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와 87세, 배움으로 다시 쓰는 인생 이야기”

김명진 기자

kim9947@hanmail.net | 2025-01-13 18:20:31

고흥남양중 만학도 송삼수 ‧ 박정애 부부의 특별한 졸업식 사진=송삼수(91)_할아버지와_박정애(87)_할머니

[로컬세계 = 김명진 기자]지난 10일, 고흥남양중학교에서는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만학도 부부 송삼수(91) 할아버지와 박정애(87) 할머니였다.

이들 부부는 초등학교 졸업 후, 한국전쟁이 일어나며 배움의 시기를 놓쳤다. 이후 가정을 꾸리고 네 남매를 키우기 위해 바쁘게 살아온 두 어르신은 한때 접었던 배움의 꿈을 2022년 다시 품었다.

3년간의 꾸준한 학습과 성실한 학교생활 끝에 마침내 이룬 ‘졸업’이라는 결실은 그저 학업을 마친 것을 넘어선 깊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다.

두 어르신을 위해 재구성된 맞춤형 교육과정은 학습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북돋웠다. 산수에 강했던 두 분은 수학 시간에 논리 퍼즐과 스도쿠 같은 창의적 활동을 통해 즐겁게 도전했고, 영어 수업에서는 알파벳부터 간단한 실생활 표현까지 익히며 새로운 배움에 기쁨을 느꼈다. 

특히 매주 진행된 시 쓰기 프로그램에서는 두 어르신의 숨은 재능이 빛났다. 송삼수 할아버지는 ‘고목’이란 제목의 시에서 ‘나무가 늙었다고/늙은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늙은 나무일수록 아름다운 꽃을 이룬다.’고 노래해 보는 이들에 감동을 주었다.

 박정애 할머니는 뛰어난 암기력과 학습 정리 능력을 발휘해 모든 과목에서 성실하게 학업에 임했으며, 시 쓰기에서는 정성이 가득 담긴 작품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두 어르신의 학교생활은 단순히 학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마치 친조부모처럼 학생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며 자연스럽게 웃어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심어주었다.

 

송삼수(91)_할아버지와_박정애(87)_할머니

송삼수 할아버지는 뛰어난 그림 실력과 손재주로 학생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며 소통했고, 박정애 할머니는 차분하고 상냥한 성격으로 학생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며 격려했다.

 두 어르신이 보여준 삶의 지혜와 온화한 태도는 학교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그 결과, 고흥남양중학교는 지난 3년 동안 단 한 건의 학교폭력 없는 평화로운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두 어르신과 함께한 학교생활의 경험은 학생들 삶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졸업식에서 이중호 교장은 “송삼수‧박정애 부부께서 보여주신 배움의 열정과 더불어 나눔, 배려, 그리고 경로효친의 자세는 학교와 지역사회 전체에 큰 울림을 주셨다.

두 분의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앞으로도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남길 것이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송삼수 할아버지와 박정애 할머니가 졸업장을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전교생과 교직원 모두가 뜨거운 박수로 두 분의 노고와 열정을 축하했다. 자녀와 손주를 포함한 20여 명의 가족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두 어르신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졸업장을 받는 순간, 강당 곳곳에서는 눈시울을 적시는 이들이 많았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두 어르신의 모습을 보며 배움의 참된 의미를 되새겼다.

한 학생은 “두 분이 계셔서 학교가 더 따뜻하고 가족 같은 공간이 됐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고, 한 교사는 “두 어르신의 도전과 나눔의 자세는 저희 교직원들에게도 큰 배움이 됐다”며 감사를 전했다.

고흥남양중학교의 이번 졸업식은 단순한 학업의 마무리가 아닌, 세대를 잇는 배움의 씨앗이 됐다. 송삼수 할아버지와 박정애 할머니는 나이와 환경을 뛰어넘는 도전으로 모두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었다.

두 어르신의 이야기는 고흥남양중학교는 물론 지역사회에도 큰 울림을 주며, 평생 잊히지 않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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