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하이엘지역주택조합, 연간자금운용계획서 등 2년째 홈피에 공개 안해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 2020-05-08 19:49:19
위반 시 주택법 제12조 저촉, 2년 이하 징역형
조합장 “조합홈피 옛 분양대행사 것 용량초과해 추가 입력 불가, 용역비 2000만원 못 줘 업데이트 못해”, “5월 말까지 재편성 개설하겠다”
비대위측 “황당한 변명, 지주택 각종 자료는 용량 매우 적어 종이서류 수백장 추가 게시해도 아무 문제 없어”
[로컬세계 전상후 기자] 직전 조합장 등 6명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남 김해 율하이엘지역주택조합(율하지주택, 전체조합원 3300여명) 현 집행부가 연간자금운용계획서 등 조합원들이 당연히 알아야할 핵심사항을 2년째 조합 홈피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행 주택법 제12조(관련 자료의 공개) 1항에는 ‘주택조합의 임원은 연간자금운용계획서, 월별 자금 입출금 명세서 등을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8일 율하지주택과 율하지주택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조합장 등 현 집행부는 2018년 6월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1년 11개월 동안 연간자금운용계획서, 회계감사보고서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개돼야 할 이들 자료 중 ‘월별 자금 입출금 명세서’는 지주택 조합원이 총회나 임시총회에서 보고된 것 외에 지출된 각종 계약금, 용역비 등 굵직한 지출내역을 한 눈에 보며 집행부의 업무 추진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료이다.
핵심 자료 미공개 이유에 대해 조합장 A씨는 “현재 조합 인터넷 홈피가 우리 것이 아니다. 전 분양대행사(Y사) 것인 데, 밀린 돈 2000만원을 주지 않은 관계로 용량이 초과한 상태여서 추가로 뭘 할 수가 없으니 조합을 방문하시라는 공지를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어 “전 분양대행사가 광고비를 횡령한 게 있어 내가 2000만원을 줄 필요는 없으며, 5월 말까지 새롭게 모든 것을 구성해서 인터넷홈페이지를 재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조합장이 되고 보니 직전 집행부의 조합원 분담금 회계정리가 4년 동안이나 안 돼 있는 데다 감사보고서도 전혀 없어 내가 무슨 재주로 연간자금운용계획서를 올리느냐”고 되물었다.
▲ 7일 오전 11시 30분쯤 경남 창원시 경남지방경찰청 정문에서 김해 율하이엘지역주택조합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100여명이 현 조합장과 집행부 이사들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이에 기자가 “동영상을 수십개 올리는 것도 아니고 연간자금운용계획서 등의 서류가 무슨 용량을 많이 차지하느냐. 납득이 안 간다”라며 의문을 표시하자, A씨는 “이런 걸 갖고 계속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 정보공개의 문제에 대해 일부 조합원이 고소해 경찰에서 진술도 했으니 그만 하자”라며 말을 돌렸다.
이 사건에 대해 고소인, 피고소인 조사를 끝낸 김해서부경찰서는 법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해명에 대해 율하지주택 비대위 김동진(49) 위원장은 “내가 현 조합장 밑에서 2018년 6월부터 2019년 2월말까지 월급도 없이 자원봉사를 했는데, 조합 홈페이지 운용에는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라며 “2018년 11~12월에 밀린 돈 24만원을 홈페이지 운영업체인 J사에 송금한 이후 조합 홈페이지가 정상적으로 운영됐고, 그 홈페이지가 ‘조합 게 아니라 전 분양대행사 것’이라는 것은 황당한 주장”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회계 정리가 안 돼 있거나 감사보고서가 전혀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김 비대위원장은 "직전 집행부가 2016년도에 감사보고를 한 사실이 있으며, 현 A조합장도 2019년 2월에 '회계결산 보고'를 한 사실이 있다"며 "A조합장이 언론에다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것은 세치 혀로 조합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언론인을 속이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어 "A조합장은 주택법 제12조에 따라 회계감사(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보통 외부 회계법인에 맡김)를 실시해야 하는 데 하지 않았으며, 외부는 커녕 내부감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율하지주택 비대위 회원 100여명은 지난 7일 조합장 A씨 등 집행부의 업무상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를 11개월째 진행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소재 경남지방경찰청 정문 앞에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비대위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현 조합장과 집행부가 수십억원대의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으며, 조합 사업을 의도적으로 지연함으로 인해 조합원 가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3000여 조합원과 1만여 가족은 파렴치한 범죄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구속으로 이어질 때까지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조합장의 전횡과 지지부진한 사업 추진 상황, 과도한 추가부담의 압박 때문에 조합원이 5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범죄 혐의에 대해 ‘공무원 의제’가 적용되는 조합 집행부를 고소한 게 지난해 6월로 1년이 다 돼 가는 만큼 수사팀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더 큰 피해를 막고 범죄혐의자들을 엄벌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합장 A씨는 “비대위가 주장하는 것은 모두 사실무근 거짓말이며, 사업을 방해하는 데 집중하는 주최자들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첫 고소장이 접수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2차 고소, 올해 2월 추가자료 제출이 이어지는 상황이 있었다”며 “고소인측과 피고소인측의 진술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다 철저한 수사를 위해 관계인들을 통해 여러 가지 확인해야할 게 많아 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지수대 2개 팀(수사관 10명)을 이 사건에 투입했으며, 증거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종결하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율하이엘지역주택조합은 2015년 조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2016년 조합 설립인가, 2017년 조건부 사업승인을 받은 뒤 김해시 신문동 율하신도시에 아파트 15개 동, 3764가구, 오피스텔 641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율하 센트럴시티'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애초 완공 예정일은 2023년이었으나 직전 조합 집행부와 업무대행사 대표 등 6명이 무더기로 구속돼 1심에 이어 지난 4월 선고된 2심에서도 전원 징역 1~8년형 판결을 받는 등 내부 비리로 인한 내분과 불신 때문에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했다.
특히 직전 집행부의 비리를 고발해 몰아낸 뒤 새로이 조합 이사진을 구성한 현 집행부 마저 조합원들과의 마찰, 불신, 소송전이 가열하면서 사업 일정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창원=글·사진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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