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교육감 직선제 폐지 헌법 위배 아니다”

김정태

kmjh2001@localsegye.co.kr | 2015-01-16 16:20:19

인터뷰_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자치 본질은 주민 위한 행정에서 찾아야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로컬세계

[로컬세계 김정태 기자] 충남도지사를 역임한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은 지방분권운동에 앞장서 왔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심 위원장은 지방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보장받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한 달 동안 지방을 중앙에 종식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지난달 8일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이 위치해 있다. 특별·광역시의 기초의회 폐지안이 담긴 이 계획안은 정말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일까.


심 의원장은 특별·광역시 기초의회 폐지안은 헌법에 위배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설립 취지인 행정기능만 수행하도록 해 주민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의 자치제도는 주민을 위한 행정이 아닌 자치가 목적인 행정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치의 본질은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주민을 위한 행정에 있다고 말한다.


이번 계획안을 둘러싸고 벌이지고 있는 각종 논란에 대해 심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방자치발전위원장으로 1년 반 정도 일했다. 잘했다고 자평하나


위원장에 취임하고 2개월 동안 17개 시도를 순회하며 학계, 분권단체, 지역주민 등 전체 2700여명이 참여한 ‘자치현장 토크’를 진행, 지역의 여론을 수렴했다. 또한 위원회 전체 회의(11회), 분과위원회(47회), 소위원회(51회), TF 회의(47회), 시·도지사간담회(17회) 등 300회 이상의 회의를 갖고 위원회 위원은 물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자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겠지만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 마련을 위해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대화와 협의과정을 거친 협업의 성과물이라 보람을 느낀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당사자인 기초단체와 논의 없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한다. 내부에서만 교류하고 공청회 등 외부 의견 받아들이는 데 소홀했던 건 아닌가


위원회는 출범이후 17개 시도를 순회하며 지방자치발전을 위한 현안에 대해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의원, 분권단체 등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 결과, 2014년 2월에는 ‘자치현장 토크 종합토론회’를 개최해 지방자치발전에 대한 의견을 종합했다.


지난해 6월에는 위원회가 마련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안)’에 대해 17개 시도지사와 관련 학회, 분권단체 등과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중앙부처와의 협의를 거치는 등 충분한 의견 수렴을 했다.


일부 이해관계자들이 이번 종합계획에 대해 이견을 내놓고 있지만 이미 이러한 과제들은 이전 정부에서부터 꾸준히 논의된 사항이다.


-이번에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고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무엇인가


이번 계획안은 주민편익 증진, 행정효율 제고, 지방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갖고 만들었다. 4개 분야 20개 정책과제로 구성했다. 특히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이 자율과 창의를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지역에 맞는 창조적 경쟁력을 높이는 게 기본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권과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 분권은 내용물을 만드는 것이며 체제는 그 내용물을 담아 행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그릇으로 보면 된다. 그 첫 번째로 한 일이 국가사무와 자치사무를 분명히 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할 일을 나눈 것이다.


현재 지방정부는 공동사무, 위임사무, 자치사무를 보고 있다. 사실 공동사무와 위임사무는 자치사무에 포함돼야 한다. 중앙정부가 공동사무, 위임사무라는 명칭으로 결정권을 갖고 지방정부는 집행만 하고 있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즉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지방정부에 집행을 강요하면 지방의 반발만 사게 된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공동사무와 위임사무를 폐지하고 중앙정부가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하부기관이 없어 집행을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지방정부와 법적인 위임계약을 하도록 했다. 위·수탁 계약을 맺고 돈이 오가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돈도 주고 기능도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겠다.

 
-지방사무 비율을 40%로 높이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추진방향을 듣고 싶다.


위원회는 그동안 총 4만6005개의 국가 총사무에 대해 사무배분기준을 보완해 원점에서 재배분 했다. 단편적·포괄적인 현행 사무배분 기준을 구체화·세분화해 중앙-지방간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제시된 기준을 보완해 주민 가까이에서 처리돼야 할 사무는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고 국민안전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종합·통일적 대응이 요구되는 사무는 국가로 환원하는 것으로 했다.


1차 재배분을 실시해 지방이양 2122건, 국가 환원 174건을 발굴했으며 2차 공동처리사무 재배분으로 2884개 공동사무 중 처리권자 일원화 대상사무 101개를 발굴해 이양심의 예정에 있다.


이를 위해 지방일괄이양법(가칭)을 추진 중에 있다. 그동안 지방이양이 확정된 3101건 중 1982건은 이양이 완료됐고 남은 미이양 1119건 중 1단계로 649개 사무(20개 부처, 111개 법률과 관련)를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종합계획안 중 특별·광역시 기초의회 폐지가 가장 큰 쟁점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반대 측이 기초의회 폐지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헌법에는 자치단체가 의회를 둬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의회를 없애면 자치단체가 아닌 행정기구로 인정하는 것이다. 기초의회가 없어지면 당초 설립 취지인 행정기능만 수행하도록 하면 된다.


