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며 당신에게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5-12-30 20:08:29

한 해를 보내며 당신에게

                                                       이승민

찻잔 속으로 떨어지는 햇살 한 자락이 

어제의 빛이 아님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우리는 늘 내일이라는 기약 속에 살지만 

생의 수레바퀴 아래 다음이란 이름의 정거장은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릅니다


요람에서 터뜨린 울음부터  고요히 감길 마지막 눈꺼풀까지 

그 아득하고도 짧은 한평생의 길 위에서 

우리는 수만 번의 바람과 스쳐 지나갑니다


그 무수한 바람 중

지금 내 곁을 머무는 당신은 

우주가 빚어낸 단 한 번의 기적입니다


설령 내일 다시 마주 앉아 차를 마신들 

오늘의 공기와 오늘의 온도와 

지금 이 마음의 무늬는 결코 같을 수 없기에

옷깃을 여미고 당신의 눈동자에 온 마음을 담습니다


안일한 나중의 약속으로 

오늘을 흘려보내지 않기를

지금 이 순간이 생의 마지막 만남인 듯 

뜨겁고도 정갈하게 당신을 대접하려 합니다


우리의 인연이 찰나의 불꽃이라 해도 좋습니다


이 찻잔이 식기 전

진심을 다해 마주한 오늘이 있다면 

우리의 한평생은 

후회 없이 빛나는 조각들로 채워질 것이니


지금 여기에 있는 당신 

내 생애 단 한 번뿐인 이 눈부신 인연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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