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그들만의 리그

조원익 기자

wicknews1@naver.com | 2021-03-30 11:32:28

-진정 시민을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공약(公約)이 듣고 싶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오는 4월 7일에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의 시장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대한민국 인구의 약 4분의1을 품고 있는 거대한 두 도시의 시장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일은 헌정사에 처음 기록되는 일이리라.

더더욱 한 나라의 가장 큰 도시인 수도와 두 번째로 큰 도시의 시장이 모두 성범죄로 인해서, 한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했고 한 사람은 재판을 받으며 시장직을 내놓는 바람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일은 모름지기 전 세계 역사상 최초이며 다시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게다가 이미 엎질러진 물로, 자꾸만 뒤돌아보기보다는 잘못된 점을 가슴에 새겨 반복하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앞을 바라보아야 할 일인데, 피해자에게 두 번 못 박는 일들이 벌어져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도 사실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그런 사실만 가지고도 공분할 일이건만, 그에 못지않게 유권자들을 공분시키는 또 다른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로 기도 안 막힌다.


후보로 나선 그들은 달나라나 별나라에서 온 왕자와 공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황당하다는 것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이번에는 사람 사는 것처럼 살게 만들어 준다는 정책 좀 나오나 기대했지만, 그 기대를 충족시켰던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정책대결의 선거가 아니라 서로를 흠집 내다가, 누가 덜 만신창이가 되어 살아남느냐 하는 선거를 한 두 번 겪어본 것도 아니기에 이번 선거 역시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더더욱 성범죄 사건으로 촉발된 이번 선거는, 대규모 LH 땅 투기라는 반민족적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와 공기업 임직원의 어마어마한 땅 투기 사건을 배경에 더해서 치러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치솟아 오른 부동산 가격에 찌들대로 찌들어 희망을 상실한 백성들의 찢어진 가슴을 후벼파면서 치러지는 선거다.


문제는 그런 백성들의 가슴에 후보들이 다시 한번 대못을 박는다는 것이다. 지금 무대를 거니는 거대 양당의 정치권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다 보니, 나름대로 새로운 얼굴에 새로운 공약을 내세우며 출마한 후보의 숫자는 많기도 하다. 부산이 6명이고 서울은 무려 12명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주목받는 후보는 두 곳 모두 거대 양당뿐인 것 같다. 그리고 찢어진 백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후보들 역시 그들이다.


‘도쿄에 아파트를 가진 후보와 내곡동 땅 셀프보상한 전 서울시장’
‘형님 땅 특혜 매매와 엘시티 특혜 의혹’
서울과 부산의 거대 양당 후보들이 주장하는 서로에 대한 의혹이다.


서울은 이명박 정부의 탄압을 피해서 도쿄에 아파트를 샀다면 왜 선거가 임박해서야 처분을 했느냐는 것이며, 서울시장 재임 시 내곡동 처가의 땅을 36억이나 보상했는데 본인은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거다.

 
그런가 하면 부산은 후보 형의 땅을 측근이 구청장 때 특혜 매매했다는 의혹과 엘시티에 아들과 딸이 아래, 위층을 소유한 것은 특혜의 산물이라는 의혹이다.


각각의 후보들은 떳떳하다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후보들을 보면서 유권자들은 가슴을 후벼파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살 돈이 없어서 절절매는 판에, 도쿄 아파트는커녕 도쿄 여행 한 번도 못 가봤다는 백성들의 외침이 들리는지 궁금하다.

처가의 보상금이 10년 전에 36억이면, 도대체 지금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10년 전 그 금액도 눈 튀어나올 금액이라는 서민들의 피맺힌 한을 들어봐야 한다.


내 집 지을 내 땅 한 평 없는데 구청이 형의 땅을 특혜 매입하도록 해가며 산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해본 일이라는 것이 백성들의 진정한 외침이다. 엘시티 아래, 위층을 아들과 딸이 소유했고 아들 것을 웃돈 1억원 주고 매입했다는 자체가 서민으로서는 상상도 가지 않는 이야기다.

 
백성들은 정치하는 저들의 삶이 너무나도 동떨어진 이야기들이라 마치 별나라나 달나라 공주나 왕자들이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그들은 서로의 비리를 캐낸다고 열을 내는지 모르지만, 백성들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그들만의 리그로 보인다는 것을 하루빨리 인지해 주기 바란다. 그들만의 리그는 그만 끝내고, 그저 입에서 나오는 사탕발림을 나열하는 공약(空約)이 아니라 진정으로 백성들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공약(公約)을 듣고 싶은 것이 백성들의 솔직한 바람이다.

정치가 백성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지속되다 보면 민심은 영원히 이반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민심이 이반 된 나라가 어찌 될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 일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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