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그곳에 진정한 ‘두 번째 골든타임’, 신천지자원봉사단 거제 수해 농가서 흘린 71개의 땀방울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 2026-09-08 00:15:34
토사 제거부터 피해 포도 3000L 수거까지 묵직한 헌신
“재난복구의 진짜 마침표는 일상 회복”
'평화와 사랑의 실천적 대사회 봉사운동의 진면목' 증명
[로컬세계 = 전상후 기자] 흔히 골든타임이라 하면 중증외상이나 심뇌혈관 질환 등 생명이 위급한 순간에만 적용되는 단어로 여긴다. 하지만 거대한 재난이 할퀴고 지나간 침수 피해현장에도 이와 못지않게 절체절명인 시간의 법칙이 존재한다. 물이 빠진 직후 3~4일 이내에 토사와 오염물질을 걷어내야 하는 ‘첫 번째 골든타임’이 그것이다.
그러나 진짜 잔인한 시련은 그다음부터 찾아온다. 언론의 플래시 세례와 함께 전국에서 몰려들었던 수많은 자원봉사 인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빠져나간다. 통계에 따르면 대형 수해 발생 후 불과 3주만 지나도 자원봉사자의 수는 무려 76% 이상 급감한다. 반면, 상처 입은 농경지를 정비하고 파손된 생업의 터전을 복구하는 일은 오히려 이때부터 수주 이상이 걸리는 고된 사투의 연속이다.
언론의 관심도 사람들의 발길도 뚝 끊겨버린 이 막막한 공백기, 즉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야만 하는 이 시기를 과연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바로 이것이 재난 극복의 성패를 가르는 ‘두 번째 골든타임’이다. 이 절실한 시간대에 묵묵히 거제의 상처 입은 농가로 달려간 71명이 있다.
◆ 언론의 관심이 꺼진 자리, 71명의 손길로 채우다
지난 5일 경남 거제시 둔덕면 방하리의 한 포도농가. 지난달 집중호우의 직격탄을 맞고 쑥대밭이 되었던 이곳에 신천지자원봉사단 부산경남지역 연합 봉사자 71명이 집결했다. 이번 봉사에는 부산경남서부연합 36명과 부산경남동부연합 35명이 뜻을 같이했으며, 거제시자원봉사센터와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가장 손길이 절실히 필요했던 사각지대를 정확히 찾아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어진 4시간 동안의 복구작업은 그야말로 땀과 헌신의 현장이었다.
이들은 무너져 내린 농가 주변의 돌담 기초를 탄탄하게 다잡아 안전조치를 완료하고,
농경지 전체를 뒤덮었던 무거운 토사를 걷어내며 막힌 배수로를 시원하게 정비했다.
수확을 코앞에 두고 폭우와 토사에 휩쓸려 부패가 진행되거나 상품 가치를 잃어버린 피해 포도와 영농폐기물을 한데 모아 무려 3000L에 달하는 물량을 말끔히 수거, 정리했다.
◆ ‘내 일처럼 팔을 걷어붙인 이들의 진심’ 인간미 넘치는 평화의 구현
수해의 거대한 고통 앞에서 망연자실하며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던 과수원 주인 이재규 씨는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구슬땀을 쏟아내는 봉사자들의 손을 잡고 말을 잇지 못했다.
“막대한 피해를 입고 눈앞이 깜깜해 어떻게 다시 일어설지 막막했는데, 멀리서 이렇게 찾아와 내 일처럼 팔을 걷어붙여 주시니 감사의 눈물밖에 나지 않습니다. 덕분에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뉴스로만 접하던 참혹한 수해현장을 직접 마주하고 구원투수로 나선 한 봉사자 역시 “함께 힘을 모아 흙더미를 파내고 농가가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니 온몸에 전율이 돋을 정도로 큰 보람을 느낀다”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세상의 편견과 색안경 따위는 이들의 뜨거운 헌신 앞에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지구촌 이웃의 아픔을 내 몸처럼 여기는 '인간미 넘치는 평화세계 구현'의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 실천적 대사회 봉사운동의 정석…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함께 합니다"
이번 거제 수해복구활동이 지닌 진짜 가치는 단순한 일손 돕기를 넘어선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획성’에 있다. 재난의 초기 대응에만 반짝 몰두하고 사라지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피해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생업과 일상으로 온전히 복귀할 때까지 시대를 읽고 현장을 지켜내는 교단 차원의 실천적 대사회 봉사 운동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다.
신천지자원봉사단 관계자는 “재난 복구는 피해 직후 몇 칠 반짝 지원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주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꾸준한 눈길과 손길을 건네는 것이 진정한 봉사의 본질이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자원봉사기관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도움이 필요한 그늘진 현장을 가장 먼저 찾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거제의 붉은 태양 아래, 신천지자원봉사단 71명의 봉사자 가슴에 새겨진 온기는 차갑게 식어있던 재난 현장에 뜨거운 생명의 온도를 불어넣었다.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자리에서도 묵묵히 두 번째 골든타임을 지켜내는 이들의 아름다운 발걸음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기억해야 할 진정한 평화와 연대의 가장 눈부신 얼굴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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