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군고구마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6-02-08 17:57:13

 

                            고향집 군고구마

                                                       이승민

함박눈 내려 세상을 하얗게 덮어주면, 

고향집 산촌은 늘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고요한 새벽을 가장 먼저 깨우는 것은 

어머니의 부지런한 발소리

육남매 먹을 쌀을 씻어 솥에 넣고 

부뚜막에 앉아 짚불을 지피신다


매캐하면서도 정겨운 짚 타는 냄새가 

코끝을 스칠 때면, 

검은 잿더미 속엔 어김없이 몸을 숨긴 고구마

밥 짓는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질 때 

군고구마 황금빛 설렘이 얼굴을 내민다


어머니의 따스한 마음과 

우리들의 소박한 꿈들이 

초가집에 도란도란 웃음으로 이어지고

검게 그을린 껍질을 조심스레 벗겨내면, 

숨겨졌던 노란 속살이 눈부시게 드러난다


곱게 익은 구수한 향기 호호 불며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머금은 달큰한 열기 

그 감미로움에 녹아드는 꿀맛

그것은 식구들과 나누던 정겨운 온기였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부뚜막도

짚불 타는 냄새도 사라져 쓸쓸하지만

눈 내리는 날이면 

그 시절이 몹시도 그리워진다


지난날을 뒤돌아 곰곰이 생각해보면


군고구마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하얀 김은 

형제간에 우애하라는 어머니의 소원이었고

검은 잿더미 속에서 익어가던 

그 군고구마의 고운 향기는 

자식들 화목하길 바라는 어머니의 기도였다


도쿄의 어느 낯선 가게 앞에서 만난 

반갑고 고마운 군고구마 향기 하나 

어느새 나는 고향의 겨울을 손에 들고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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