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초등 2학년보다 못한 진해보건소의 응급방역 역량 도마 위에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 2021-04-26 12:06:12
부산 강서보건소 "자동차 유리창 모두 내리고, 빨리 오세요"
시민단체 "경남도, 진해보건소 방역시스템 전면감사 실시 책임자 문책하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보건소 전경. 코로나 유증상자 박모(10·진해 웅동초 4년)양의 외조부 김모(67)씨 제공 |
초등학교 2학년보다 못한 경남 창원 진해보건소의 코로나19 응급방역 역량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부산 강서구 지사동에 사는 김모(67·자영업)씨는 토요일인 지난 24일 이른 아침에 부산·진해 경계지점인 인근 마을(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에 사는 외손녀 박모(10·웅동초 4년)양이 37.7도에 달하는 고열 증세를 보인다는 연락을 받고 아내와 함께 급히 자가용을 몰고 달려갔다.
김씨가 도착하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한 외손녀 가족은 이미 아침밥도 따로 먹고 박양을 자기 방에서만 지내도록 격리 조치를 하고 있었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 외조부 김씨는 이날 오전 8시 51분경 관할 진해보건소 당직실에 전화를 걸었다.
김씨가 “외손녀가 코로나가 의심되는 37.7도에 달하는 고열증세를 어젯밤부터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초동조치를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 검사는 어디에 가서 받아야 하느냐”라고 말하자, 성명과 직함을 밝히지 않은 당직자는 “오전 9시 30분에 선별진료소 직원들이 나오니까 그때 전화를 다시 전화를 해서 물어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가 “지금 1분 1초가 급만 마음이다. 어떻게 그때까지 기다리느냐”라고 반문했으나, 당직자는 무조건 “오전 9시 30분에 다시 전화해서 선별진료소팀에 물어보라”는 말만 반복했다.
발을 동동 구르던 김씨는 할 수 없이 자신이 살고 있는 부산 강서구 강서보건소 당직실에 전화를 걸었다.
당직자의 안내는 너무나 친절했다. 외할아버지가 운전을 직접 하시느냐고 물어본 여성 당직자는 “지금 즉시 외손녀는 뒷좌석에 앉히고 가족 모두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유리창을 모두 내린 상태로 운전을 해서 강서보건소 선별진료소로 빨리 오시라”는 안내를 받았다.
▲창원시 진해보건소 전면 유리창에 선별진료소 이용에 대한 안내문구가 부착돼 있다. 코로나19 유증상자 박양 외조부 김씨 제공 |
외손녀 박양은 이날 오전 9시 40분경 강서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도착한 뒤 절차를 거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귀가해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박양이 지난 13일 밤부터 고열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남동생(8·진해 웅동초 2년)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누나는 지금부터 거실로 나오지 말고 집에서도 마스크를 철저히 하고 식사도 방에서 혼자 하라”고 조치하고, 아침밥도 누나 방문 앞에 갖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해보건소의 코로나 대응태도에 화가난 김씨는 14일 오후 진해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다른 당직 근무자에게 항의를 했다.
김씨는 “지금 전세계가 코로나 때문에 비상인데 유행병 관련 최일선 민원창구역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소 당직자가 초등학교 2학년보다 못한 대응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화가 치민다”며 “뭔가 나사가 빠진 것 같고, 걱정으로 밤을 지샌 유증상자 가족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기자는 진해보건소장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25일 오후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당직자에게 소장의 입장을 듣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전국적으로 미흡한 당국의 방역시스템에 대해 질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인 활빈단 홍정식 대표는 “경남도는 이번 사건을 포함한 진해보건소의 휴무일 당직 방역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벌여 보건소 책임자와 관계자 전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창원·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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