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양 MZ들, 이제 축제의 손님 아닌 주인공으로…고양시, 청년 주도 문화공간 넓힌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 2026-09-08 10:23:12
소개팅·소셜링부터 퍼스널컬러·향수 만들기까지…취향으로 연결되는 청년 축제
11~17일 ‘청년주간’ 운영…러닝·AI 면접·명사특강 등 관심사별 프로그램 마련
청년행사기획단이 슬로건·프로그램·공간 구성까지 참여…청년 참여정책 확대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 청년정책이 일자리나 주거 지원에만 머물지 않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시의 문화’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양시는 올해 청년의 날을 계기로 청년들이 직접 축제를 만들고 참여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청년을 정책의 대상이 아닌 도시의 주체로 끌어올리는 실험에 나섰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취업 정보만이 아닐 수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비슷한 고민을 가진 또래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 역시 지역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자원이 된다.
고양시가 이런 청년들의 일상에 주목했다. 오는 9월 19일 화정동 청년공간 내일꿈제작소에서 열리는 ‘GOMZ DAY’는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청년 스스로 축제의 내용과 방식을 만들어가는 참여형 행사로 꾸며진다.
행사의 이름부터 고양의 ‘GO’와 MZ세대를 결합해 만들었다. 무엇을 보여주는 축제인지보다 청년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만나고, 무엇을 함께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취향과 교류, 진로와 취업을 한 공간에서 경험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행사 기획 과정이다. 시가 프로그램을 정해 청년들에게 참여를 요청한 방식이 아니라, 지난 4월 꾸려진 청년행사기획단이 슬로건을 비롯해 프로그램과 공간 구성, 이동 동선, 홍보 방식 등을 함께 고민했다. 청년을 위한 행사를 넘어 청년이 만드는 행사로 방향을 바꾼 셈이다.
청년이 직접 만든 축제…‘구경하는 행사’에서 ‘참여하는 행사’로
GOMZ DAY의 중심에는 ‘취향이 만나면, 인연이 된다’는 슬로건이 자리한다.
행사기획단은 서로 다른 직업과 관심사를 가진 20~30대 청년 8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준비 과정에서 청년들이 지역에서 또래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았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로테이션 소개팅’과 ‘소셜링 파티’다. 여러 참가자와 차례로 대화를 나누며 관심사와 취향을 알아가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음악과 게임 등을 활용한 소셜링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만난 사람들도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청년들의 자기표현을 돕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퍼스널컬러 진단을 비롯해 향수 만들기, 와인 매너 클래스, 키캡 제작, 반려식물 분갈이, 타로카드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단순한 재미에 그치지 않고 자기 이해와 진로 탐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학과의 연계도 추진한다. 한국항공대학교와 중부대학교가 행사장에 참여해 진로와 취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만이 아니다…만남과 경험도 정책이 된다
이번 행사의 특징은 청년정책의 범위를 생활 가까이까지 넓혔다는 데 있다.
청년 지원정책은 그동안 일자리, 창업, 주거, 교육 등 경제적 자립을 돕는 분야에 무게가 실렸다. 물론 중요한 영역이지만, 실제 청년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지역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을 공간 역시 필요하다.
고양시가 청년공간을 거점으로 문화와 교류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일꿈제작소를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 장소가 아니라 청년들이 만나고 정보를 얻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생활권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GOMZ DAY 역시 이 같은 방향에서 의미를 갖는다. 한 번의 축제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청년들이 서로를 알고 지역의 자원을 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와 활동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제 전 일주일도 청년의 시간…‘청년주간’으로 관심사 넓힌다
축제 하루만 기다릴 필요도 없다. 고양시는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별도의 ‘청년주간’을 운영한다.
첫 프로그램은 11일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리는 청년 러닝 이벤트 ‘YOUTH RUN’이다. 이후 내일꿈제작소에서 청년밥상, AI 활용 면접 전략 특강, MBTI 향수 만들기, 명사특강 등이 이어진다.
프로그램의 성격도 한 가지로 묶지 않았다. 운동을 좋아하는 청년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가벼운 취미를 찾는 청년까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런 방식은 청년정책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도 의미가 있다. 특정 지원사업을 신청해야만 정책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평소 관심 있던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공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경선 고양시장은 “청년들이 직접 참여해 행사의 내용과 방향을 만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내일꿈제작소를 중심으로 청년들의 의견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참여 기반을 계속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앞으로도 청년공간을 중심으로 청년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문화·교류·진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 참여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업을 만들었느냐보다 청년들이 실제로 그 공간을 찾고 서로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다. GOMZ DAY가 일회성 축제를 넘어 고양 청년들의 관계와 활동을 이어주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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