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⑪] 문선명·김일성, ‘불구대천지원수’에서 ‘의형제’로… 30년 신뢰의 대서사시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6-02-04 06:42:43

무신론 주체사상과 유신론 하나님주의 만남
평양을 뒤흔든 연설, “주체사상으론 통일 안 된다”
문과 김 특별 4개항의 전격 합의와 의형제
문선명 ‘조국통일상’과 풍산개 ‘정주·안주’
1991년 12월 6일 문선명 총재와 김일성 주석의 만남.

[로컬세계 = 이승민 대기자] 인류사에서 도저히 한 하늘 아래 함께 살 수 없는 관계를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라 부른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 몬태규와 캐퓰렛 가문처럼 말이다. 그러나 1991년 12월, 한반도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재회라 불릴 만한 두 인물이 평양에서 손을 맞잡았다. 세계적인 승공 운동가 문선명 통일교 창립자와 북한의 절대 권력자 김일성 주석의 만남이다.

대척점의 두 지도자, 유신론과 무신론의 정면충돌

문선명 총재와 김일성 주석은 70여 평생을 철저한 대척점에서 살아왔다. 문 총재는 북한을 무신론 공산주의로부터 해방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고, 북한은 그를 ‘승공의 괴수’라 부르며 비난했다.

헤브라이즘을 대표하는 문 총재와 헬레니즘적 공산주의를 대표하는 김 주석의 만남은 그 자체로 시대적 사변이었다. 특히 문 총재는 과거 공산당에 의해 흥남감옥에서 2년 8개월간 옥고를 치른 개인적 악연이 있었음에도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 방북을 결단했다.

평양을 뒤흔든 사상 담판, “주체사상으론 통일 안 된다”

방북 사흘째인 12월 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 공식 환영 만찬에서 문 총재는 파격적인 일갈을 던졌다.

“본인은 평생을 승공 운동에 바쳐온 사람입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인간을 중심한 '주체사상'이나 무신론적 유물사관으로는 절대 남북 통일을 이룩할 수 없습니다.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을 중심한 ‘하나님주의’만이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을 수 있습니다.”

배석했던 박보희 세계일보 사장은 “만찬장이 얼음장처럼 식었고 북측 인사들은 경악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 성명서 전문은 다음 날 노동신문 1면에 가감 없이 게재되었다.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노동신문에 실린 것은 창간 이래 전무한 사건이었다.

특별 4개항의 전격 합의와 의형제

3시간이 넘는 오찬 회담 끝에 두 지도자는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4개항에 합의했다.

이산가족 상봉 : 1992년부터 노령자 위주로 이산가족 찾아주기 사업 추진.

한반도 비핵화 : 핵에너지는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하며, 국제 핵사찰 수용 협조.

남북 경제협력 : 군수사업을 제외한 평화적 사업에 통일그룹 지원(금강산 개발 등).

남북정상회담 : 남북 정상이 만나 통일 방식을 논의할 용의가 있음을 확인.

회담 과정에서 문 총재는 김 주석에게 연방제 통일 방안의 한계를 지적하며 사상적 담판을 지었다. 

김 주석은 문 총재의 당당한 배포와 진정성에 감동하여 결국 “우리는 이제 형님 동생 하자”며 손을 꽉 잡았다. 이 모습은 김 주석이 생전 남의 손을 잡고 찍은 유일한 기념사진으로 남았다.

회담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다. 통일교는 합의에 따라 남포에 평화자동차 공장을 세워 ‘휘파람’, ‘뻐꾸기’ 등의 차량을 생산했고, 평양 보통강호텔을 운영하며 경제적 교두보를 확보했다.

특히 1994년 김 주석 사망 시 문 총재가 보낸 조문 사절은 북한 지도부(김정일·김정은)와의 신뢰를 ‘혈맹’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현재까지도 북한은 문선명 총재를 선생님으로 칭하고 ‘통일애국인사’로 예우하며 매년 추모 메시지를 보내는 등 특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를 민간 외교의 정점으로 평가했다. 정부 당국자가 하지 못한 담판을 민간 종교지도자가 해냈으며, 적대적 이념 대결을 ‘사랑’이라는 가치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며, 사랑만이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문 총재의 일갈은 2026년 오늘날 교착된 남북 관계에도 여전히 뼈아픈 교훈과 희망이 되고 있다. 적개심을 사랑으로 돌려세웠던 1991년의 그날은, 우리 시대가 가야 할 평화의 길을 묵묵히 가리켜주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일교 한학자 총재에게 풍산개 한 쌍을 선물한 사건은 남북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도 통일교와 북한 지도부 사이의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화다.

