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기다린 남원 국립의전원, 이제 ‘설립 이후’를 준비한다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6-10-01 20:09:48
남원의료원은 500병상 규모 ‘국립중앙의료원 남원병원’으로 단계적 전환
교육·임상·연구 기능 한곳에…지역 필수의료 변화의 계기 될지 주목
소재지 확정은 시작…부지·예산·교수진 확보와 구체적인 교육과정 마련이 과제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8년을 기다린 남원의 국립의학전문대학원(국립의전원) 설립이 마침내 구체적인 사업 단계에 들어섰다.
보건복지부가 국립의전원 소재지를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로 최종 확정하면서 그동안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논의에 머물렀던 사업이 실제 설립 절차로 넘어가게 됐다.
남원에 국립의전원이 들어선다는 것은 단순히 대학원 하나가 신설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교육과 임상실습을 담당할 의료기관, 연구시설, 의료인력 등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원의료원을 국립중앙의료원 남원병원으로 전환하는 계획까지 맞물리면서 남원은 교육과 의료를 동시에 바꾸는 장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됐다.
2018년 결정 이후 8년…이번에는 ‘소재지 확정’
보건복지부는 1일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준비위원회 제4차 회의를 열고 남원시를 국립의전원 소재지로 최종 결정했다.
예정 부지는 남원의료원 인근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남원시 입장에서는 2018년 정부가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남원에 설립하기로 한 이후 8년여 만의 결론이다.
그동안 지역에서는 국립의전원 설립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고 도시관리계획 등 행정절차를 준비해왔다. 정부와 국회, 전북특별자치도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온 것도 이번 결정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남원에 설립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에서 벗어나 ‘어떻게 설립하고 어떤 의료인력을 길러낼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넘어간 것이다.
100명 규모 대학원…교육은 남원을 중심으로
국립의전원은 입학정원 100명의 4년제 대학원대학으로 추진된다.
현재 계획상 2029년 개교, 2030년 교육과정 개시가 목표다. 졸업생은 행정기관과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15년간 의무복무하는 방식으로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교육과정이 남원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남원의료원을 비롯한 다양한 공공의료기관을 활용해 임상실습을 받게 된다. 세부 교육과정은 앞으로 교육과정 전문위원회 논의를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
결국 국립의전원의 성패는 학교 건물을 얼마나 빨리 짓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어떤 의료인을 양성할 것인지, 어디에서 어떤 환자를 만나게 할 것인지, 졸업 이후 지역과 공공의료 현장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남원의료원도 달라진다…‘학교와 병원’ 동시에 변화
국립의전원 설립과 함께 남원의 의료환경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은 남원의료원이다.
정부는 남원의료원을 국립중앙의료원 남원병원으로 전환하고 약 500병상 규모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심·뇌혈관질환과 치매 등 의료기능을 특화해 지역의 거점병원 역할을 강화하고, 국립의전원의 임상교육에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남원에서는 대학원과 병원이 별개의 시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임상, 연구가 맞물리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의료현장에서 접하고, 병원은 교육과 연구를 통해 의료인력 양성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지역 주민 입장에서도 변화의 폭은 작지 않다. 국립중앙의료원 남원병원이 계획대로 기능을 갖추게 되면 남원과 인근 지역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병상 규모 확대 자체가 곧바로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진료과목과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실제 지역 주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를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남원의 새로운 과제는 ‘의료도시’의 내용 채우기
남원시는 국립의전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남원병원을 두 축으로 교육·연구·임상 기능을 집적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AI와 Physical AI, 의료로봇 등 미래의료 기술을 접목하고 대학·병원·연구기관·기업과 연계한 연구와 실증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령층과 의료취약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비대면진료와 건강관리, 만성질환 관리 등 생활밀착형 의료서비스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남원은 단순히 의전원이 위치한 도시가 아니라 공공의료 인력을 교육하고, 실제 의료현장에서 기술과 정책을 시험하는 지역으로 역할을 넓힐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단계도 적지 않다. 국립의전원 건립에 필요한 부지와 도시관리계획, 국가 예산, 교수진과 의료인력 확보가 남아 있다. 남원의료원의 국립중앙의료원 남원병원 전환 역시 별도의 구체적인 실행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소재지 확정은 사업의 종착점이 아니라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8년의 결실’ 다음은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
남원시민에게 이번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지역에 국립교육기관 하나가 들어서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역에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생기고, 대형 공공의료기관이 함께 자리 잡으면 인구와 일자리, 연구 및 의료서비스 등 도시의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학교와 병원만 들어서고 지역 의료기관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기대했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원이 주목해야 할 것은 건립 속도만이 아니다.
국립의전원 학생들이 남원에서 얼마나 많은 의료현장을 경험하는지, 지역 병·의원과 공공의료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주민들이 이전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양충모 남원시장은 “지난 8년 동안 정부의 약속을 믿고 기다려 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소재지가 확정된 만큼 2029년 개교에 차질이 없도록 부지 확보와 도시관리계획 등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립의전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남원병원을 양대 축으로 남원의 교육·연구·임상 기반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원시는 앞으로 국립의전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남원병원을 중심으로 공공의료 교육·연구·임상 기능을 연계하고, 지역 의료체계와의 연결을 강화하는 중장기 발전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남원이 8년 동안 기다려온 것은 ‘학교 건물’이 아니다. 지역에서 의료인을 키우고, 지역 주민이 필요한 의료를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에 대한 기대다. 소재지 확정으로 첫 단추를 끼운 만큼 이제부터는 2029년 개교라는 일정뿐 아니라 교육의 질, 의료인력 확보, 주민이 체감할 의료서비스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