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산시, 중국 관광전문 공무원 무자격자 위법채용 의혹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 2021-03-22 02:19:57
학원강사 2곳 5.5개월, 관광프로모션 사기업 2곳 2년3개월, 2년 8개월반 동안 직장 4곳 옮긴 30대 초반
13년차 중국 원어민 부산시 현직공무원, ”면접 때 전문지식, 중국 마케팅 능력발휘할 기회조차 안 줘“, ”전문분야 첫질문 답변 중 면접시간 20분 다 경과 ‘삐리릭’ 알람 울려“
시민단체 "감사원고발후, 수사의뢰 검토"
부산시가 ‘중국어 관광홍보 및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경력직 임기제공무원을 공개채용하면서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무자격자를 법을 어겨가며 교묘하게 선발한 의혹이 21일 제기돼 말썽이 일고 있다.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부산시청 전경. 로컬세계 자료사진 |
부산시는 특히 위법채용 의혹이 제기된 경력직 합격자의 경력사항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경력근무지 4곳의 회사명 공개를 거부해 비밀행정을 펴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임용분야 관광홍보(중국어), 주요업무가 ‘중화권 관광객 유치 전략 수립 및 관광마케팅 총괄’, ‘중화권 각종 관광홍보물 등 번역·감수’, ‘중화권 회의 통역’ 등으로 명시된 ‘2021년 1회 부산광역시 임기제공무원 임용시험 재공고’를 한 뒤 서류전형 합격자 8명을 대상으로 지난 16일 면접시험을 통해 최종적으로 30대 초반의 A(응시번호 2102606)씨를 선발, 18일 공표했다.
임용등급은 행정6급, 근무예정부서는 관광진흥과, 연봉은 최저 5100만원에서 최고 7668만원이다.
부산시 인사과에 확인한 결과 합격자 A씨는 경력이 소규모 관광프로모션 관련 기업 1년 5개월(2014~2015년 사이), 다른 관광프로모션 관련 소기업 8개월(2016년), 외국어학원 2곳의 시간강사 각각 0.5개월, 5개월 등 2014~2017년 사이 4개의 소규모 사기업과 외국어학원에서 근무한 기간(부산시가 인정한 주 40시간 근무 기준)이 도합 ‘2년 8개월 15일’ 밖에 되지 않아 임용자격요건인 3년에 7.5개월이나 미달한다.
부산시 공고문을 보면 관광홍보 임용분야 행정6급의 경우 ‘학사학위 취득 후 3년 이상 관련분야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돼 있는데, A씨는 이에 3개월 반이나 부족한데도 서류전형에서 통과한 경위가 의심스럽다.
특히 A씨의 근무경력처로 적시된 회사를 자세히 보면 중국어 통역분야와 관련성이 있을 뿐 부산시가 애초 뽑고자 한 ‘중국 관광홍보 및 중화권 관광객 유치전략 수립, 관광마케팅 총괄’ 경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부산시는 고 안상영 시장 시절인 2002년 12월경 해외관광홍보 및 효율적인 현지 마케팅 강화와 직원들에 대한 수준 높은 외국어교육을 위해 중국·일본·영어권을 대상으로 글로벌 인재 원어민공무원 5명을 선도적으로 뽑아 지금까지 19년째 전국 광역단체 중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며 제도를 정착시켰다.
중국과 일본의 부산시공무원 2명의 빼어난 활약상은 수년 전 영남권의 저명한 언론사 부산일보에 전면 인터뷰로 보도될 정도였다.
▲부산시 중국어 관광홍보 임기제공무원 임용시험 공고문 중 ‘분야별 자격요건’. |
그런데 부산시는 돌연 지난해 12월쯤 해외관광 마케팅 강화, 내국인 응시 기회 형평성 부여 등의 앞뒤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 이상한 이유를 밝히며 내국인을 중국·일본 관광홍보분야(6급 행정직)에 응시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확대했다.
부산시는 이같이 “중국 관광객 유치 관련 마케팅 분야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내국인에게 확대할 수밖에 없다”라고 해놓고 정작 해당 경력을 가진 전문가가 아닌 단순 통역 경력이 3년에도 미치지 못하고, 확실한 직업조차 갖지 못한 채 4년 동안 여러 차례 회사를 옮긴 사회 적응력조차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초년생을 뽑은 것이다.
