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I 세상, 혁신과 공존의 시대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26-04-27 10:12:47

AI 강국의 문턱에서, 인간이 좁아지는가 증명되는가 박범철 작가

인공지능(AI) 세상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디지털 지능이 사회 전반의 인프라로 자리 잡은 시대다. 지능의 보편화, 산업 구조의 전면 개편, 초개인화 서비스 등은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윤리적 과제도 정립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사회의 신경망으로 편입되는 속도는 이미 논쟁의 단계를 넘어섰다. 정부의 AI G3 강국 선언은 기술 경쟁을 국가 생존 전략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응급의료, 복지, 행정 등 공공 영역에서 AI는 놀라운 효율을 증명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가 얻은 이 압도적인 편의의 대가로 무엇을 잃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충분히 제기되고 있는가.

본립도생(本立道生). 근본이 바로 서야 길이 생긴다는 옛말은 기술 만능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AI는 인간의 고통을 줄여준다. 그러나 고통이 사라진 자리에 자동으로 인간다움이 채워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택과 판단의 부담을 기계에 넘길수록 인간은 점점 더 결정하지 않는 존재로 퇴행할 위험에 놓인다. 최적의 해답을 끊임없이 제시받는 사회는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자유로운 사회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리는 지금 안락한 감옥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교육 현장은 이 변화의 최전선이다. AI가 지식 전달과 문제 해결 능력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순간, 기존의 교육 방식은 설 자리를 잃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더 빠른 정답, 더 높은 점수에 집착하고 있다. 이제 교육은 정답 생산 능력이 아니라 질문 생성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길을 잃어보는 경험, 실패를 통해 스스로 판단하는 훈련이야말로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는 진정한 학습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면, AI 교육은 단지 더 똑똑한 복종을 양산하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문화 영역 역시 변곡점에 서 있다. 생성형 AI는 이미 인간의 창작을 위협할 만큼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문화의 본질은 완성도가 아니라 관계성에 있다. 창작자의 맥락, 고통, 시간의 축적이 빠진 결과물은 일시적으로 소비될 수는 있어도 생명력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다만 여기서도 낭만적 착각은 경계해야 한다. 인간의 진정성이 자동으로 선택받는 시대는 아니다. 시장은 여전히 효율과 속도를 선호한다. 결국 인간의 문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완전함의 가치를 의식적으로 지켜내는 사회적 선택이 필요하다.

복지와 환경 문제에서는 더욱 냉정한 접근이 요구된다. AI는 위험을 감지하고 최적의 해결 경로를 계산하는 데 탁월하다. 그러나 그것이 곧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독사를 발견하는 것과 그 사람이 고립되지 않도록 사회를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최적 경로를 아는 것과 실제로 불편을 감수하는 것 또한 다른 차원의 결단이다. 기술은 방향을 제시할 뿐, 책임을 대신 지지 않는다.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이것으로 수렴된다. 우리는 더 편리한 사회를 원하는가, 아니면 더 책임 있는 사회를 원하는가. 이 둘은 종종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막중해진다. 선택하지 않을 자유가 아니라, 선택해야 할 의무가 남기 때문이다.

AI 세상은 인간의 잠재력에 AI의 효율을 더해 더 큰 가능성을 실현하는 시대다. 단순히 기술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 이를 어떻게 인간적인 가치와 결합할 것인지가 우리 앞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박범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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