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서 열린 재일동포 경로잔치…전통공연·가요로 흥겨운 한마당

여가옥 기자

my07233@gmail.com | 2025-09-17 13:01:29

대한노인회 동경지부 주최...공연과 교류 이어가며 '자긍심과 연대' 다져 지난 15일 일본 경로의 날을 맞아 도쿄 민단 중앙본부 회관에서 재일동포를 위한 경로 잔치가 성대하게 열렸다.

[로컬세계 = 글·사진 여가옥 기자] 지난 15일 일본 경로의 날을 맞아 도쿄 민단 중앙본부 회관에서 재일동포를 위한 경로 잔치가 성대하게 열렸다.

대한노인회 일본 동경지부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김순애 씨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국민의례와 지난해 별세한 당회 상임고문 고(故) 김종기 목사, 순국선열과 선배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부봉추 대한노인회 일본동경지부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봉추 대한노인회 일본동경지부 회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이 자리를 빌려주신 민단 중앙회관 본부와 준비에 힘쓴 동경지부 이사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제 고향은 제주도로, 4·3 사건이 일어난 해에 태어나 17세에 일본으로 건너왔다. 늘 조국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로잔치를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 해외 동포로서 긍지를 갖고 동심으로 돌아가 서로 즐겁게 어울리길 바란다. 오래 건강히 사시고 영적으로도 함께해, 저승에서도 이런 교류의 자리가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최금분 대한노인회 일본연합회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올해 96세인 최금분 대한노인회 일본연합회 회장은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우리 정부가 항상 잘 되길 바란다”며 “재일 대한부인회, 노인회, 남성회 모두는 자랑스러운 한국 사람들이다. 우리는 어디를 가든 한국인의 피를 가진 한국인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일동포가 훌륭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길 바란다. 오늘 많은 분들이 모여 정말 기쁘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고 축사를 전했다.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의 영상 축사를 소개했다.

이어 한국에서 보내온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의 영상 축사와 화환을 소개했다. 또한 오영석 민단 동경지방본부 단장의 화환과 참석자들의 찬조에 대한 감사 인사도 전해졌다.

1부 기념공연은 첫 순서로 정애진 한국전통무용팀의 삼고무로 화려하게 막을 열었다.

1부 기념공연 첫 순서로 정애진 한국전통무용팀의 삼고무로 화려하게 막을 열고 있다. 소프라노 안누리 가수와 이승희 피아노 

안누리 소프라노 가수가(피아노 이승희) 청아한 목소리로 푸치니의 오페라송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외 동요 '섬집아기' '반달' 등 다섯 곡을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앵콜 무대에서는 일본 노래 ‘후루사토(고향)’를 불러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어 갓을 쓴 양반이 선보인 한국무용 ‘한량무’와 히비키 패밀리 아버지의 가부키 공연이 이어져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현장을 흥겹게 달궜다.

한국무용 한량무와 히비키 가부키 공연

1부 공연을 마치고 가지는 점심식사에 앞서 대한노인회 일본동경지부 상임고문 이청길 목사가 사랑 가득한 감사기도를 올렸다.

이 목사는 “이 경로잔치를 통해 한일 간의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리게 하시고, 일본 땅에서 오랫동안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아온 동포들을 위로하시며 새로운 희망을 더해 주시옵소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대한노인회가 우리나라 만세를 외칠 수 있도록 축복해 주시고, 남은 생애가 복되고 아름답게 이어지며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시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이청길 목사가 식사 기도를 올리고 있다.

식사회와 동시에 2부 경로잔치 공연이 시작됐다.

첫 무대는 한국무용 사물놀이 팀이 경상도 지역의 통속 민요 ‘밀양 아리랑’을 신명나게 선보이며 열었다.

한국무용 아리랑 낭랑 박미순 가수

이어 가수 박미순이 무대에 올라 경기민요 ‘태평가’, 전통민요 ‘날 좀 보소’, 남진의 ‘가슴 아프게’,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 등 다양한 곡을 불러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다음으로는 한국무용 ‘소고춤’이 무대에 올랐고, 한국에서 초청된 가수 최명준이 동요 ‘고향의 봄’을 관객들과 함께 부르며 모두에게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한국무용 ‘소고춤’과 초청가수 최명준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합창에 동참했다. 앵콜 무대에서는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이 애절하게 울려 퍼졌다.

분위기는 이어진 무대에서 더욱 고조됐다. 가수 백난아가 신민요 ‘아리랑 낭랑’을 신나게 부르자 관객들도 덩실덩실 춤을 추며 하나가 되었다.

마지막 피날레 무대는 부산 출신 가수 기선이 장식했다.

마지막 피날레 무대는 부산 출신 가수 기선이 장식했다.

그는 “경로잔치라고 하기에는 여러분들이 너무 젊으십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이니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제 노래보다 여러분이 좋아하실 노래를 준비했습니다”라며 공연을 시작했다.

기선은 ‘서울이여 안녕’, 이미자 메들리, 김세레나의 ‘새타령’, 황정자의 ‘처녀 뱃사공’을 불러 현장의 흥을 끌어올렸다. 또 제주도·전라도·경상도 사투리 버전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참가자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많은 공연이 이어진 끝에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오문자 대한노인회 일본동경지부 부회장은 “오늘 즐거운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대한노인회는 재일동포 노인복지와 권익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합니다. 건강하게 지내시다가 내년에 또 만납시다”라고 폐회 인사를 전했다.

오 부회장은 또 한일 양국의 가교 역할을 담은 저서 <<해협의 틈에서 가교를 희구한 재일 여성의 기억>>을 출간했다며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오문자 대한노인회 일본동경지부 부회장이 폐회사를 하고 있다. 오문자 저 해협의 틈에서 가교를 희구한 재일 여성의 기억

이날 행사에 참가한 재일동포 이경옥 씨는 “잠시 모든 것을 잊고 동심으로 돌아간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렇게 다채로운 공연을 준비해주신 회장님과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후배로써 선배들의 경로잔치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김은숙 씨는 "선배님들 덕분에 경로의 날 잔치 시간을 민단 중앙 본부에서 보낼 수 있어서 감사와 감동의 시간이었고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사랑 어린 지도를 부탁드린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대한노인회 일본동경지부는 2017년 3월 발족했으며, 현재 2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일본에 거주하면서도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간직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로컬(LOCAL)세계 / 여가옥 기자 my07233@gmail.com

[ⓒ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