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강탈당한 만주-부메랑(Ⅲ)
마나미 기자
| 2026-04-08 15:03:40
우리 한민족이 만주와 대마도를 잃어버리고, 더더욱 남북으로 나뉘어 지금처럼 신음하고 있는 데에는 미국의 책임이 절대적이라는 필자의 주장은 결코 헛소리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연합국의 기본 방침은 식민지로 고통받던 아시아의 나라들은 본래의 영토를 기준으로 완전 독립 시키는 것이었다. 만주에서 대마도까지가 그 영토인 우리 한민족은 물론 1879년 일본이 강점한 오키나와와 류큐제도의 류큐국과 1869년 일본이 강점한 홋카이도와 사할린 및 쿠릴열도의 아이누족은 당연히 독립을 해야 했고, 본래의 영토를 수복해야 했다. 하지만 막상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낸 연합국, 특히 미국의 마음이 변한다. 일본이 강점하고 있는 오키나와를 점령하면서 오키나와야말로 천연의 요새라는 것을 알게 되어 오키나와를 차지하면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중장거리 미사일이 발달한 시대라면 상황이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상황으로는 천연 요새인 오키나와에 군사 기지를 세우고 자리만 잡으면 중국과 러시아, 호주 모두를 사정권에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욕심이 미국을 자극했다. 게다가 일본이 만주에 731부대를 세우고, 만주의 우리 동포들은 물론 중국인이나 러시아인까지 무차별하게 잡아다가 생체실험 도구로 삼아서 얻어낸 세균전과 화학무기에 대한 자료들을 한꺼번에 독차지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일본의 제안이 미국을 유혹했다.
미국은 연합군 수장으로서의 품위와 신의를 모조리 저버리고 일본과의 암약으로, 오키나와에 미군기지를 세우고 731부대 연구 결과물을 독식하는 욕심을 채움으로써 동북아 영토 유린은 시작된다. 그 당시에는 유일한 핵보유국인 미국이 실질적으로 연합국의 수장인 까닭에 다른 연합국은 싫어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미국 혼자 다 독차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동북아 영토를 적당하게 안배하여 연합국끼리 나눈 것이 바로 동북아 영토 유린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오키나와에 엄청난 군사 기지를 설치하여 오키나와를 거저 삼키면서, 얄타회담과 포츠담선언의 연합군 동지인 소련이나 중국, 영국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더더욱 이미 미‧영‧소‧중 연합 4개국이 일본을 해체하고 일본을 분할 점령하기로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일거에 저버리자니 다른 연합국을 달래줄 방도가 필요했다.
미국은 만주국 해체를 담당했던 소련을 달래기 위해서 사할린과 쿠릴열도를 넘겨주는 동시에 소련의 북한 진군을 암묵적으로 인정해 준다. 사실 소련이 만주에 많은 욕심을 냈었다. 만주의 자원과 남만주 지역이 각종 농산물 경작에 아주 적합한 기후인 것은 물론 만주를 차지하면 소련이 한반도와 맞닿아 있는 부동항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런 욕심을 채우기 위한 일환으로 소련은 1945년 8월 8일 대일본 선전포고를 하자마자 8월 9일 0시를 기해 만주국 해체를 위해서 만주에 진군한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 역시 누구보다 만주에 집착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역사 이래로 만주를 점령하려고 수 없이 노력했지만, 명목상의 점령은 해 보았을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점령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수나라와 당나라 시대에 그리도 넘봤지만, 을지문덕과 양만춘 장군 등에 의해서 번번이 좌초되고 말았다. 심지어 수나라가 망한 이유가 바로 고구려 정벌 실패의 후유증에 의한 것이었다. 여북하면 수 문제의 유언이 절대로 고구려를 넘보지 말라는 당부였는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유언을 듣지 않은 수 양제의 고구려 정벌에 대한 야욕으로 인한 수나라 멸망 덕분에 세워진 당나라의 당 태종 역시 고구려 정벌을 획책하다가 요동성에서 양만춘 장군의 화살에 맞아 왼쪽 눈이 애꾸가 되었고 그 후유증으로 목숨을 거둔다. 아울러 행여라도 청나라가 만주 일부를 지배했었으니, 중국이 만주 일부나마 지배한 것 아니냐고 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역사관이다. 청나라는 중국을 지배한 역사이지 중국 역사가 아니다. 우리의 일제 36년이나 약 270여년에 걸친 청나라의 중국 지배는 동일한 역사적 현상일 뿐이다. 그러니 만주에 대한 중국의 애착이 얼마나 컷을 지는 짐작이 가는 일이다.
미국은 이런 중국과 소련의 만주에 대한 미련을 적당히 얼버무려 만주를 중국에 넘기는 대신 소련은 사할린과 쿠릴열도를 할애해 주면서 북한으로의 진군도 묵인해 준다. 일단 만주를 마음대로 주물러서 동북아에 근접한 두 나라를 달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그때는 미국이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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