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할당관세 악용 5천468억원 적발…물가 교란행위 집중 단속

지차수 기자

chasoo9@naver.com | 2026-09-09 14:30:28

2~8월 특별단속서 21개 업체 조사해 10곳 불법행위 적발…탈세액 586억원
수입가격 부풀리기·바지업체 동원·보세구역 장기 비축 등 적발
불법 비축 냉동고등어·닭고기 등 292t 시장 공급 유도
수입신고 기한 단축·부정 추천 제한 등 제도 개선 추진
9일 인천에서 할당관세제도 악용 불법행위 특별단속 성과 브리핑을 하고 있는 이종욱 관세청장.

[로컬세계 = 지차수 기자]물가 안정을 위해 마련된 할당관세가 일부 수입업체의 편법적인 이익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관세당국이 국경 단계부터 유통 과정까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관세청이 할당관세 제도를 악용해 가격을 조작하거나 물량을 부당하게 확보한 업체 등을 집중 단속해 5천468억원 규모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관세청은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대상으로 특별 관세조사와 수사를 벌인 결과, 21개 수입업체를 조사해 10곳에서 위반행위를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적발된 불법행위와 관련한 탈세 금액은 586억원이다.

9일 인천에서 할당관세제도 악용 불법행위 특별단속 성과 브리핑후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이종욱 관세청장.

적발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수입가격을 부풀리거나 수입대금을 과다 송금한 사례가 4천1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바지업체를 이용해 할당관세 물량을 부당하게 확보한 사례가 1천20억원, 보세구역에 물품을 장기간 비축한 사례가 348억원 규모였다.

할당관세는 물가 안정과 원활한 물자 공급 등을 위해 일정 물품의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추는 제도다. 관세청은 최근 일부 업체가 이 같은 관세 인하 혜택을 유통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거나, 별도의 거래 구조를 만들어 혜택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바나나 수입업체 A사는 할당관세율이 0%인 점을 이용해 실제보다 높은 가격으로 수입 신고하고 해외 본사에 수입대금을 과다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입원가를 부풀려 법인세를 줄이고, 외환 송금 과정에서 관련 절차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가신고로 수입대금 과다 송금.법인세탈루 및 할당관세 취지 훼손

관세청은 A사의 고가 신고 200억원에 대한 내용을 국세청에 통보했으며, 외국환거래법 위반 규모 3천900억원에 대해서는 85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고의적인 가격조작 행위에 대해서는 범칙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할당관세 물량을 늘리기 위해 이른바 바지업체를 동원한 사례도 적발됐다. C사는 다수 업체와 실제 거래가 없는 선하증권 양수도 계약을 맺고 이들 업체 명의로 할당관세 추천을 받은 뒤 통관 직후 물량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추가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은 이를 할당관세 적용을 위한 우회 거래로 판단해 부족 세액 253억원을 과세예고하고 고의성이 확인된 부분은 범칙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바지업체 이용 할당물량 부당 확보로 관세탈루.유통가격 상승

보세구역에 할당관세 물품을 장기간 보관하면서 시장 공급을 늦춘 사례도 있었다. 소고기 수입업체 일부는 추천서 교부 후 45일 이내 반출해야 하는 조건을 지키지 않고 최장 137일까지 물품을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은 추천 취소 물량에 대해 194억원의 관세를 추징했다.

냉동고등어·닭고기·설탕 등 주요 품목에 대한 현장점검도 병행했다. 관세청은 보세구역 현장점검 1천572회와 장기보관 물품 반출 안내 392회를 실시해 불법 비축 물품 292t의 시장 공급을 유도했다. 과태료 398건과 신고지연가산세 1천21건, 모두 14억원도 부과했다.

보세구역 반출기한 위반 등 할당관세 적용 물품 불법 비축

관세청은 단속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를 바탕으로 제도 보완에도 나선다.

할당관세 집중관리품목의 수입신고 기한을 현행 보세구역 반입 후 30일에서 20일로 단축하고, 신고지연가산세 상한을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무부처가 시장 공급을 위해 반출을 요청할 경우 세관장이 반출을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세법 개정도 추진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할당관세 추천을 받는 행위를 제한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물량을 배정하는 방안도 관계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할당관세 적용 품목의 통관과 보세구역 반출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물가 안정을 저해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특별 관세조사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할당관세는 국민과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마련된 제도”라며 “이를 악용해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소비자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행위는 행정조사와 관세조사·수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지차수 기자 chasoo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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