면접시험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통·번역과 현지 마케팅 등 직무능력, 전문지식 분야에서 중국 출신 원어민이자 현재 부산시 중국 원어민공무원으로 13년째 우수한 성과를 내며 근무 중인 C(중국 장쑤성 출신·2002년 부산 OO대학교에 교환학생 전학, 학·석사 학위 취득)씨에게 매우 불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C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체 면접시험 시간 20분 가운데 중국어와 한국어 각각 3문장씩 6개 문장을 심사위원들이 읽어주고 제가 통역하느라 시간을 거의 다 써버려 정작 가장 중요한 전문지식, 직무능력, 응용능력, 중국 현지 관광마케팅과 관련한 창의력과 관련해서는 질문을 듣지도 못했고 답할 시간도 없었다”라고 하소연했다.
C씨는 “통역시험 외에 ‘부산시 관광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중국 관광객의 특성은 무엇인가요?’라는 2개의 질문을 받았는데, 첫질문을 들은 뒤 제가 대답을 하는 도중 20분이 지났다는 알람이 ‘삐리릭 삐리릭’하고 울려 당황했었다”며 “할 수없이 계속 답변을 했고, 두 번째 질문은 질문과 답변이 알람 소리가 난 뒤에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C씨는 이어 “2개의 질문도 제가 13년 동안 갈고 닦은 실적을 토대로 중국 원어민으로서의 경력과 특장점을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고, 중국 현지 관광홍보 및 마케팅과도 별 상관이 없는 내용이었다”며 “독창적인 현지 맞춤형 마케팅 등에 대한 저의 장점을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시간이 끝나버려 너무 허탈하다”라고 덧붙였다.
불합격 공지에 충격을 받은 C씨는 지난 19일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이번 부산시 채용비리의혹은 무자격자를 서류전형에서 통과시킨 것도 문제지만, 면접시험 과정도 충격적이다.
중국 관광홍보 및 관광마케팅과 관련한 고도의 전문가를 선발하는 면접시험에서 기본적인 능력에 해당하는 통역능력 테스트에 면접시간의 대부분을 소비했다는 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중국 본토를 공략하는 관광홍보 및 마케팅 전략, 실행할 응용능력,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원어민 현직 공무원에게 전혀 주지 않았다는 것은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추후 감사나 수사를 통해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을 찾는 최대 관광객 송출국 중의 하나인 중국인 관광객 유치전략, 홍보마케팅, 관광홍보전략을 테스트하는 면접시험의 시간이 고작 20분밖에 주어지지 않은 점도 문제이다.
해당분야의 일본어 관광홍보 전문 임기제공무원 면접시험은 23일 오후 진행될 예정인데 신뢰를 잃은 부산시의 방침이 주목된다.
부산시 행정자치국 인사과 관계자는 “합격자 A씨와 통화해본 결과 당사자가 경력근무지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경력근무지로 제시한 회사를 공개할 수 없다”며 “통·번역 시험시간이 늘어난 것은 며칠 전 해당부서인 관광진흥과로부터 ‘통·번역이 중요하니 비중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심사위원들에게 전달하다 보니 그리됐으며, 면접시험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본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인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부산시가 관련분야 실무경력 3년이 채 안 되는 무자격자를 서류전형에서 통과시킨 것도 문제지만, 설사 자격이 된다하더라도 4년 동안 네 번이나 개인기업을 전전한 그런 사람이 과연 대중국 관광홍보 및 관광마케팅 전략을 짜는 등 중대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라며 “부산시 감사관실은 믿을 수가 없기 때문에 빠른 기간 안에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다”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또 “부산시는 해당 합격자가 근무경력으로 제출한 사기업 4곳을 즉각 공개해 언론이 관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면접을 편파적으로 부당하게 진행한 심사위원 5명 전원을 해촉하라”라고 촉구했다.
백 대표는 이어 “이번 중국 관광홍보 관련 임기제 무자격자 채용비리의혹은 위·불법 소지가 다분해 빠른 시일 내에 감사원 감사 청구에 이어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며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해당 관광마이스산업국장과 행정자치국장, 인사과장, 관광진흥과장, 관련 팀장 등 관계자 전원에 대해 즉각 직무를 정지시키고 책임을 묻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부산=글·사진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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