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농업이 복지가 되는 도시…고양시, 치유농업으로 시민 건강안전망 넓힌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 2026-06-01 09:08:05

병원·대학·농장이 연결된 치유농업 모델 구축…마음 건강 회복 실험 본격화
우울·스트레스 감소 효과 확인…과학으로 검증된 치유 프로그램 주목
학교·복지시설로 확산되는 치유텃밭…전 세대 참여형 농업 복지 구현
폐자원 활용한 탄소저감 텃밭 조성…환경과 건강 잇는 지속가능 모델 구축
리코소일을 활용한 치유텃밭(화수중학교)/ 고양시 제공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마음을 돌보는 방법이 꼭 병원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가꾸는 작은 경험이 스트레스를 낮추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새로운 처방으로 주목받고 있다. 치유농업이 농촌 정책을 넘어 도시 복지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이유다.

경기 고양특례시가 치유농업을 활용한 시민 건강 증진 정책을 확대하며 새로운 형태의 생활 복지 모델 구축에 나서고 있다. 농업을 단순한 생산 활동으로 보지 않고 정신건강, 공동체 회복, 환경교육까지 연결하는 통합 정책으로 발전시키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치유농업은 체험 프로그램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울감 완화와 정서 안정, 사회성 회복 효과가 알려지면서 의료·복지 분야와의 연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양시는 이러한 흐름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제도 구축부터 연구, 현장 운영까지 아우르는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책 기반도 비교적 일찍 마련됐다. 2021년 관련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지원 체계를 보완하는 개정을 추진하며 지속적인 운영 기반을 다졌다. 단순 행사성 사업이 아니라 장기 정책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치유농업 프로그램 실증 연구

현장 인프라 역시 확대되고 있다. 시는 뇌파와 스트레스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치유농업 공간을 조성하고 시민 참여형 실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 활동이 실제 정서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시도다.

이러한 노력은 외부 평가에서도 성과로 이어졌다. 치유농업을 활용한 불평등 완화 사례와 농촌자원 활용 정책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관련 분야 수상 실적도 이어지고 있다.

병원 밖 치료의 가능성…치유농업 효과 검증 나서

고양형 치유농업의 특징은 의료기관과의 협력에 있다. 시는 대학 연구진과 함께 병원 연계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국립암센터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국립정신건강센터 등 주요 의료기관이 참여해 치유농업의 활용 가능성을 공동 연구했다.

프로그램은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 아니다. 식물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고 돌보는 활동을 통해 참여자가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도록 설계됐다.

연구 결과는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줬다. 암 경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는 우울감과 인지적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으며, 일부 참여자들은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관계 회복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무엇보다 높은 만족도와 재참여 의사가 나타나면서 치유농업이 보조적 건강관리 수단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탄초등학교 치유텃밭

학교에서 복지시설까지…일상 속으로 들어온 치유농업

치유농업은 이제 특정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고양시는 학교와 복지시설, 어린이집 등으로 프로그램 범위를 넓히며 생활 속 치유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학생들은 텃밭 활동을 통해 생태 감수성을 키우고 협동과 책임감을 배우며, 노년층과 취약계층은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교류 기회를 얻는다.

특히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치유텃밭 프로그램은 진로교육과 직업체험 기능까지 접목하며 차별화된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환경 가치까지 더한 점도 눈에 띈다. 고양시는 커피박과 제지 부산물 등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토양을 활용한 텃밭 조성을 확대하고 있다. 폐기물을 자원으로 되살리는 순환경제 개념을 접목하면서 치유와 환경, 교육을 하나의 정책 안에서 연결하고 있다.

올해 지원되는 토양 규모만 110톤에 달한다. 학교와 어린이집, 복지시설, 공공기관 등 100여 곳이 혜택을 받게 되며 치유농업의 생활권 확산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26 치유텃밭 리코소일 배포 현장

치유농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농사를 경험하는 데 있지 않다. 도시가 안고 있는 외로움과 스트레스, 공동체 단절 문제를 완화하는 새로운 사회적 처방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앞으로도 의료기관과 교육기관, 기업, 농업인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강화하며 치유농업을 시민 건강정책의 한 축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복지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가 경제적 지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마음 건강과 관계 회복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고양시의 치유농업은 농업 정책을 복지 정책으로 확장한 사례다. 흙과 식물이 사람을 치유하는 시대, 도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시설을 갖췄는지가 아니라 시민의 마음을 얼마나 돌볼 수 있는지에서 결정될지도 모른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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