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자화자찬 (自畵自讚)-옛말 되새겨 보기(Ⅶ)

마나미 기자

manami0928@naver.com | 2022-05-03 14:43:37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2020년 10월 13일 감염병예방법 시행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마스크 실외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 국민을 일상으로 돌리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이며 5월 말에나 검토할 사항이라고 하면서, 과학방역에 근거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한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한 쪽은 백성들을 농락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현 정권의 판단이 옳았다면 인수위 측이 현 정권의 공을 삭감하기 위해서 공연히 불안을 조장하여 백성들을 기만하는 것이고, 인수위 판단이 옳으면 현 정권은 자신들이 그렇게도 내세우던 K-방역을 임기 내에 성공한 방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백성 기만행위다.

 

비단 이번 방역에 관한 일 뿐만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 임기 안에 이룩함으로써 내 공으로 돌리겠다는 욕심은 백성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행위다.

정권 차원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이권에서 기인하는 그릇된 욕심이다. 백성들은 바보가 아니다. 당장은 어떤 것이 옳은지 모를지라도 이제 곧 그 결과가 나오면 백성들은 판단할 줄 안다. 그리고 그 답을 다가오는 선거에서 표로 답해줄 것이다.


역대 어느 정부라도 그 공과는 있다. 아무리 잘못한 정부라도 잘한 것이 있고, 아무리 잘한 정부라도 잘못한 것이 있다. 마치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 역사 속으로 묻혀가는 정치 현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정권이 한결같이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바로 자기 임기 안에 일어난 일들은 모두 성공한 것처럼 자신의 공으로 만들려는 그릇된 욕심이다.


종전 선언이라는 틀에 갇혀 답답하기만 했던 외교・안보 행적은 일단 차치하더라도 당장 눈에 보이게 폭등한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까지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며, 적어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 가운데서는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고 함으로써 정책적인 실패를 오히려 성공으로 돌리려는 모습도 우습다. 

공급으로 잡아야 할 집값을 세금으로 잡으려고 하다가 실패한, 빤히 눈에 보이는 실패까지 성공으로 얼버무리려는데는 경악을 금치못할 일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경제는 폐허에서 시작해야 한다던 말이 결코 엄살이 아니라 정말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청와대 의전비서관이라는 사람이 ‘퇴임 후에 문재인 대통령을 걸고넘어지면 물어버리겠다’고 하자 인수위 관계자를 비롯한 이들이 ‘입마개가 필요해서야 되겠느냐’, ‘입마개 안 하면 벌금’이라는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실로 개탄스런 일이다. 도대체 이런 대화가 이 나라 정치의 얼굴과도 같은 대통령 비서관과 비록 정권교체를 이루었다지만 그 정권을 인수하는 인수위에서 나와야 하는 발언인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백성 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잘못한 것이 없으면 걸고넘어질 것도 없는 것은 당연할 텐데 물어버린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한심스럽고, 그 말을 받아 입마개 운운하는 품격은 이 나라 정치 도덕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도대체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런 수준이다 보니, 불륜 현장에서나 쓰여야 할 ‘내로남불’이라는 어구를 부끄러운 줄도 모른 채 하루에도 수차 상대 당을 향해서 퍼붓는 정치 현장이 백성들 보기에는 한심스럽기만 하다.


자화자찬(自畵自讚)이라는 말은 자기 그림을 자기가 칭찬한다는 뜻이다.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스스로 자랑하고 칭찬함으로써 그 공을 반감시키는 효과를 나타낼 때 흔히 빗대서 하는 말이다. 정치권 사람들은 자신들의 공을 내세우려 하지 않아도 정말 잘한 정권이라면 백성들이 투표로 보답해 줄 것이고, 만일 엉망이었다면 백성들이 표로 심판해서 정권교체를 이룩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백성들은 바보라서 자신들이 어떤 짓을 해도 모르고 무작정 쫓아다니는 것으로 오인하는 것 같다. 그러기에 ‘구렁이 제 몸 추듯’ 망발을 일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구렁이 제 몸 추듯한다’는 말은 아닌 듯하면서 스스로 제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그것도 음흉하거나 능글맞게 사람의 비위를 거스를 정도로 쓸데없는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자화자찬보다 훨씬 더 혐오스럽게 자신의 공이나 행위를 자랑하는 모습에 대한 표현이다. 

그 자랑을 접하는 사람은 그게 공(功)이 아니라 과(過)라고 평가한다는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정권은 백성들이 임기 동안 위임한 권한이다. 정말 사심없이 이권을 챙기지 않고 백성들을 위해서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면, 백성들의 세금으로 녹봉 받으며 당연한 일을 한 것이니 자랑 같은 것 할 생각도 말아야 한다. 그러나 만일 녹봉을 받으면서도 잘 못 했다면, 백성들이 위임한 권한을 잘못 수행했으니 당연히 사과하고 처분만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잘못한 것을 잘한 것으로 만들려고 구렁이 제 몸 추듯 하는 것 자체가 백성들을 얕잡아보고 저지르는 행위지만, 백성들은 이미 알기에 공연히 웃음거리만 되고 비난의 대상만 될 뿐이다. 잘・잘못은 스스로 가리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가려 주는 것임을 명심할 일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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