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 걷고 강을 열다… 김포, 50년 경계 넘어 수변도시로

유기호 기자

artour@hanmail.net | 2026-01-29 08:25:13

백마도·염하 개방, 군사 경계선이 시민 일상으로
어민 이동로 포장, 생명 위협하던 접경 사각지대 해소
한강변 규제 합리화 추진… 친수지구 전환 본격화
서해까지 잇는 수변 산책로, 김포 관광 지형 바꾼다
백마도 사진. 김포시 제공

[로컬세계 = 유기호 기자] 반세기 넘게 철조망에 가로막혀 있던 김포의 강과 바다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군사적 이유로 닫혀 있던 수변 공간을 하나씩 열어가며, 김포시는 ‘접경 도시’에서 ‘열린 수변 도시’로의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병오년 새해, ‘시민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도시’를 비전으로 내건 김포시의 변화가 한강 하구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김포시는 지난해 10월 육군 제2291부대와의 합의를 통해 백마도 개방과 염하 구간 철책 철거를 성사시키며, 50년 숙원이던 군사 경계 해제를 현실로 만들었다. 안보를 이유로 접근이 통제됐던 공간을 시민의 일상으로 환원하는 전환점이다.

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접경 도시’라는 굴레를 벗고, 물길을 따라 문화와 레저가 흐르는 역동적인 수변 도시로의 대전환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강이 열리면 도시의 표정도 바뀐다. 적막하던 한강 변은 시민의 쉼터이자 놀이 공간으로, 어민들이 안심하고 오가는 생업의 터전으로, 관광객이 찾는 서해의 관문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철책 걷고, 백마도 열다… ‘가깝지만 갈 수 없던 섬’의 변화

한강 하류의 하중도인 백마도는 1970년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이후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제한돼 왔다. 육로 접근이 가능함에도 군 작전 외에는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에게는 오랫동안 ‘금단의 섬’으로 남아 있었다.

김포시는 군과의 협력을 통해 단계적 개방에 나선다. 올해 군 작전 보완시설과 최소한의 안전시설을 설치해 우선 문을 열고, 본격적인 공원 조성 이전에도 문화 행사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민들이 백마도의 자연을 일상 속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백마도에서 김포대교로 이어지는 철책 540m를 철거해 단절됐던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하나로 잇는다.

어민 이동로 포장… 위험의 길을 ‘안전로’로

어민이동로 사진

접경지역 어민들의 이동로도 변화한다. 김포시는 홍도평 통문에서 향산배수펌프장까지 약 2.5km 구간에 대해 어민이동로 포장사업을 추진한다. 해당 구간은 비포장 상태로 방치돼 유실 지뢰 사고 위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곳이다.

목함지뢰나 나뭇잎 지뢰는 흙과 수풀에 섞일 경우 식별이 어려워 어민과 군 장병 모두에게 상존하는 위협이었다. 시는 이번 사업이 단순한 편의 개선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특별보전지구라는 제약 속에서도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강변 규제 합리화… 친수도시 전환 속도

김포시는 한강2 콤팩트시티, 한강시네폴리스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을 앞두고 수변 이용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김포 한강변은 군 철책과 특별보전지구 지정이라는 이중 규제로 친수시설 조성이 쉽지 않다.

시는 현실적인 토지 이용 현황을 반영해 규제를 합리화한다는 계획이다. 군과의 협력을 통해 철책 철거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시민 이용이 가능한 구간을 선별해 친수지구로의 변경을 추진한다. 관련 용역 결과를 토대로 한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이어가며 시민 체감형 수변 공간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염하 개방… 서해로 이어지는 수변 축 완성

염하 사진

김포 반도와 강화도 사이를 흐르는 염하는 수려한 경관에도 불구하고 이중 철책에 가로막혀 시민 접근이 제한돼 왔다. 김포시는 초지대교에서 인천시계까지 6.6km 구간의 철책을 철거하고, 군 순찰로를 시민 산책로로 전환한다.

당초 일부 구간만 개방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군과의 추가 합의를 통해 전면 철거를 이끌어냈다. 공사가 완료되면 김포 대명항에서 경인아라뱃길, 인천항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수변 산책로가 완성돼, 김포와 서해를 잇는 새로운 관광 동맥이 형성될 전망이다.

김포의 철책 철거는 공간을 여는 행정에 그치지 않는다. 안보와 개발, 보전과 이용 사이에서 시민의 삶을 우선에 둔 선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과제는 속도가 아니라 완성도다. 철조망이 사라진 자리가 진정한 시민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김포시의 다음 결정이 도시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로컬세계 / 유기호 기자 artou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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