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모자보건정책 ‘선택과 집중’…난임 지원 늘리고 산후조리비 등 4개 사업 정비
문성용 기자
hyosung6356@naver.com | 2026-09-09 12:57:29
[로컬세계 = 문성용 기자] 경기도가 난임 치료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등 이용 수요와 정책 효과가 큰 사업에 재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모자보건정책을 재편한다. 정부나 시·군 사업과 지원 목적이 겹치는 일부 사업은 종료하거나 통합하고, 출산과 직접 연결되는 핵심 사업의 지원 규모는 확대한다.
이번 개편은 저출생 대응 사업을 계속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사업의 효과와 중앙정부 정책과의 중복 여부를 따져 재정을 재배분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산후조리비 등 도민들이 직접 이용해 온 일부 지원이 종료되는 만큼 정책 전환 과정에서 체감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난임 지원 예산 956억원…지난해의 2배 수준
경기도가 가장 무게를 두는 분야는 난임부부 지원이다.
도는 올해 당초 예산 660억원에 296억원을 추가해 모두 956억원을 난임 지원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464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난임 지원 문턱도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2023년 소득과 거주기간 제한, 여성 연령에 따른 차등 기준을 없앤 데 이어 2024년 11월에는 시술비 지원 한도를 기존 ‘난임부부당 25회’에서 ‘출산당 25회’로 변경했다. 한 차례 출산한 뒤 다시 임신을 준비하는 난임부부도 새로운 지원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원 확대는 이용 증가로 이어졌다. 올해 6월 말까지 3만8,532쌍의 난임부부가 모두 6만9,200건의 시술비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연간 지원 건수 6만999건을 상반기에 이미 넘어섰다.
도에 따르면 이 가운데 임신에 성공한 사례는 1만4,074건으로, 임신 성공률은 20.3%였다.
난임시술이 전체 출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2025년 경기도 출생아 7만7,702명 가운데 난임시술을 통해 태어난 아이는 1만6,511명으로 집계됐다. 약 4.7명 가운데 1명꼴이다.
저출생 대응정책에서 난임 지원을 단순한 의료비 지원이 아니라 출생아 증가와 직접 연결되는 핵심 정책으로 판단한 배경이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도 확대…올해 970억원 투입
출산 이후 산모와 신생아를 지원하는 건강관리 사업도 핵심 사업으로 유지된다.
전문 건강관리사가 출산 가정을 찾아 산모의 회복과 신생아 돌봄을 돕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에는 지난해 619억원에 이어 올해 970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이용자는 5만1,113명이었으며 올해는 6월 말까지 3만1,786명이 지원을 받았다. 반년 동안 지난해 전체 이용자의 62.2%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경기도 출생아 수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출생아는 4만4,36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8,158명보다 16.3% 늘었다.
다만 출생아 증가를 특정 지원사업 하나의 효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혼인 증가와 출산 연령대 인구 변화, 난임 지원 확대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난임과 산모·신생아 지원처럼 이용 실적과 정책 수요가 높은 사업에 재원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산후조리비 등 4개 사업은 10월부터 종료·일원화
반면 기존 모자보건사업 가운데 정부 정책이나 다른 지원제도와 기능이 겹친다고 판단한 사업은 정리된다.
대상은 난임시술 중단 의료비 지원,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 난자동결 시술비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추가형’ 등 4개 사업이다.
난임시술 중단 의료비 지원은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 시행했지만 정부가 2024년 11월 관련 내용을 일부 제도화하면서 별도의 도 사업을 유지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것이 경기도의 판단이다. 도는 9월 30일까지 지원결정통지서를 받은 대상자에 대한 지원을 끝으로 사업을 종료한다.
경기도 산후조리비 역시 9월 30일 신청분까지만 지원한다. 정부의 ‘첫만남이용권’과 시·군별 출산지원금 등 출산 가정을 대상으로 한 현금성·바우처 지원이 확대된 점을 고려했다.
난자동결 시술비 지원은 정부가 영구불임이 예상되는 사람의 난자·정자 냉동을 지원하는 유사 사업을 시행함에 따라 올해 확보한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만 운영한다.
기준중위소득 150%를 초과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경기도가 별도로 지원해 온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추가형’도 9월 말 신청을 끝으로 종료된다. 기본형과 도 추가형, 시·군 본인부담금 지원 등이 중첩되면서 복잡해진 지원체계를 단순화하겠다는 취지다.
도민 입장에선 ‘확대되는 지원’과 ‘사라지는 지원’ 확인해야
이번 개편으로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도민이 받는 영향은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
난임 치료를 받는 부부에게는 지원 규모 확대가 긍정적인 변화다. 특히 출산을 기준으로 시술 지원 횟수가 다시 부여되기 때문에 둘째 이상을 계획하는 난임 가정의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반면 산후조리비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추가형 등을 이용하려던 가정은 신청 시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도 사업이 종료되더라도 정부나 시·군의 다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사업별 대상과 지원 금액, 신청 조건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개편의 성패는 단순히 중복 사업을 줄여 예산을 절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도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실제 수혜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시군 제도와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유영철 경기도 보건건강국장은 이번 재구조화에 대해 “단순한 지원 축소가 아니라, 국가 정책과의 연계를 통해 도민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자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사업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이번 개편은 저출생 대응정책의 무게중심을 ‘사업 수 확대’에서 ‘효과가 확인된 사업에 대한 집중 투자’로 옮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난임 지원처럼 출산과의 연관성이 높은 분야에는 재정을 확대하고, 중앙정부 및 시·군 사업과 중복되는 분야는 정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정책 효율성이라는 목표와 개별 가정이 느끼는 지원 축소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향후 과제다. 종료 사업 이용자에게 대체 가능한 국가·시군 지원제도를 충분히 안내하고 지원 공백이 발생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후속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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