날짜부터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9~10일엔 아이들이 ‘직업인’이 된다

9일과 10일 요천둔치 흥부체험존에서는 어린이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직업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과학수사부터 동물병원, 치과, 건축까지 8개 직업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아이들이 설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역할을 맡아보는 방식이라 자연스럽게 놀이와 교육이 섞인다.

조금 더 큰 아이들은 청소년 전통과학축전과 수학체험교실로 발길을 옮길 수 있다. 전통과학축전에는 30개 체험부스가 들어서고, 수학체험교실에서도 10개 참여형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축제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놀기만 한다’는 아쉬움을 덜 수 있고, 아이에게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만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9일에는 그림과 글로 흥부 이야기를 표현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사랑의 광장에서는 흥부 그림 그리기 대회가, 광한루원에서는 흥부 백일장이 열린다.

11일에는 조선시대로, 다시 소방관으로

11일 흥부체험존의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만인 무과 별시’에서는 훈련도감 두건을 만들고 석전을 체험하며 조선군사 복식도 입어볼 수 있다. 역사책에서 보던 조선시대 군사문화를 아이들이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셈이다.

잠시 뒤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남원소방서 체험부스에서는 소화기와 완강기 사용법을 배우고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실습도 해볼 수 있다. 하임리히법처럼 응급상황에서 실제로 필요한 방법도 체험 대상이다.

소방체험복을 입고 사진을 남기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축제의 기억이 될 만하다.

체험하다 지치면 공연 한 편…흥부 이야기도 무대에 오른다

아이들이 체험장을 돌아다니는 동안 공연을 곁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흥부체험존에서는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4시에 풍선과 비눗방울을 활용한 어린이 공연이 열린다. 제비상생존으로 자리를 옮기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후 1시와 4시에는 단막창극 ‘흥부전’이 펼쳐진다. 판소리와 무용, 연기를 섞어 흥부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다시 풀어낸다.

오후 2시 30분에는 시민노래자랑이 이어진다. 관객으로 왔다가 무대의 주인공을 응원하는 재미도 있다.

국악 버스킹은 오후 2시에 시작한다. 9일에는 양은주의 민요, 10일에는 소리꾼 새아씨의 퓨전국악, 11일에는 이희정의 퓨전국악이 각각 관객을 만난다.

해가 지면 축제장의 표정이 바뀐다

낮 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면 해가 질 무렵부터는 축제장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첫날인 9일 오후 6시에는 제비상생존에서 사물놀이와 버나놀이, 사자춤을 활용한 점등 퍼포먼스가 시작된다.

광한루원 특설무대에서는 시민의장 및 흥부가족상 수여식과 축하공연이 이어지고, 제비상생존에서는 민요씨스타즈 춘삼월의 무대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밤 9시. 승사교 일원에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아이들에게는 하루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고, 부모에게는 사진 한 장 남기기 좋은 순간이다.

10일에는 하모니카 연주자 박윤호와 퓨전국악밴드 하냥의 공연이 이어진다. 광한루원에서는 광한루 국보 승격 기념식과 축하공연도 열린다.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코미디 공연이 열리고, 제비상생존에서는 송은채와 국악밴드 날다의 무대가 축제의 마지막 밤을 채운다.

밤의 광한루원은 낮과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흥부제를 저녁까지 즐길 생각이라면 광한루원도 빼놓기 어렵다. 완월정에서는 8일부터 11일까지 매일 오후 7시부터 밤 10시까지 미디어아트가 이어진다.

낮에 봤던 광한루원이 해가 지고 조명을 받으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전통 건축물과 빛, 영상이 어우러지면서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은 야간 공간이 된다.

흥부대박정원과 소원박길도 밤에 둘러볼 만하다. 박과 제비를 소재로 만든 경관과 포토존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남기거나, 소원을 적은 박을 걸어보는 것도 흥부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장면이다.

‘체험 하나 보고 돌아가는 축제’는 아니다

올해 흥부제의 특징은 프로그램 하나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것보다 하루의 동선을 스스로 만들어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오전에는 요천둔치에서 직업체험이나 과학·수학체험을 하고, 오후에는 흥부전이나 국악 공연을 본다. 출출해지면 흥부장터와 K-푸드 월하단길에서 지역 먹거리를 맛보고, 저녁에는 광한루원으로 이동해 미디어아트를 감상하는 식이다.

9일에는 불꽃놀이까지 볼 수 있다. 11일 방문객이라면 직업체험 대신 전통무예와 소방안전체험을 중심으로 일정을 짤 수도 있다. 결국 같은 흥부제라도 언제,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하루의 모습이 달라진다.

아이에게는 놀이와 체험의 시간이 되고, 부모에게는 가족과 함께 걷고 먹고 공연을 즐기는 가을 나들이가 될 수 있다.

가족축제의 경쟁력은 프로그램 숫자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머물 이유를 만드는 데 있다. 올해 흥부제가 체험에서 공연, 야간경관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지가 관건이다.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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