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책은 현장에서 시작됐다” 파주 이동시장실 200회가 남긴 행정의 변화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 2026-02-04 10:45:06

1,232일간 200번의 현장 방문… 시민 7,400명의 목소리가 시정을 움직였다
통학버스·지역화폐·돌봄정책까지, 민원이 정책이 된 파주시 실험
김경일 시장의 ‘찾아가는 행정’, 보여주기가 아닌 구조가 되다
200회 맞은 파주시 이동시장실. 파주시 제공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행정이 먼저 시민에게 다가갈 때, 민원은 요구가 아니라 정책의 씨앗이 된다. 파주시 이동시장실 200회는 그 과정을 증명해 온 기록이다.

“시장실이 시청 안에만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민선 8기 출범 직후인 2022년 9월 20일, 김경일 파주시장은 첫 ‘찾아가는 이동시장실’을 열며 이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1232일, 이동시장실은 지난 3일 금촌2동에서 200회를 맞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단순한 누적 기록이지만, 그 안에는 파주시 행정 방식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동시장실은 말 그대로 시장이 직접 시민을 찾아가는 현장 행정이다. 김 시장은 마을회관, 주민센터, 체육관 등을 돌며 시민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고 즉석에서 답했다. 200회 동안 만난 시민은 약 7400명. 이들이 건넨 제안과 민원은 2520건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289건이 이미 처리됐고, 나머지도 상당수가 정책 추진이나 제도 검토 단계에 올라 있다. 단순 민원 창구였다면 나오기 어려운 수치다.

■ “불편합니다”에서 “정책이 됐습니다”까지

이동시장실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의 요구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 속 자영업자들이 토로한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하소연은 전국 최대 규모의 지역화폐 ‘파주페이’ 확대와 10% 인센티브 상시 유지로 연결됐다.

중소기업인들의 “판로가 없다”는 목소리는 파주시 기업박람회 출범으로 이어졌고, 이후 해외 구매기업을 초청한 수출상담회로까지 확대됐다. 단발성 지원이 아닌 구조를 만든 셈이다.

학부모들의 “통학이 불편하다”는 민원은 전국 최초 학생전용 통학순환버스 ‘파프리카’로 현실화됐다. 또 “아파트 단지 안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부모들의 요청은 법적 의무 대상이 아님에도 시가 운영비 전액을 부담하는 ‘파주형 다함께돌봄센터’라는 새로운 모델을 낳았다.

이동시장실은 책상 위 보고서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생활 속 불편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아 왔다.

■ 다수에서 소수로… ‘공감 행정’의 확장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동시장실은 다수의 불편 해결을 넘어 소수의 삶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이가 아프면 먼 병원까지 가야 한다”는 적성면 주민의 말은 적성보건지소 소아과 전문의 파견으로 이어졌다.

발달장애 학생 부모의 “방학이 되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호소는 방학돌봄지원 프로그램 마련으로 답을 찾았다. 행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쉬운 문제들이 이동시장실을 통해 정책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는 이동시장실이 단순한 ‘민원 접수 행사’가 아니라, 정책 사각지대를 발견하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200회는 목표가 아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이동시장실 200회에 대해 “숫자가 목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장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다짐을 실천해 온 과정이 중요하다”며 “소통 속에서 늘 해답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파주시의 성과가 있다면 그것은 소통의 결과이며, 시민의 눈높이와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가 지금의 파주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소통’을 말하지만, 이를 구조로 만든 곳은 많지 않다. 파주시 이동시장실 200회는 행정이 얼마나 자주 시민 곁으로 내려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이 소통이 특정 시장의 브랜드로 끝날지, 아니면 파주시 행정의 기본값으로 남을지. 이동시장실 200회가 진짜 시험대에 오르는 시점은 지금부터다.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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