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노인대학이 풀어준 평생의 한, 만학 어르신의 먹먹한 사모곡
전경해 기자
dejavu0057@gmail.com | 2026-10-26 06:01:06
돌아가신 부모님과 자녀들에게 띄우는 편지, 관람객에게 감동 선물
[로컬세계 = 전경해 기자] 조용히 눈을 감은 팔순의 어르신은 어느새 어린 소녀가 되어 있었다. 오래전 돌아가신 ‘엄마’에게 부리고 싶었던 응석, 오랜 세월 가슴에 꾹꾹 놀러 참아왔던 애달픈 사연이 하얀 종이 위에 내려 앉았다. 화천지역 노인대학 한글교실이 어르신들 마음 속에 쌓인 한을 풀어내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026년 제3회 화천군 평생학습축제 개막식이 열린 지난 23일, 전시장인 화천읍 서화산 다목적 광장 한켠에 노인대학 어르신들의 시화작품이 전시됐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김세훈 군수의 발길이 ‘나의 엄마’라는 작품 앞에서 멈췄다. 김 군수는 작품을 작은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시의 마지막 구절인 ‘다시 한 번 엄마의 딸로 태어날 수 있다면, 좋은 것 많이 해드릴텐데…(중략) 무엇이든 같이 하면 그저 행복할 것을...하루라도 같이 살아봤으면 소원이 없겄다. 엄마 엄마 사랑해요’를 읽을 때 한 어르신이 옆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간동 노인대학에서 한글을 깨친 이태선(80) 할머니는 그리운 엄마를 생각하며 이 시를 썼다고 했다. ‘어머니’보다는 기억 속에 남아있는 ‘엄마’라는 호칭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시의 배경에는 꽃을 든 여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나들이 가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엄마의 머리 위에는 커다란 꽃송이가 떠 있었고, 분홍색 옷을 맞춰 입은 듯한 두 모자의 얼굴은 활짝 웃고 있었다.
이태선 할머니의 작품 ‘나의 엄마’는 2026년 강원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수상작이기도 하다. 이번 평생학습축제에는 이태선 할머니 외에도 수많은 ‘이태선’ 어르신들이 쓴 감동의 사연들이 전시되어 있다. 돌아가신 부모님, 출가한 자녀들에게 보내는 시,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의 글들이 관람객들의 발길과 마음까지 모으고 있다. 화천군 각 지역에서 운영 중인 노인대학에서는 어르신들의 한글교육, 다양한 문화체험을 진행하며 노후의 즐거움과 배움의 기쁨을 선물하고 있다.
김세훈 화천군수는 “어르신이 글을 배워 시를 쓰실 때, 어떤 마음이셨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며 “보내고 싶었던 편지 마음껏 쓰실 수 있도록 어르신 교육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2026년 제3회 화천군 평생학습축제 전시행사는 오는 11월1일까지, 화천읍 서화산 다목적 광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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