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국군의 날과 개천절, 그리고 의료 개혁-이 시점에 한마디(Ⅷ)

마나미 기자

| 2024-09-11 18:01:15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지금 대한민국 안보에서 가장 당면한 문제는 북괴와의 대치를 어떻게 이겨내느냐 하는 것이 많은 분의 공감대라고 본다. 북괴는 이미 핵보유국이라는 오만으로 가득 차서, 대화도 힘들고 웬만해서는 눈도 꿈쩍이지 않는다. 그런 현실 앞에서 오로지 내 나라 안보를 지키려고 젊음을 바치고 있는 국군장병들을 위해서 국군의 날 하루라도 휴일로 지정하여 기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국군의 날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세간에는 반기는 분위기와 함께 낭설도 떠돈다. 야당 의원 중에는 10월 1일이 조선총독부 설립일인데 현 정부가 친일 노선을 택하면서 그날을 임시 공휴일로 정한 것이 아니냐고 뜬금없는 소리를 해대는 이도 있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과 상관있는 것 아니냐는 엉뚱한 소리도 해댄다. 딴지를 걸려면 그럴듯하게 걸어야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일 뿐이다.


처음에는 육・해・공 3군 기념일이 군별로 달랐지만, 6·25 전쟁 때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10월 1일을 기념하여, 일본이라면 치를 떨던 이승만 정부가 1956년에 육・해・공군 기념일을 통합해서 국군의 날로 삼았다. 

이승만이 조선총독부 공식 설립일을 기념하는 의미로 국군의 날을 정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려니와, 후대에 친일 논쟁하라고 그날을 택했을 리가 없다. 또한 조선총독부가 공식적으로 대한제국 통치를 시작한 1910년 10월 1일을 설립일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경술국치일인 1910년 8월 29일에 총독부는 이미 설립된 것이며, 그 이전부터 일본은 매국노 이완용 등을 이용해서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군의 날 휴일 지정과 친일을 융합하는 꼼수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다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10월 1일이 공휴일이 되면 3일 개천절과 징검다리 휴일이 되어 직장인들은 연월차로, 학교는 재량 학습일 등으로 2일은 사실상 휴일이 되어 생산성이 떨어지고,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없는 환경에 근무하는 많은 노동자는 오히려 소외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10월에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우려는 납득이 된다. 하지만 그 역시도 걱정할 일이 아니다. 원칙을 따라서 옳은 길을 가다 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우리 한민족의 건국절인 개천절은 원래 음력 10월 3일이다. 그런데 1949년 대한민국 국경일을 제정하면서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제정하자는 안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환산도 힘들었고, 10월 3일이라는 날짜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여 양력 10월 3일로 제정했다. 그리고 음력을 국경일이나 기념일로 하는 것을 배제하는 추세로 기울면서 아예 양력 10월 3일로 굳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다르다. 

추석을 음력으로 지내던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라지만, 설날을 연휴로 지정하고 새해 첫날은 하루만 쉬는 것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처님 오신 날 역시 음력으로 제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는 굳이 개천절을 양력으로 고집할 이유가 없다. 일부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 8월 15일을 건국절 운운하고, 일제 강점기에는 우리 한민족의 국적이 일본이라는 등 망국적 헛소리를 지껄이지만, 이름 바꾼다고 사람도 바뀌는 것 아니다. 일만 년 유구한 우리 한민족 역사를 단절하고 1948년에 태어난 76년 역사의 신생국이 되어, 반드시 수복해야 할 우리 한민족의 영토, 만주와 대마도를 영원히 포기하고, 한반도 반쪽나라로 만들 것이 아니라면, 개천절을 본래대로 음력으로 기념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숙고해 볼 의미 있는 일이다.


격동하는 지금 이 시점에, 백성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일은 개천절이 건국절이냐 아니냐의 문제처럼 역사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다. 의료 개혁과 의사 증원에 대한 여론이 처음에는 정부의 개혁에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백성들의 목숨과 고통은 관심도 없고, 특정한 소수에게 주어지는 의사라는 특권을 나누기 아까워서 실력행사에 돌입하며, 앞장서서 파업을 단행한 전공의들로 인해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자, 지금은 오히려 정부가 잘못한 것으로 여론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당장 피부로 느끼는 불편이 크다는 것은, 이미 4년 전에 암 3기 판정을 받고 3년 전에 항암 치료를 마쳤으나,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며 연신 병원 문턱을 드나드는 필자로서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우리 모두 안다. 병원 전체가 파업한 것도 아니고 단지 전공의만 파업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혼란을 야기하는 것 자체가, 의료 개혁을 단행하고 의사 수를 늘려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금 여기까지 온 시점에도 의료 개혁과 의사 증원을 못한다면, 아마 우리 세대에 다시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아 후손에게는 더 큰 불편과 고통을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부는 바람에 휩싸이는 일부 백성들과 언론은 물론 야당을 필두로, 백성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과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정치인들마저, 옳고 그름을 논하고 진정한 의료 개혁을 위해서 정책적으로 노력하기는커녕, 추석 밥상 인기몰이에 지장이라도 생겨 다음에는 낙선이라도 할까 봐 여론에 편승해 꼬랑지 내리는 꼴을 보면 그야말로 가관일 뿐이다.


단순히 공휴일 하루 는다고 기뻐하거나, 당장 힘들다고 옳은 뜻을 굽힐 일이 아니다. 비록 지금은 벽에 부딪치지만, 그 뜻이 객관적으로 옳고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다면 지지를 보낼 줄 아는 것이 백성 된 도리이며 선조들에 대한 예의이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동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시행하는 데 때가 존재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가 싶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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