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류 축제…“조선 임금님 나가신다, 대취타를 울려라”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5-10-16 20:09:39

신오쿠보 거리 울린 한국의 장엄한 행진, 한일 우정 속 전통문화의 향연 12일 신오쿠보 축제 개막식에서 수원대취타단이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다.

[로컬세계 = 글·사진 이승민 도쿄특파원]도쿄 한복판이 조선의 궁중음악으로 물들었다. 장중한 대취타가 울려 퍼지고, 왕의 행렬이 거리를 가로지르자 도쿄 시민들은 휴대폰을 들고 환호했다. 한류가 K-POP을 넘어 전통으로 확장된 순간이었다.

지난 12일과 13일 양일간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 일대에서 열린 ‘2025 도쿄 코리아타운 페스티벌’은 한국 전통과 현대문화가 어우러진 축제의 장으로 펼쳐졌다.

12일 개막식은 가야금 연주와 태권도 시범으로 문을 열었으며, 김규환 실행위원장의 개회선언, 김연식 공동실행위원장의 인사말, 주일한국대사관 김정현 공사의 축사, 가에다 반리 중의원 의원, 요시즈미 켄이치 신주쿠 구청장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오영석 명예대회장을 비롯해 한일친선단체와 지역 대표들이 함께해 양국의 우정을 다지는 자리가 됐다.

2부 행사에서는 한복 입기, 김치 만들기, 제기차기, 공기놀이, 딱지치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이 마련돼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중앙 무대에서는 K-POP 공연, 태권도 연무, 전통무용, 민요 공연이 이어지며 신오쿠보 거리는 하루 종일 한국의 흥으로 들썩였다.

신오쿠보 축제 중에 수원대취타단이 신오쿠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13일 오전에도 한류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며, 오후에는 ‘조선 왕의 행렬’을 재현한 퍼레이드가 거리 행진으로 이어졌다. 수원대취타단, 조선통신사, 정애진무용단, 사물놀이 팀 등이 함께하며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대취타 행진이었다. 수원대취타단(단장 김영훈)은 집사 김갑석의 지휘 아래 네 줄로 정렬해 나발과 나각, 태평소를 불고 뒤이어 바라·용고·운라가 울려 퍼지며 행진했다. 노란 천익을 입고 초립에 꿩깃을 꽂은 단원들이 “명금일하대취타(鳴金一下 大吹打) 하랍신다!”는 구령에 맞춰 “예이~” 하고 화답하자, 징이 한 번 울리고 용고가 ‘따닥 딱’ 변죽을 치며 장엄한 대취타의 선율이 도쿄 하늘을 가득 메웠다.

신오쿠보 축제에서 대취타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하기 직전, 집사의 구령을 기다리고 있다.

태평소의 우렁찬 소리, 운라의 맑은 음색, 자바라와 꽹과리의 경쾌한 리듬이 어우러지며 행렬은 장관을 이뤘다. 이날 행진에는 본기 허성회, 집사 김갑석, 령기 홍순유·정정림, 나발 윤병찬·오갑진·이형덕·김정희, 나각 김복순, 징 노재국·이정순·강나연, 바라 양도경·이화순·심옥보·이민구, 용고·운라 김태용·김기철·강영자·김정애, 태평소 김동구·우종득·윤준희·김영훈, 기수 이선례·윤춘수, 스텝 공영모 등 총 27명이 참여했다.

신오쿠보 축제 중에 수원대취타단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취타(大吹打)는 조선시대 왕과 관리의 공식 행차에 따르던 궁중 행진음악으로, 부는 악기(취악)와 치는 악기(타악)가 어우러진다. 민속악이 아닌 정악의 한 갈래로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로 지정돼 있으며, 위엄과 장중함 속에서도 경쾌한 리듬이 살아 있다. 도쿄 거리에서 울린 그 소리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시대와 국경을 넘어선 문화의 교류였다.

로컬세계 /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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