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김재덕
dawon0518@gmail.com | 2018-02-23 07:07:07
북평시장 장터국밥, 묵호항 홍새우 요리 등
2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해시 북평 민속시장은 영동 지역 최대의 민속장터로 꼽힌다. 특히 장날만 되면 북평 민속시장과 일대는 발디딜 틈없이 붐비곤 한다. 그런데 장날이 아니더라도 유독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겨울의 찬 공기 속에 풍겨오는 구수한 향에 이끌리면 다다르게 되는 곳. 북평 민속시장 국밥거리가 바로 그 곳이다.
국밥거리에 위치한 국밥집들은 30~4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 기본이다. 요즘 동해시에서 전통시장 정비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밥거리의 식당들도 묵을 때를 벗고 세련된 현대식 외관을 갖췄다. 옛 모습이 희미해져 다소 아쉬운 감이 있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그 옛날 장터에 들어설 때 느꼈던 정취가 곳곳에 남아 있어 정겨운 느낌이 드는 곳이다.
가마솥에 소뼈를 푹 고와내어 육수의 깊은 맛을 내는 것이 장터국밥의 특징이다. 특히 요새는 보기 어려워진 국밥 그릇에 밥을 넣고 뜨거운 육수를 따랐다 부웠다 하는 토렴을 해주는 가게도 있다.
잘 삶은 야들야들한 식감의 소머리 고기나 돼지고기를 먹기 좋게 썰은 후 손님의 기호에 맞게 선지나 순대, 내장 등을 뚝배기에 담아내어 푸짐한 국밥 한 그릇을 손님상에 올린다.
뜨끈한 국물 몇 수저로 차가왔던 몸을 덥혀 본다. 김장 김치나 잘 익은 깍두기를 얹어 먹으니 어느새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묵호항 홍새우 요리
얼마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태운 유람선 만경봉호가 동해 묵호항에 입항해 화제였다. 1936년 무연탄을 실어 나르는 조그만 항구로 출발했던 묵호항은 오랫동안 고기잡이를 업으로 살아가는 묵호 지역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고기 가득 실은 만선의 꿈을 품은 채 거친 파도를 헤치며 살아온 이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묵호항은 이색적인 명소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묵호항의 풍부한 해산물과 싱싱한 활어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찾는다. 그렇기에 어업인들의 주 수입원기도 하다. 그렇지만 제철 생선들이 잘잡히지 않을 때는 묵호 바다에서 금어기인 4~5월을 제외하고 사계절 내내 잡을 수 있는 홍새우가 묵호 주민들의 소득원 역할을 해내는 동시에 입을 즐겁게 해주던 아들 못지않은 효자였다.
흔히 사람들은 새우하면 노릇노릇 소금 위에 구워진 대하나 꽃새우를 떠올린다. 홍새우 하면 쉽게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가격 또한 대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탓인지 뛰어난 맛에 비해 소홀히 취급받기도 한다. 그러나 수십년간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묵호 주민들에게 홍새우는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별미로 꼽힌다.
새우의 살이 달다고 해 단새우라는 이름으로도 통하는 홍새우는 익히지 않아도 붉은 빛을 띤다고 해 홍새우라는 명칭이 붙었다. 대하에 비해 홍새우는 살이 달고 부드러우며, 껍질도 연한 것이 특징이다.
홍새우를 깨끗이 씻어 간장 양념에 하루에서 이틀정도 재워둔 후, 고추가루 등 손님의 기호에 맞는 양념을 버무리는 상에 올리는 양념 새우는 겨울철 별미로 인기가 많다.
적당히 간이 밴 새우 살의 단 맛과 양념의 감칠 맛이 조화를 이루는 그 매력적인 맛은 밥 한 공기는 단숨에 뚝딱하게 할 정도이다. 겨울철 뚝 떨어진 입맛을 돋우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
-동쪽바다 중앙시장 ‘장칼국수’
한 그릇에 담긴 넉넉한 인심, 우리네 고단한 삶을 위로하다
동해시 발한동에 위치한 동쪽바다 중앙시장. 동해시가 끊임없이 공을 들여 시설을 현대화하고 최근 야간 명소인 묵호 야시장까지 들어서면서 주말이면 사람들이 연일 북적이는 관광 명소로 거듭난 곳이다. 옛 모습과 현대가 공존하며 시장 특유의 북적이는 활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같이 쌀쌀한 겨울, 옆구리가 시리고 마음마저 헛헛할 때면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장칼국수 한 그릇이 문득 그리워진다.
1941년 묵호항이 개항하던 시기에 생계가 막막했던 사람들이 시작했던 난전에서 비롯된 동쪽바다 중앙시장. 현대사의 질곡 헤쳐 온 사연 많은 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어느새 이곳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다.
묵호의 번영과 쇠락을 함께하며 수많은 이들의 삶의 중심이었던 이곳에서 장칼국수는 착한 가격과 푸짐함으로 상인은 물론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주던 고마운 음식이었다.
가게마다 차이는 있지만, 중앙시장의 장칼국수는 밀가루 반죽으로 면을 만든 후 건새우와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칼칼하면서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거기에 홍합이 푸짐하게 들어가니 5천원도 안되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뜨거운 국물을 훌훌 불어 식힌 뒤 입에 넣으면 가볍게 술술 넘어간다. 하지만 장칼국수로 채운 속은 결코 가볍지 않다. 푸짐한 칼국수 한 그릇 덕분에 출출한 속을 달랠 수 있기에, 또한 가슴 한 켠을 채우는 넉넉한 인심으로 느낄 수 있기에, 어떤 음식보다 기분 좋은 든든함을 선사하는 보약 같은 음식이다.
장기적인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생활은 물론, 사람들의 인심마저 날로 각박해져 가는 것이 오늘날의 세태라고 한다.
