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지 시인의 <풍장의 시간> 출간
김을지 기자
ejkim2068@naver.com | 2026-09-01 16:28:58
[로컬세계 = 김을지 기자]
엄태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풍장의 시간>이 시와에세이 출판사에서 나왔다.
엄태지 시인의 시는 작고 사소한 사물들이 녹슬고 삭아가는 모습에서 인간 존재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사라짐을 단순한 소멸로 바라보지 않고 또 다른 존재로의 이동과 변화로 받아들이는 시선이 그의 시편 곳곳에 흐른다.
“퇴화의 흔적이 뼈라고 한다면 나는 몇 번을 윤회했을까/ 내 갈비뼈들은 어느 계절에 피었다 진 꽃나무일지도 몰라/ 지워진 기억, 분명 어느 별을 떠돌다 온 저/ 썩어가는 나무의 영혼일 터인데/ 누가 꽃의 기억을 삭제했을까”
시 <죽음에 대한 질문>에서 시인은 자신의 갈비뼈를 한때 피었다 진 꽃나무에 빗댄다. 인간과 꽃나무, 살아 있는 것과 사라져가는 것의 경계를 허물며 서로 다른 존재가 결국 하나의 생명 세계 안에서 이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시에서 인간과 자연, 사물은 어느 한쪽이 지배하고 다른 한쪽이 지배받는 관계가 아니다. 저마다의 존재성을 지닌 채 서로 연결되고 순환한다.
이러한 시세계는 시인의 산문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이것이 불교에서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세계관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디에든 있으므로 사랑하라, 귀하게 여기라, 나를 바라보듯 녹슬어 사라지는 것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라, 이것이 내 문학적 사고다”라고 밝힌다.
<풍장의 시간>은 그렇게 낡고 녹슬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오래 바라보는 시집이다. 소멸의 흔적 속에서 또 다른 생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인간과 사물의 경계를 넘어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엄태지 시인은 <시와정신>을 통해 등단했으며 청주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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