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양시, 기후위기 시대 재난안전도시로…침수 예방부터 대피체계까지 전면 강화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 2026-06-11 10:43:19

반복 침수지역에 1,894억 투입…재해예방 인프라 구축 본격화
지하차도·반지하주택 집중 관리…취약계층 대피 안전망 촘촘히
동행정복지센터에 주민대피 권한 부여…현장 대응력 강화
24시간 재난대응체계 가동…경찰·소방·주민 함께 움직인다
강매 배수펌프장. 고양시 제공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기후변화로 폭우가 일상이 된 시대, 재난 대응의 핵심은 피해 복구보다 사전 예방에 있다. 도시의 경쟁력 역시 얼마나 빠르게 복구하느냐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시민을 지켜내느냐로 평가받고 있다.

경기 고양특례시가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에 대비한 전방위 재난안전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복되는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규모 재해예방사업부터 재난 취약계층 보호, 현장 중심 대응체계 강화까지 재난 대응 전 과정을 손질하며 기후위기 시대 안전도시 구축에 나선 모습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기록적인 폭우가 전국 곳곳을 덮치면서 지방정부의 재난 대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재난이 발생한 뒤 복구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시민 대피 체계를 촘촘하게 만드는 예방 중심 정책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양시 역시 침수 위험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구조적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덕양구 강매동 일원에서 추진 중인 강매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이다. 성사천 유역 범람 위험을 낮추기 위해 대용량 배수시설과 대규모 유수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집중호우 시 하천 수위를 빠르게 조절해 도심 침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관산동 두포천 일대 정비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 지역은 매년 장마철마다 주거지와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반복됐던 곳이다. 시는 국비와 도비를 확보해 재해 원인을 정밀 분석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근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강매 제2배수펌프장 설립예정지

현재 추진 중인 재해예방사업은 모두 5건이다. 총사업비 규모만 1,894억 원에 달한다. 단순한 시설 보수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재난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하다.

예방 인프라 구축과 함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안전망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고양시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호우가 쏟아지며 일부 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시는 빗물받이와 지하차도, 배수펌프장, 반지하주택,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하천변 산책로 등 침수 취약시설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특히 지하차도와 하천변 산책로, 산사태 우려 지역 등 44곳을 인명피해 우려지역으로 지정해 별도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강우량과 하천 수위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통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대응 매뉴얼도 구체화했다.

취약계층 보호 대책도 눈에 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등 우선 대피 대상자를 사전에 파악하고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직능단체 회원들을 1대1 대피 조력자로 연결했다. 재난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서다.

현장 대응 체계 역시 한층 강화됐다. 고양시는 재난 발생 시 최일선에서 움직이는 동행정복지센터의 역할을 확대했다. 집중호우 상황에서 신속한 대피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각 동장이 즉시 주민대피를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특히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 긴급 상황에서는 민방위 경보시설을 활용해 주민들에게 위험 상황을 즉각 알릴 수 있도록 했다. 재난 상황에서 행정 절차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조치다.

재해대책기간 대비 배수펌프 시험가동

동별 특성과 침수 위험지역, 주민 대피 동선 등을 정리한 관리카드도 전면 정비했다.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동일한 수준의 대응이 가능하도록 현장 중심 매뉴얼을 구축한 것이다.

여름철 재난 대응은 결국 기관 간 협력에서 완성된다. 고양시는 재난안전상황실을 중심으로 24시간 비상 대응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호우특보 발효 시 단계별 비상근무 체계에 돌입한다. 경찰과 소방, 군부대, 한국전력공사 등 관계기관과 비상연락망을 유지하고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자율방재단과 안전보안관 등 주민 참여 조직도 가동된다.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운 지역까지 위험 요소를 점검하며 민관 협력형 재난 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에 재난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했는가보다 시민 한 사람의 생명을 얼마나 빠르게 지켜낼 수 있는지가 도시 행정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재난은 발생한 뒤의 복구보다 발생하기 전의 대비가 더 중요하다. 고양시의 이번 정책은 시설 정비를 넘어 시민 대피와 취약계층 보호까지 포함한 예방 중심 안전행정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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