김정은이 보낸 선물, 풍산개 ‘정주’와 ‘안주’에 담긴 의미

1. 선물의 시점과 파격적인 예우

2013년 2월 1일, 문선명 선생 탄생 93주년과 통일교의 주요 행사인 '기원절'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은 박상권 평화자동차 당시 사장을 통해 한학자 총재에게 풍산개 암수 한 쌍을 선물로 전달했다. 당시 북한은 3차 핵실험 준비 등으로 남북 관계가 매우 긴박했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통일교 측에는 파격적인 친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2. ‘정주’와 ‘안주’, 이름에 담긴 고향의 정

이 선물의 가장 특별한 점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개의 이름을 지어서 보냈다는 사실이다. 수컷 '정주’는 문선명 총재의 고향인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따온 이름이고, 암컷 '안주'는 한학자 총재의 고향인 평안남도 안주시에서 따온 이름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측 인사의 고향 이름을 따서 반려동물의 이름을 직접 명명해 보낸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는 통일교 문선명 총재 부부를 단순한 외부인이 아닌, '한 뿌리를 둔 가족'이자 '고향을 공유하는 민족'으로 대우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3.  "정성을 다해 키워달라"는 김정은의 당부

박상권 사장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풍산개를 전달하며 "문 총재님과 한 총재님의 고향 이름을 붙였으니, 정성을 다해 잘 키워달라"는 각별한 당부를 덧붙였다.”고 한다. 이에 한학자 총재는 풍산개들을 경기도 가평의 천정궁에서 직접 돌보며 북측의 성의에 화답했다.

4. 역사적 맥락: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곰이·우리'와의 차이

과거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보낸 풍산개 '단결'과 '자주'(이후 '곰이'와 '우리'로 개명)가 국가 정상 간의 공식적인 외교 선물이었다면, '정주'와 '안주'는 문선명·김일성 회담 이후 2대와 3대에 걸쳐 이어져 온 사적인 신뢰와 의리를 상징하는 선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풍산개 '정주'와 '안주'는 정치적 갈등과 이념의 장벽을 넘어, 고향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정서로 남북을 연결하는 '참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이 선물은 통일교가 북한 지도부 내에서 여전히 '함께 가야 할 민족의 동반자'로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로 남아 있다.

‘조국통일상’과 풍산개 ‘정주·안주’… 대(代)를 잇는 평양의 파격 예우

1. 문선명 총재에게 수여된 ‘조국통일상’ (2012년 9월)

문선명 총재 성화(별세) 직후인 2012년 9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문 선생님께 ‘조국통일상’을 수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수여 배경: 북한은 결정서에서 “문선명 선생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하며 민족 공동의 번영을 위한 애국 위업에 거대한 공헌을 했다”고 명시했다.

역사적 의미: '조국통일상'은 북한이 남북 관계 발전에 뚜렷한 공을 세운 인사에게 주는 가장 영예로운 상 중 하나다. 문 총재에 대한 이 상의 수여는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기,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문 선생의 '의형제' 인연을 공식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2. 풍산개 ‘정주’와 ‘안주’의 천정궁 생활과 근황

2013년 경기도 가평 천정궁으로 온 풍산개 한 쌍은 통일교의 각별한 사랑 속에서 지내왔다. '정주'와 '안주'는 천정궁의 맑은 공기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났으며, 이후 새끼들을 낳아 번성했다. 한학자 총재는 이 풍산개 자손들을 통일교의 주요 시설이나 평화 운동에 헌신한 국내외 주요 인사들에게 분양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에서 온 평화의 씨앗을 전 세계로 퍼뜨린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2013년생인 이들은 이제 노령견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천정궁의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 있다. 남북 대화가 끊긴 상황에서도 여전히 이어져 있는 '생명 있는 대화의 끈'이라고 평가한다.

조국통일상과 고향의 이름을 딴 풍산개는 이재명 정부와 경색된 정국 속에서도 통일교가 가진 '북한에 대한 독보적인 영향력'의 근거가 된다. 북한이 가장 중요시하는 '최고 존엄의 유지가 통일교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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