아울러 중앙정부 종속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이 없다. 주민이 뽑은 시장이 광역단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시의회가 뒷받침하면 자치가 이뤄지는 것이다. 구 단위는 행정단위로 가서 특별시는 구청장을 선거로 뽑고 광역시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직접 임명하거나 선출해 근린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


특별·광역시는 하나의 도시이며 동일 생활권으로 시민들에게 동일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도시 특성상, 구 단위보다 생활주변의 근린자치 활성화가 더 중요하고 이것이 실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왼쪽)과 김정태 로컬세계 편집국장이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로컬세계

-교육감 선출 방식 관련 내용도 논란이 뜨겁다. 직선제로 가는 건지, 폐지하는 건지, 어떤 방향인가


지금처럼 일반 행정은 시도지사가, 교육행정은 교육감이 따로 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육자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헌법에 교육행정을 교육감이 맡도록 돼 규정돼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교육은 전문성,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라는 것이 헌법에 규정된 사항이다. 이것이 교육감 직선을 통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교육 대통령을 따로 뽑아서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뜻은 아니라고 본다.


지방자치법에 보면 도지사가 일반 행정뿐만 아니라 교육과 학예에 관한 행정을 함께 맡되 교육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행정은 별도의 행정기구를 두게 돼 있다. 별도의 행정기구를 두는 것을 자치로 생각해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다. 이런 논리라면 자치경찰청장, 복지청장 등을 따로 뽑아야 한다. 기능별로 다 선출직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냐고 되묻고 싶다.

 
종합행정으로서의 자치기능을 본 것인데 종합행정이 아닌 기능별 자치를 주장하는 것이 작금의 교육자치인 것이다. 그래서 지난 정부부터 교육자치와 일반 행정과의 통합을 추진해왔고 우리도 통합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제목을 단 것이다.


-선진국들이 기초단체와 의회에 더욱 권한을 위임하는 세계적 흐름과는 상반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특성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자치구를 실시하는 경우도 영국의 런던과 일본 동경을 제외하면 사례가 거의 없다고 알고 있다. 인구 800만명인 미국 뉴욕시도 기초의회가 없고 ‘Borough 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준자치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도시 특성상 실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인구가 몇십만씩 되는 구 단위보다는 생활주변의 근린자치 활성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생활권 단위의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거단위의 근린자치 활성화를 위해 읍면동 주민자치회 도입을 준비 중에 있다.


-지방분권을 연구하는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계획안이 오히려 지방을 배제한 중앙집권적 시각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종합계획은 지방의 자율과 창의를 보장하고 중앙은 조정과 지원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중앙과 지방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 지방분권을 강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의 자치사무 확대할 계획이다. 국가사무와 자치사무 비율을 6:4로 맞추고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을 통한 이양효과 극대화할 방침이다.


지방재정 확충과 건전성 강화에 대한 방안도 마련돼 있다. 국세 대비 20%에 불과한 지방세를 선진국 수준인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방분권을 단순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닌 사무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재정문제도 해소하겠다는 것이 이번 계획안의 핵심이다.


-서울시의 경우 구청장은 선출, 기초의회는 폐지다. 선출직 구청장을 감시할 수단이 없다는 의견이 있는데 대안은 있나


구청장은 행정단위의 장이다. 국가사무나 시·도의 위임사무만 처리하면 된다. 시민이 뽑은 시장이 구청장에게 행정권한에 대한 내용을 위임하는 셈이다. 시장이 위임사무를 통제하고 시의회가 시청 산하기관을 감시·감독하듯 구 행정을 감독하면 된다. 아울러 선출직 구청장은 공직선거법에 의해 주민소환 등의 주민에 의한 감시가 가능하므로 크게 염려할 사항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보다 시청과 구청의 연계 기능이 강화돼 효율은 높이고 감시·감독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들은 기초의회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의회가 있어 주민들의 행정수요나 주민자치 수용에 귀 기울인다는 이야기인데 기초의회 폐지로 주민 의견 수용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는데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도시 특성 상, 인구가 몇십만씩 되는 구 단위보다는 생활주변의 근린자치 활성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방행정체제 개편방향을 크게 생활권 단위의 지방자치 구현과 주거단위의 근린자치 활성화로 세웠다.

 
주거단위의 근린자치 활성화를 위해 읍면동 주민자치회 도입을 준비 중에 있으며, 자치구 의회 폐지에 따른 주민의견 반영 약화 등을 우려해 시의회 의원 증원, 구정협의회 설치 등 보완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통일된 균질의 행정서비스를 지역주민에게 제공하며 행정단위의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겠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탐탁지 않게 보는데 국회통과를 어떻게 보는가


문제는 여러 분야에서 이해당사자가 걸려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물론 구의원, 정치지망자생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를 충분히 합의할 수 있도록 2017년까지 국민적 합의의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급격히 제도가 바뀌면 이해당사자간의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해서 국민적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 국회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향후 실행계획은


우리 위원회는 종합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이달 중 관계기관으로부터 종합계획의 시행을 위한 기관별 실천계획을 제출받고 이를 심의·확정해 2월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겠다. 11월에는 각 기관에서 작성한 실천계획의 이행상황을 점검·평가해 종합계획의 실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종합계획에 포함돼 있는 20개 정책과제는 대부분 법률의 제·개정을 거쳐야 실현될 수 있다. 국회 지방자치발전 특별위원회 등과 협력해 종합계획에 담긴 개편방안 모두 하나하나 법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담: 김정태 편집국장 / 정리: 라안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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