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의 품었으나 대변 치우는 경찰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15-10-28 11:08:35
▲정연수 순경. |
경찰은 무엇을 하는가. 어린이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도둑을 잡아요. 나쁜사람 혼내줘요’등의 단순하면서도 공정한 법집행기관이라는 경찰의 존재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말을 한다.
이와 같은 사명감을 갖고 파출소라는 ‘치안 최일선’에 배치된지 8개월째. 그러나 바람과 달리 현실에서 지역경찰의 주된 업무는 주취자 처리이다.
경찰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주취 관련 신고로 출동한 건수가 80만건에 이르렀으며 음주폐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GDP대비 2.9%인 20조 99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곧 범죄예방 등 민생치안에 전념해야 할 경찰력에 그만큼 공백이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안산단원경찰서 와동파출소 관내의 한 상습 주취자는 일일 야간근무 동안 접수 된 총40건의 112신고 중 단독으로 15건을 차지하며 가장 바쁜 범죄취약시간대에 업무를 마비시켜 치안 공백을 유발시킨 적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파출소 내에 대변을 보는가 하면 지나가는 행인들로 하여금 112신고를 유도토록 도로에 고의로 누워있기, 도움을 요청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성적인 욕설을 일삼는 등 주취자들의 천태만상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영국은 주취자를 죄질에 관계없이 36시간까지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하며 미국 워싱턴 DC는 단순 주취자에 귀가를 종용한 뒤 이를 거부할 시 곧바로 체포가 가능하고 호주와 캐나다는 주취자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경찰관에게 면책조항을 두고 있는 등 주취자에 대해 철저한 ‘무관용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 경찰 또한 이러한 사례를 벤치마킹 해 엄격한 법적제재를 가함과 동시에 상습주취자 등에 대해서는 그 가족과 상의한 뒤 알콜홀릭치료센터 등 전문기관에 연계해 치료를 병행한다면 쓸데없는 경찰력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실제로 안산단원경찰서 와동파출소에서는 관내 상습 주취자 2명을 관공서 주취소란으로 법적제재를 가함과 동시에 이들의 가족과 연계해 병원치료를 적극 권장함으로써 매일같이 접수되던 주취관련 신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
영조 28년 금주령(禁酒泠)을 내리고 이를 위반한 자들을 단속하기 위한 금란방(禁亂房)이 존재했듯이 주취자 문제는 과거부터 내려온 고질적인 문제로 완벽한 척결은 어려울 것이다. 허나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 기강과 질서유지 확립’이라는 대의를 품고 업무에 임하는 경찰관들이 더 이상 주취자들의 대변이나 치우며 소중한 경찰력을 낭비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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