그럼에도 구수하고 깊은 맛, 그 속에 스며있는 넉넉한 인심이 전하는 따스한 온기를 다시 한번 추억하고 싶기에... 장칼국수를 찾는 이들의 발길은 동쪽바다 중앙시장으로 이어져 오래도록 머문다.
[로컬세계 김재덕 기자]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을 2일 앞두고 있다.
그간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했던 올림픽의 열기와 함께 환호성으로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이 동해시 등 강원지역에서 한번은 먹어볼 만한 음식을 소개한다.
-북평민속시장 국밥거리 ‘장터국밥
▲장터국밥.(동해시 제공) |
겨울의 찬 공기 속에 풍겨오는 구수한 향에 이끌리면 다다르게 되는 곳. 북평 민속시장 국밥거리가 바로 그 곳이다.
국밥거리에 위치한 국밥집들은 30~4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 기본이다. 요즘 동해시에서 전통시장 정비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밥거리의 식당들도 묵을 때를 벗고 세련된 현대식 외관을 갖췄다. 옛 모습이 희미해져 다소 아쉬운 감이 있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그 옛날 장터에 들어설 때 느꼈던 정취가 곳곳에 남아 있어 정겨운 느낌이 드는 곳이다.
가마솥에 소뼈를 푹 고와내어 육수의 깊은 맛을 내는 것이 장터국밥의 특징이다. 특히 요새는 보기 어려워진 국밥 그릇에 밥을 넣고 뜨거운 육수를 따랐다 부웠다 하는 토렴을 해주는 가게도 있다.
잘 삶은 야들야들한 식감의 소머리 고기나 돼지고기를 먹기 좋게 썰은 후 손님의 기호에 맞게 선지나 순대, 내장 등을 뚝배기에 담아내어 푸짐한 국밥 한 그릇을 손님상에 올린다.
뜨끈한 국물 몇 수저로 차가왔던 몸을 덥혀 본다. 김장 김치나 잘 익은 깍두기를 얹어 먹으니 어느새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묵호항 홍새우 요리
▲묵호항 홍새우 요리. |
고기 가득 실은 만선의 꿈을 품은 채 거친 파도를 헤치며 살아온 이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묵호항은 이색적인 명소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묵호항의 풍부한 해산물과 싱싱한 활어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찾는다. 그렇기에 어업인들의 주 수입원기도 하다. 그렇지만 제철 생선들이 잘잡히지 않을 때는 묵호 바다에서 금어기인 4~5월을 제외하고 사계절 내내 잡을 수 있는 홍새우가 묵호 주민들의 소득원 역할을 해내는 동시에 입을 즐겁게 해주던 아들 못지않은 효자였다.
흔히 사람들은 새우하면 노릇노릇 소금 위에 구워진 대하나 꽃새우를 떠올린다. 홍새우 하면 쉽게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가격 또한 대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탓인지 뛰어난 맛에 비해 소홀히 취급받기도 한다. 그러나 수십년간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묵호 주민들에게 홍새우는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별미로 꼽힌다.
▲홍새우 요리. |
홍새우를 깨끗이 씻어 간장 양념에 하루에서 이틀정도 재워둔 후, 고추가루 등 손님의 기호에 맞는 양념을 버무리는 상에 올리는 양념 새우는 겨울철 별미로 인기가 많다.
적당히 간이 밴 새우 살의 단 맛과 양념의 감칠 맛이 조화를 이루는 그 매력적인 맛은 밥 한 공기는 단숨에 뚝딱하게 할 정도이다. 겨울철 뚝 떨어진 입맛을 돋우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
-동쪽바다 중앙시장 ‘장칼국수’
▲장칼국수. |
동해시 발한동에 위치한 동쪽바다 중앙시장. 동해시가 끊임없이 공을 들여 시설을 현대화하고 최근 야간 명소인 묵호 야시장까지 들어서면서 주말이면 사람들이 연일 북적이는 관광 명소로 거듭난 곳이다. 옛 모습과 현대가 공존하며 시장 특유의 북적이는 활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같이 쌀쌀한 겨울, 옆구리가 시리고 마음마저 헛헛할 때면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장칼국수 한 그릇이 문득 그리워진다.
1941년 묵호항이 개항하던 시기에 생계가 막막했던 사람들이 시작했던 난전에서 비롯된 동쪽바다 중앙시장. 현대사의 질곡 헤쳐 온 사연 많은 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어느새 이곳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다.
묵호의 번영과 쇠락을 함께하며 수많은 이들의 삶의 중심이었던 이곳에서 장칼국수는 착한 가격과 푸짐함으로 상인은 물론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주던 고마운 음식이었다.
가게마다 차이는 있지만, 중앙시장의 장칼국수는 밀가루 반죽으로 면을 만든 후 건새우와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칼칼하면서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거기에 홍합이 푸짐하게 들어가니 5천원도 안되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뜨거운 국물을 훌훌 불어 식힌 뒤 입에 넣으면 가볍게 술술 넘어간다. 하지만 장칼국수로 채운 속은 결코 가볍지 않다. 푸짐한 칼국수 한 그릇 덕분에 출출한 속을 달랠 수 있기에, 또한 가슴 한 켠을 채우는 넉넉한 인심으로 느낄 수 있기에, 어떤 음식보다 기분 좋은 든든함을 선사하는 보약 같은 음식이다.
장기적인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생활은 물론, 사람들의 인심마저 날로 각박해져 가는 것이 오늘날의 세태라고 한다.
그럼에도 구수하고 깊은 맛, 그 속에 스며있는 넉넉한 인심이 전하는 따스한 온기를 다시 한번 추억하고 싶기에... 장칼국수를 찾는 이들의 발길은 동쪽바다 중앙시장으로 이어져 오래도록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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